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정 1300억 매각 무산…초고속 디저트 시장 ‘피크아웃’ 경고등

요거트아이스크림의 정석 /사진=요아정 홈페이지

국내 디저트 시장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요아정(요거트아이스크림의 정석)’ 매각이 최종 결렬됐다. 유통 업계는 이번 무산을 단순한 가격협상 실패가 아니라 유행주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진 국내 식음료(F&B)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를 드러낸 사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본격적으로 밸류에이션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2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요아정 운영사인 삼화식품과 매수 측인 알마파트너스 간 지분100% 인수 협상이 무산됐다. 지난해 9월부터 추진된 이번 딜은 초기부터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최종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 단계에서 양측이 300억원 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화식품 측은 요아정의 높은 영업이익을 근거로 1300억원 수준의 몸값을 기대한 반면 알마파트너스는 실사 과정에서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해1000억원 미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화식품 측은 이번 매각이 투자조합 운용사(GP) 주도로 추진돼 삼화식품은 출자자(LP)로 참여했을 뿐 매각 협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삼화식품은 “요아정 인수 이후 GP들이 성공보수 문제로 무리한 매각을 추진해 당사가 이들 지분 전량을 매입하고 경영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라며 “현재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당사와 무관한 매각설이 반복돼 혼선이 발생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 간 입장 차와는 별개로 시장은 이번 딜 무산의 핵심 원인을 밸류에이션 간극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부터 협상이 이어졌음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기대하는 요아정의 미래가치에 상당한 온도 차가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도 측은 현재의 높은 수익성을, 매수 측은 향후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각각 중시하면서 시각 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모펀드(PE) 입장에서 F&B 투자는 통상3~5년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 디저트 시장의 변화 속도는 자본 회수 주기보다 훨씬 빠르다. 지난해 요아정 열풍 이후 시장의 관심은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버터떡’에 이어 최근 ‘창억떡(호박인절미)’ 등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수개월 단위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 상황에서는 3년 이후 브랜드 가치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특히 업계는 과거 ‘탕후루' 열풍의 후폭풍을 대표적인 학습 사례로 꼽는다. 짧은 기간에 매장 수가 급격히 늘었다가 빠르게 사그라든 생태계를 경험하면서 매장 수 확대가 곧 기업가치 상승과 이어진다는 전통적인 프랜차이즈 평가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인수합병(M&A)을 위한 정밀실사 기간이 통상3~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그사이에도 브랜드파워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대형 유통채널의 빠른 '미투(me-too)' 전략도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변수다. 요아정이 흥행하자 편의점 업계가 단기간 내 유사한 요거트 아이스크림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가맹점 중심 브랜드의 희소성과 차별성이 빠르게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 플랫폼의 상품화 속도가 개별 브랜드의 확산 속도를 앞지르면서 브랜드의 생애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F&B M&A 시장은 반짝 인기에 기댄 디저트류보다 해외 확장성과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한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시장 안착에 성공한 맘스터치나 견고한 충성고객층을 가진 공차 등이 여전히 대형 매물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확실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유행보다는 생존력이 브랜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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