국민의힘 호남동행 첫 리트머스 시험지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확정'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도입된 '호남 동행'은 국민의힘이 추진했던 대표적인 서진 정책으로 꼽히면서 작은 성과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당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결국 본색을 드러내면서 실패로 끝을 맺었다.
이어 지난 8월 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호남 동행' 서진 정책 재개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8월 6일 당내 5선 이상 중진들을 만나 당 쇄신 구상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는 자리에서 호남 동행과 관련한 의견을 듣고 "좋은 생각이다. 적극적으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차 서진정책 때와 마찬가지로 '보수 불모지(국민의힘)'로 꼽히는 호남을 제2의 지역구로 두고 '각종 현안 해결'과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자는 취지이다.
국회에서 '호남동행 국회의원 특별위원회(호남동행 특위)' 발대식이 열린 지난달 30일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16년 만에 전 호남 지역에 후보를 냈다"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진심이라는 것, 화합에 진심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어 "그 마음으로 저희가, 68명의 의원들이 모였다"며 "저희는 호남과 함께 하겠다. 전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제가 함께하는 호남의 자치단체가 전주다. 지난 21대 국회도 전주와 함께 했다"며 "호남동행 의원들이 먼저 앞장서 더 큰 힘으로 적극 지역 발전을 위해 응원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한 목소리로 호남에 보여주겠다는 것은 '진심'이다.
호남에 진심 화합에 진심
'진심'이라는 단어는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을 뜻하며 그것을 입증하는 일은 결국 말에 그쳐서는 허풍에 불과했다는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국민의힘의 2차 서진정책 호남동행은 우연히도 출범과 함께 리트머스 시험지를 자초한 셈이 됐다. 한편으로는 보수의 불모지 호남에 국민의힘의 '진심'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도 있다.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후보지로 충남에서 아산과 예산, 전북에서 남원 등 3곳이 1차 후보지로 선정돼 발표됐다.
충남은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가, 전북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8월 23일 전북 남원시와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놓고 경쟁하게 된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충남도의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 지사는 "제2중앙경찰학교는 충남이 최적지다. 특히, 시설 집적화를 감안하면 아산이나 예산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국 48개 지자체에서 경찰학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죄다 떨어지고 충남과 강원 등이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남은 쉽지 않을 것이고, 강원은 지난번에 해양경찰 인재교육원 떨어져서 또 낸 모양"이라며 "이같은 시설이 집적화 돼야 하는 것을 고려할 때 아산이나 예산이 제일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태흠 지사는 이어 "누구라고 밝히기는 어렵지만, 어제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화해서 전국에 뿌리지 말고 시설을 집적화하라고 촉구했다"며 "면적이 조금 작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자라면 조금 붙이면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김 지사가 아산시청을 찾아 이같은 발언을 한 시점이 지난 8월 23일로, 경찰청이 제2중앙경찰학교 1차 후보지 3곳(아산,예산,남원)을 선정해 발표한 9월 22일 보다 한 달여가 앞선다는 점이다.
김 지사는 경찰청이 공식 발표하기 한 달 여 가량 앞서 이미 전국 48개 자치체가 벌인 유치경쟁에서 "죄다 떨어지고 충남과 강원 등이 살아 남았다"고 발언했으며 "집적화를 고려할 때 아산이나 예산이 제일 유리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어 "누구라고 밝히기는 어렵지만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화를 해서 시설을 집적화하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경쟁 '불공정 시사' 위험한 발언
집권 여당내에서 3선 국회의원 출신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 정무특보단장을 지내고 충남지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태흠 충남지사가 이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경쟁이 불공정하게 결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우 중대하고도 위험한 발언이라는 점을 묵과할 수 없다.
심지어 1차 후보지 선정 결과도 김 지사는 한 달여 전에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며 이는 심사 결과에 집권 여당의 실세가 얼마든지 관여해서 심사결과를 비틀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나 마찬가지여서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불공정한 심사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처럼 제2중앙경찰학교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불공정 게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호남동행 국회의원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제2중앙경찰학교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리트머스 시험지'를 자초하고 나선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차 서진정책 호남동행이 모두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다. 특히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성일종 의원의 경우 전북 동행지역인 장수와 순창 지역에서 큰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 새만금잼버리대회 파행 후 국민의힘이 '전북책임론'을 주장하며 보여줬던 파상 공세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전북동행의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던 모습에서 '2차 호남동행'을 꺼내 들었지만 진정성 측면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적 여론이 앞선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2차 호남동행 카드를 꺼내 든 국민의힘은 '제2중앙경찰학교' 최종 후보지 선정과정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김태흠 지사가 솔직하게 털어 놓은 말,
"면적이 조금 작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자라면 조금 붙이면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처럼 '면적이 부족'한데도 최종 후보지로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힘 호남동행 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전북의 최대 현안이 공정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전북은 이미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남원국립의전원'유치에 쓰라린 경험을 하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잼버리대회와 관련해서는 '배신의 정치'를 두 눈 부릅뜨고 똑똑히 목격한 바 있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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