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찍고 고가폰 : 애플 넘은 샤오미의 '출사표' [IT+]

이혁기 기자 2024. 10. 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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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2분기 애플 제친 샤오미
대표 모델 집중 전략 성공
중저가폰 시장서 영역 넓혀
올초 일본 흥행 우연 아니야
플래그십 신모델 론칭 예정
샤오미 돌풍 삼성까지 이어질까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샤오미'가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지난 9월 18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스마트폰 시장 2분기 점유율에서 샤오미가 애플을 누르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샤오미가 점유율에서 애플을 앞선 건 2021년 2분기 이후로 3년 만이다. 이젠 삼성전자도 샤오미의 질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못할 듯하다.

샤오미가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애플을 앞지렀다.[사진=샤오미 제공]

"샤오미는 대표 모델 밑으로 다양한 후속 모델을 내놓는 대신, 대표 모델 하나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여기에 기존 시장 입지를 다지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등 마케팅에 활력을 더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타룬 파탁 디렉터는 '샤오미 돌풍'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샤오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는 건데, 또다른 이유도 있다. 계절적 요인이다. 매년 하반기에 신상품을 출시하는 애플에 2분기는 판매량이 가장 저조한 '우울한 시기'다. 이런 빈틈을 샤오미는 '대표 모델'로 파고들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 편견과 현실=한편에선 샤오미의 질주를 '반짝 성공'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보긴 힘들다. 샤오미의 돌풍을 예고하는 시그널은 올해 초부터 곳곳에서 감지됐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샤오미 세계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11.0%) 대비 3.0%포인트 상승한 14.0%를 기록했다. 삼성전자(20.0%)나 애플(17.0%)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중저가폰 경쟁이 치열한 인도에서 두각을 보였다. 샤오미의 2분기 인도시장 점유율은 15.0%(2023년)에서 18.9%로 3.9%포인트 올랐다(카운터포인트). 반면 업계 1위였던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4%에서 18.1%로 소폭 하락하면서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애플 마니아층이 두꺼운 일본에선 놀랄 만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샤오미의 일본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9.0%나 증가했다. 그 덕분에 2분기 시장 점유율 부문에서 샤오미는 애플(56.0%)과 구글(12.0%)에 이어 3위(6.0%)에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샤오미가 상위 5위 안에 들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주목할 만한 성적표다. 이런 와중에 올 2분기 글로벌 점유율에서 애플마저 앞질렀으니, 샤오미의 흥행을 '우연'으로 치부하긴 곤란하다.

■ 치밀한 전략의 성공=언급했듯 샤오미가 내세운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접어서 쓰는 폴더블폰이나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고가 스마트폰에 치중할 때, 샤오미는 20만~30만원대 저가형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지난 1월 공개한 스마트폰 '포코X6 프로'가 대표적이다. 국내서 34만8990원~39만8990원에 판매 중인 이 모델은 웬만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못지않은 성능을 뽐낸다. [※참고: 포코X6 프로의 스펙에 관해선 더스쿠프 통권 612호 '일본서 삼성전자 잡은 샤오미, '삼성 안방'노리다'에서 자세히 다뤘다.]

[자료 | 카운터포인트, 참고 | 2분기 기준, 사진 | 연합뉴스]

전략적 성공을 거둔 샤오미의 전망은 꽤 밝은 편이다. 무엇보다 애플이 최근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사전예약을 시작했던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6 판매량이 이전보다 못할 것이란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미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이폰16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5.0% 감소할 것"이라면서 "애플이 아이폰16 반도체 주문량을 지난해 대비 300만대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미래가 담보된 것도 아니다. 애플처럼 플래그십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찬스가 돌아온 건 사실이지만, 이 업체의 신제품도 인기가 신통치 않다. 지난 7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6'와 '갤럭시Z 플립6'의 국내 사전 판매량은 91만대로, 전년 동기(102만대) 대비 11만대 감소했다. 전작보다 가격을 8만~24만원 인상했고, 이전 모델과 비교해 성능 면에서 눈에 띄는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 플래그십 출사표=기세를 몰아 샤오미는 조만간 플래그십 라인업인 '샤오미14 시비(Civi)'를 출시한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출시한 '시비4 프로'의 리브랜딩 버전으로 구체적인 가격이나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샤오미14 시비'가 세계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구축한다면, 애플과 삼성이란 스마트폰의 두축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진의 늪에 빠진 애플도, AI폰으로 변곡점을 만들어낸 삼성전자도 안심할 순 없다는 거다.

샤오미 관계자는 "보급형 모델 판매에 머물지 않고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 국가도 적극 늘릴 계획"이라면서 "한국 시장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좁쌀' 샤오미의 돌풍은 이어질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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