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니의 복귀, 다저스의 딜레마

조회 53,7422025. 3. 20.
사진 제공 = OSEN

도쿄돔에 나타난 주치의

도쿄돔에 많은 인파가 몰린다. 관중만 4만이 훨씬 넘는다. MLB 공식 개막전을 보기 위해서다. 다저스-컵스의 매치업이다.

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관계자도 많다. 특히 외과의사 한 명이 주목을 받는다. 닐 엘라트라체라는 익숙한 이름이다. 과거 류현진의 어깨를 고친 명의다. 작년에는 이정후의 수술도 맡았다.

더 유명한 환자가 있다. 이번 도쿄시리즈의 주인공 오타니 쇼헤이(30)다. 2023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의 주치의였다. 2024년 부상(왼쪽 어깨) 때도 집도했다.

기자들이 몰린다. 길지 않은 문답이 이어진다. 유수의 언론사가 이를 전했다. 대부분 일본 매체는 희망적인 시각으로 다룬다. ‘놀라운 회복 속도’, ‘다시 100마일 가능’, ‘불가능이란 없다’ 같은 긍정적인 어휘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한 곳이 예외다. 왠지 걱정스러운 논조다. 하필이면 가장 유력하다는 미디어다. 요미우리 신문이 그런 시각이다.
이런 제목이다. ‘오타니 쇼헤이 집도의, 투수 복귀에 “신중하게”…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조금 특이하다. 담당의사라면 보통 “수술 잘 됐다. 곧 좋아질 것이다”라는 말이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왼쪽 어깨 수술이 불과 4개월 전이다. 빨리 좋아졌지만, 투구 훈련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완벽한 상태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견이다. 조심하라는 말이 문제 될 리 없다. 어쩌면 보험용(?) 멘트일 지도 모른다. 혹시 재활 진도에 문제가 생기면…. 그런 상황도 고려할 법하다.

그러나 께름칙하다. 멘트의 타이밍 말이다.

사진 제공 = OSEN

전면 중단된 투구 훈련

참 공교롭다. 얼마 전이다. 다저스의 조치가 있었다. 이도류의 투구 훈련이 전면 중단됐다.

한 때는 도쿄시리즈가 복귀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었다. 그러나 가설은 일찌감치 폐기됐다. 너무 이르다는 반발이 컸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거부권이 작동됐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진도는 뺐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불펜에도 들어갔다. 구속은 94마일(약 151㎞)까지 찍었다. 5~6월이면 괜찮을 것 같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급 브레이크가 걸린다. 뭔가 이상이 감지된 것 아닌가 한다. 마운드에 오른 것은 지난달 26일이 마지막이다. 이후 일단 멈춤 상태다.

사령탑의 설명은 “휴식”이었다. “(시범경기에서) 타자로 출전이 늘어나면서, 조금 더 쉴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라는 것이다. 무슨 말이지? 풀타임을 몇 시즌이 나 뛴 선수 아닌가. 이해가 어렵다.

“명확한 스케줄은 설정하지 않았다. (타자로) 출장하는 횟수나 강도를 고려해 보면, 투수 복귀를 위한 불펜 투구를 늘려 나갈 타이밍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페이스를 떨어트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데이브 로버츠)

납득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논리는 이어진다.

“캐치볼은 문제없다. 팔 움직임도 좋다. 조금씩 앞으로 나갈 것이다. 본인의 감각을 바탕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매우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복잡한 수사를 제외해 보자. 얘기는 간단한다. 이런 관점으로 정리된다.

“투수 복귀를 위한 과정이 타격을 방해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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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선발급만 3명

LA타임스의 다저스 담당 기자다. 잭 해리스의 견해도 흥미롭다. 그는 에인절스 시절부터 이도류를 취재했다. 최근 일본 매체 넘버에 이런 견해를 기고했다.

“다저스는 겨우내 상당한 보강에 성공했다. 특히 투수력에 많은 투자를 이뤘다. 덕분에 충분한 자원을 확보했다. 따라서 오타니의 재활은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런 말이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7월 말)에 더 이상 투수 보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만큼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는 지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잉여가 느껴질 정도로 투수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 방향성으로 팀을 구축했다.” (잭 해리스)

‘부상 위험’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그게 프리드먼의 계산이다. 다치는 선수는 항상 나온다는 경험치다. 그걸 전제로 전력을 구성해야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그 결과가 현재의 구성이다. 모두가 부러워할 진용을 갖췄다.

“이미 5~6명을 가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투수진은 차고 넘친다. 당장 포스트시즌 1차전을 맡길 수 있는 수준만 꼽아도 3명이나 된다. 타일러 글래스노우, 블레이크 스넬,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이다.” (잭 해리스)

다저스는 작년 PS에도 선발 투수 없이 몇 경기를 치러야 했다. 불펜 데이로 하루하루를 넘겼다. 비록 우승을 차지했지만, 팀의 편성에 문제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그걸 해결하기 위한 보강과 영입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그 결과가 현재 상황이다. 두 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의 선발진을 갖췄다. 여기에 유력한 예비군도 준비 중이다. 클레이튼 커쇼와 투수 오타니가 복귀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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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소리

배부른 소리다. 하지만 현실이다. 당장의 구성이라면 커쇼나 투타니는 덤이다. 컴백이 반갑지만, 딱히 들어갈 자리는 마땅치 않다. 누구 한 명이 빠지거나, 등판 간격을 조정할 일이 생긴다. 로테이션에 변화를 줘야 한다. (잘 돌아간다면) 괜한 흔들림이다.

특히 오타니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타선의 비중이 크다. 핵심이고, 중심이다. 그가 빠진 라인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결과가 입증했다. 공격력 하나로 만장일치 MVP가 됐다. 압도적인 리그 최고의 타자라는 뜻이다.

오로지 팀의 관점에서 보자. 그런 전력의 집중력이 분산되면 곤란하다. 그냥 하던 대로만 잘해주는 게 최상이다. 뭔가를 더 하려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건 전략적인 방향이 아니다. 그게 다저스의 딜레마다.

반면 본인은 확고하다. 타자, 투수.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다. 목표가 확실하다. 이도류는 외면할 수 없다. 신념이자, 이상이며 약속이다.

“(베이스 루스와 비교되는 점에 대해) 내가 존경하는 선수와 함께 언급되는 것은 무척 특별한 일이다. 야구하는 어린이들이 ‘오타니처럼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나름의 가치를 추구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도전이다. 그건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부상이나 슬럼프는 어쩔 수 없다. 감수해야 할 위험이다.

반면 팀은 다르다. 냉정한 조직이다. 결과가 필요하다. 전체의 승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모두가 기다리는 투수 오타니의 복귀다. 그런데 과연 다저스도 같은 심정일까. 반갑고, 기다려질까. 하는 궁금증이다. 어쩌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두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다저스의 팀 닥터이기도 하다. 로버츠 감독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언급은 그런 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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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WAR (Baseball Reference)

2021년 = 9.1 (4.1+4.9)

2022년 = 9.6 (6.2+3.4)

2023년 = 10.1 (3.9+6.1)

2024년 = 9.2 (0.0+9.2)

괄호 안은 (투수+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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