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수록 더 팔렸다”…루이비통 제치고 ‘명품 1등’ 된 이 브랜드

샤넬이 마침내 루이비통을 넘어섰다. 가장 가파른 가격 인상을 단행한 브랜드가 오히려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 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가치 50’ 보고서에 따르면, 샤넬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45% 급증한 379억달러(약 53조원)를 기록했다. 전체 순위 2위, 패션 부문에서는 1위다.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루이비통은 329억 달러로 밀려나 패션 부문 2위에 머물렀다.
가격 인상이 만든 역설
샤넬의 약진을 두고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초고가 전략의 성공’을 짚는다. 브랜드파이낸스는 보고서에서 “샤넬은 트렌드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간과 유산을 소유하게 만드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샤넬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방·의류·주얼리 전반에서 수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클래식 플랩백은 일부 시장에서 1만 달러를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매장 앞 오픈런은 멈추지 않았다. 가격은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희소성의 증거’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루이비통·구찌가 주춤한 이유

반면 루이비통과 구찌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루이비통은 여전히 강력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 상승 폭은 샤넬에 미치지 못했다. 외신들은 제품 접근성이 높아진 점과 로고 중심 전략의 피로감을 요인으로 지목한다.
구찌의 하락세는 더 뚜렷하다.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24% 감소한 114억 달러, 순위는 5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한때 MZ세대의 상징이었던 구찌는 중국 경기 둔화, 젊은 층의 소비 여력 감소, 잦은 디자인 변화가 겹치며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계·뷰티는 ‘안전자산’과 ‘스몰 럭셔리’
패션 외 부문에서는 롤렉스와 겔랑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롤렉스는 브랜드 가치가 36% 상승하며 5위로 뛰어올랐다. 해외 매체들은 “구매자들이 롤렉스를 단순한 시계가 아닌, 환금성이 높은 ‘럭셔리 안전자산’으로 여기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중고 시장에서 시계는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다른 명품 브랜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겔랑은 뷰티 부문에서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톱10에 복귀했다. 수천만 원대 가방 대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명품 경험을 누리려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명품 1위는 여전히 ‘포르쉐’

전체 브랜드 가치 1위는 독일 포르쉐가 차지했다. 브랜드 가치는 411억 달러로, 8년 연속 정상이다. 패션과 자동차를 막론하고, 럭셔리 시장에서 ‘가격·성능·희소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가별로는 프랑스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디올, 까르띠에, 겔랑까지 톱10 중 6개가 프랑스 브랜드였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명품 브랜드들이 중산층이 아닌 고가층 고객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전처럼 ‘쉽게 많이 팔리는 제품’보다 희소성과 최상위 고객층을 겨냥한 전략이 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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