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직업이라더니… 갑질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직종, 무엇일까?

출처 : 뉴스 1

아파트 경비원
열악한 근무 조건 개선 필요
실효적 제도 개선 촉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 아파트 입주민이 자신의 차량에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경비실에서 행패를 부린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4일 밤 11시쯤 대구 한 아파트 경비실 안에 무단으로 침입한 입주민 A 씨가 혼자 근무하던 경비원 B 씨에게 대뜸 폭언과 역설을 퍼부은 뒤 힘으로 경비원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씨는 강제로 주차금지 스티커를 뺏어 경비실 업무용 모니터, 유리 창문, 냉장고 등을 주차금지 스티커로 도배했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의 차량에 경비원이 주차금지 스티커를 붙이자, 이에 앙심을 품었다고 전했다.

출처 : 뉴스 1

경비원들의 수난사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앞서 2018년에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70대 경비원을 폭행하고 숨지게 했다.

2020년에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한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서 입주자와 관리주체가 경비원에게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 등을 금지하는 공동주택 관리법(경비원 갑질 방지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근무 여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출처 : 뉴스 1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812명이던 경비원 재해자 수는 2020년 3,399명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 3,717명, 2022년 3,899명, 2023년 4,09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여기에 2023년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전국 주택관리사 41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복수 응답)에서도 88%(363명)가 부당대우를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이들 중 256명이 입주민의 폭언, 폭력을 겪었고 부당해고를 당한 이도 7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낮은 임금과 경비 외 업무, 휴가 거부 등 부당한 처우를 겪고 있음에도 쉽사리 일을 그만두기 힘들다. 경비원은 퇴직 이후에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고령층이 주로 찾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202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경비노동자 26만 9,000명 중 79.6%가 60세 이상의 고령으로 나타났다.

출처 : 뉴스 1

여기에 경비원의 경우 3개월 등 초단기로 간접 고용되는 불안한 고용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비원 5명 중 1명이 3개월마다 갱신되는 근로계약을 맺고, 5명 중 4명은 아파트에 직접 고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부분 위탁관리 회사, 경비 용역회사 등이 고용해 아파트에 배치하는 간접적인 고용 형태가 많아 근무 중 입주민의 부당 대우에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관리소장이 갑질을 하는 경우에도 소속이 달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동료들의 증언이 있어도 관리소장의 책임을 묻는 건 쉽지 않다”라며 “노동 관련 법률에서 법적 책임을 지는 건 경비원과 계약한 용역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역 계약 구조에서 입주민과 관리소장의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초단기 근로계약으로 인해 대응도 어렵다”라며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를 확대하고, 초단기 계약 근절 및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를 통한 고용불안 해소가 우선이 돼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300세대 이하 소규모 아파트는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인 점도 문제다. 이 경우에는 경비원이 수리, 주차, 택배 옮기기까지 각종 잡일을 도맡는 것은 물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출처 : 뉴스 1

한편, 지난해에는 2019년부터 경비와 미화 등 관리사무소 근무 노동자를 상대로 폭언과 욕설, 부당 지시를 일삼은 A 씨에게 피해자 1인당 최대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유의미한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는 통상적 수준보다 높은 금액의 위자료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 119’ 측에서는 “지금까지는 괴롭힘으로 피해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가 아니면 1,000만 원 이내에서 위자료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이번 사건은 민원인 갑질이 형사처벌 대상일 뿐만 아니라 2,000만 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심각한 위법행위라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