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청한 발상”이라던 수소차, 현대차는 왜 아직도 넥쏘를 포기하지 않나
일론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용 동력원으로 보는 시각에 노골적인 비판을 해왔다. 수소 연료전지를 두고 조롱에 가까운 표현까지 썼고,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실제로 지금의 시장만 놓고 보면 머스크의 시각이 완전히 황당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의 중심은 이미 배터리 전기차로 기울었고, 수소 승용차는 인프라와 가격, 충전 편의성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틈새 시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수소차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넥쏘를 완전변경했고, 승용차를 넘어 상용과 물류 쪽으로 수소 사업의 축을 더 또렷하게 옮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고집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것은 단순한 고집이라기보다 “배터리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선점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현대차가 수소를 놓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전동화의 정답을 하나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자동차 업계의 주류는 분명 배터리 전기차다.
그러나 모든 차종, 모든 운행 환경, 모든 국가의 인프라 조건을 배터리 하나로 일괄 정리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승용차, 특히 도심형 승용차에서는 배터리 전기차가 훨씬 빠르게 답을 내고 있다. 반면 장거리 운송, 높은 가동률이 필요한 물류, 충전에 오래 묶일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용차 영역에서는 아직 게임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현대차는 바로 그 틈을 보고 있다. 수소를 승용차 한 차종의 흥망으로만 보지 않고, 트럭과 버스, 물류, 생산설비, 나아가 수소 생산과 활용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전체로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수소를 배터리 전기차의 대체재라기보다, 특정 영역에서 보완재이자 별도 축으로 키우려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 왔다. 수소를 버리지 않는 이유가 “전기차가 안 되니까”가 아니라, 전기차만으로는 다 못 먹는 시장이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넥쏘의 존재는 중요하다. 수소 승용차 시장이 작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넥쏘가 현대차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한다. 넥쏘는 단순히 판매량 몇 천 대를 올리는 모델이 아니다. 현대차가 “우리는 아직 수소를 접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시장과 정부, 부품사, 인프라 사업자에게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다. 어떤 기술이든 생태계는 제품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급격히 무너진다. 넥쏘는 그 생태계를 붙들어 두는 깃발 역할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깃발이 생각보다 약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완전변경된 신형 넥쏘는 공개 직후부터 시장의 반응을 끌어냈다. 과거 넥쏘가 정책 의존형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번 2세대 모델은 상품성 자체를 상당히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5분 충전으로 700km 이상 주행거리를 목표로 내세웠고, 성능과 효율, 안전성, 공간 활용성까지 모두 개선했다. 수소차라는 이유만으로 참고 타는 차가 아니라, 적어도 상품 측면에서는 “지금 다시 살펴볼 만한 차”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신형 넥쏘는 국내 출시 초반부터 이전 세대보다 훨씬 강한 반응을 얻었다.

출시 후 석 달간 계약 규모가 6000대를 훌쩍 넘겼고, 월 판매 1000대 선을 다시 넘어선 시점도 나왔다. 수소 승용차 시장 전체가 폭발적으로 커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제 수소 승용차는 끝났다”는 식의 단정이 섣부르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줬다. 최소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신형 넥쏘가 시장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확인을 얻은 셈이다.
글로벌 판매 흐름도 비슷하다. 수소차 시장 자체는 여전히 매우 작고, 국가별 편차도 크다. 그런데 그 작은 시장 안에서 현대차는 여전히 가장 강한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니라, 사실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다. 지난해 현대차는 신형 넥쏘 효과를 앞세워 글로벌 수소차 판매 1위를 지켰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시장이 작다고 해서 선점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고 불확실한 시장일수록 끝까지 남아 있는 플레이어가 향후 규칙을 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된다. 현대차가 수소차 판매 1위라는 말이 곧 수소 승용차 대중화가 본격화됐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읽어야 한다.
지금의 수소차 시장은 아직도 불안정하고, 지역별로 성패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정책과 인프라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다. 현대차가 수소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이 이미 완성됐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확실한 승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완전히 검증된 답은 없지만, 그렇다고 답이 없다고 결론 내리기에도 이르다. 현대차는 그 중간 지점을 붙잡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시선을 승용차에서 상용차로 옮기면 현대차의 전략은 훨씬 선명해진다. 지금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보면, 국가 기준으로는 중국의 비중이 가장 크고, 중국 쪽 판매를 끌어올리는 핵심은 승용차보다 상용차다. 다시 말해 수소는 이미 승용차보다 버스와 트럭, 물류 쪽에서 더 현실적인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도 이 흐름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넥쏘를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상용과 물류 쪽에서 수소를 더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왜 상용차가 수소전기차에 더 적합하다는 말이 나올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장거리 운행이 많고, 차량이 멈춰 있는 시간이 곧 손실로 이어지며, 적재량과 회전율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충전 시간과 중량 부담이 훨씬 민감하게 작동한다.

