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세 손아섭이 다시 한번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KBO 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의 주인공인 '검객' 손아섭은 지난 겨울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1차 FA에서 98억원, 2차 FA에서 64억원을 받았던 그가 3차 FA에서는 고작 1억원이라는 초라한 계약금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현역감을 물씬 풍기고 있다. 타율 0.417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NC전에서 작렬한 3안타의 위력

23일 대전에서 열린 NC전에서 손아섭은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4타수 3안타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불방망이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는 NC 선발 김태경에게 좌익수 뜬공으로 아쉽게 물러났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갔다.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김태경의 초구 141km 직구를 정확히 포착해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4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서서 손주환과의 대결에서 볼카운트 2B 상황,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143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우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6회말 좌완투수 임정호와의 승부에서도 초구 121km 스위퍼를 밀어쳐 좌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유격수가 간신히 잡았지만 안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화는 손아섭의 대주자로 최인호를 투입했고, 손아섭은 3개의 안타를 남기고 만족스럽게 벤치로 향했다.
해설위원도 인정한 여전한 실력

이날 중계를 담당한 이대형 해설위원은 손아섭의 플레이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1회초 우익수 수비에서 신재인의 강한 타구를 호수비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완벽한 스타트와 포구 자세, 미끄러지면서도 부드럽게 처리하는 움직임이 여전히 좋다고 평가했다.
4회말 우전 안타를 친 후에는 더욱 구체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공이 서 있는 느낌이 있고 여전하다며, 다리를 들었을 때 공이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니까 방망이만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무리가 없는 타격으로 정확한 타격을 했다며 죄다 안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범경기 전체 성적도 인상적

손아섭은 시범경기 6경기 출전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2타점이라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두산전에서도 선발 출전해 2루타 2방을 작렬하며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시범경기 성적이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타구 내용을 보면 여전히 날카롭고 정확한 타격 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혹독했던 지난 겨울의 시련

손아섭에게 2026시즌 준비 과정은 그 누구보다 혹독한 시간이었다. 커리어 세 번째 FA 권리를 행사했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1차 FA 때 4년 98억원으로 롯데에 잔류했고, 2차 FA 때는 4년 64억원으로 NC에 이적했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지난해 우승 청부사로 기대를 모으며 전반기 트레이드 마감 직전 NC에서 한화로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2025시즌 후반기 35경기에서 타율 0.265(132타수 35안타) 1홈런 17타점 OPS 0.689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한화가 2026시즌 대권 도전을 목표로 외부 FA 시장에서 강백호를 4년 100억원에 영입하면서 지명타자 롤이 겹치는 손아섭은 자연스럽게 전력 구상에서 핵심이 아닌 위치로 밀려났다. FA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지난 2월 5일 연봉 1억원 단년 계약으로 한화에 잔류하게 됐다.
개막 엔트리 진입 가능성 높아져

FA 계약 문제로 지난달 초까지 개인 훈련을 이어가며 2군 스프링캠프에 뒤늦게 합류했던 손아섭이지만, 현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주문에 맞춰 외야 수비까지 착실하게 해내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타격은 물론 외야 수비도 안정적으로 소화하면서 코칭스태프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144경기라는 긴 여정을 앞두고 있는 한화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뎁스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게 손아섭 같은 경험 많은 베테랑의 존재는 분명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멀게만 보였던 개막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을 뒤로 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손아섭의 부활이 한화 우승 시나리오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