배터리 전기차는 도심 배송이나 비교적 짧은 구간 운행에는 매우 강하지만, 장거리·고가동률 환경에서는 충전 시간과 인프라 계획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연료 보충 시간이 짧고, 차량을 오래 세워두기 어려운 사업용 운행에선 다른 계산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상용차는 승용차와 달리 운영 패턴이 비교적 정해져 있다는 특징도 있다. 물류회사, 항만, 공장, 노선버스, 기업 셔틀처럼 특정 거점과 경로를 반복하는 차량은 충전 인프라를 무작정 전국에 퍼뜨리지 않아도 된다. 거점형 충전소만 제대로 갖춰도 사업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승용 수소차는 전국 어디서든 편하게 충전해야 경쟁력이 생기지만, 상용 수소차는 주요 거점만 안정적으로 운영해도 도입이 가능하다. 수소가 상용 부문에서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수소차의 약점을 단순히 “충전 속도가 느리다”로 보는 건 정확하지 않다. 차 자체의 연료 보충 시간만 놓고 보면 수소는 오히려 빠른 편이다. 진짜 문제는 충전소 숫자, 운영 안정성, 수소 공급 가격, 대형 상용차를 감당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의 밀도와 회전율이다.
결국 수소차의 성패는 차량보다 인프라와 운영 체계에 더 크게 달려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 문제가 풀릴 경우 수소차의 장점도 훨씬 또렷해진다. 특히 하루 종일 굴러야 하는 상용차 시장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최근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확충에 더 무게를 두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승용차 보급만으로는 충전소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수소 생태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버스와 화물, 청소차, 물류차량처럼 고정 수요가 있는 차종은 충전소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수소충전소가 늘어야 차량이 팔리고, 차량이 늘어야 충전소가 버틴다는 닭과 달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국 상용 부문이 먼저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대차가 최근 보여주는 움직임도 정확히 그 방향이다.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물류에 수소전기 트럭을 투입했고, 북미 시장용 신형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도 다시 공개했다. 유럽에서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누적 주행거리가 2000만km를 넘어섰다. 이는 단순 홍보용 숫자가 아니라, 수소 상용차가 최소한 “실제로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다. 아직 대세라고 부르기는 이르지만, 실증 단계를 넘어 반복 운행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 현대차는 생산 기반까지 건드리고 있다. 울산에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생산시설을 짓기 시작했고, 이 공장은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 트럭과 버스, 건설장비, 선박까지 염두에 둔 설비로 설명된다. 다시 말해 현대차는 수소를 넥쏘 한 대의 성공 여부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소차를 둘러싼 핵심 부품, 생산 능력, 공급망, 그리고 수소 생산까지 이어지는 더 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동과 북미, 유럽 쪽에서 현대차가 수소 상용 생태계 협력을 계속 넓히는 점도 같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수소 승용차가 단기간에 대중차가 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항만 물류, 공장 물류, 대형 상용 운송, 노선형 버스 같은 분야는 규제와 탄소 감축 압박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수소의 실험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바로 그 현장들을 중심으로 수소를 계속 밀고 있다. 승용차 시장만 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상용과 물류까지 같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현대차가 수소차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넥쏘 몇 대를 더 팔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수소를 하나의 차종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물류 시스템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배터리 전기차가 승용 시장의 주류가 되더라도, 상용과 산업 현장, 장거리 운송에서 다른 해법이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가장 오래, 가장 크게 베팅해 온 기업 중 하나가 현대차다.
물론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다. 수소는 비싸고, 인프라는 부족하며, 시장 규모도 작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배터리 전기차 쪽이다. 현대차의 수소 전략이 결국 대성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제한된 영역에 머무를지는 지금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현대차가 맞을 수도 있고, 머스크의 비판이 더 넓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대차가 수소를 붙들고 있는 이유를 단순한 아집으로만 볼 단계는 지났다. 신형 넥쏘의 반응, 글로벌 판매 1위 유지, 상용차와 물류 중심의 확장, 생산시설 투자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이 전략은 생각보다 훨씬 계산적이다. 수소 승용차 하나만 보면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상용과 인프라, 밸류체인을 함께 놓고 보면 현대차가 왜 아직 이 카드를 접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수소가 미래의 주류가 될지, 특정 영역에만 남는 대안이 될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만 불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도전을 멈췄다면, 지금의 자동차 산업도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웃는 길은 대개 이미 경쟁이 끝난 길이다. 현대차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길에서 계속 판을 깔고 있다. 적어도 그 도전 자체만큼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김승현 안피디의 스포일러 | 디지털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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