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없는 일반의… ‘의사도 못 믿는 의사’ 넘친다[유명무실 전문의 제도]

권도경 기자 2024. 1. 17. 11: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건선과 발진 등 흔한 피부질환을 치료하지 않는 1차 의료기관이 늘어나 '만원'짜리 급여 환자들이 기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사라지면서 일반의료체계가 망가지고 있다.

의사 면허를 따자마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문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환자를 진료하는 일반의(GP)가 진입 장벽이 낮은 피부미용과 미용성형에 몰리면서 의료 상업화가 심해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유명무실 전문의 제도
개원한 일반醫 86%가 피부과
수입 높고 진입장벽 낮아 쏠림
상업화 탓 진료비 1.6배로 증가
수련 의무화 등 법제화 절실해

#1. 서울 서초구에 사는 40대 의사 A 씨는 얼마 전 무좀을 치료받기 위해 강남 일대 피부과를 서너 군데 들렀지만 진료를 받지 못했다. 간판에는 ‘피부과’로 쓰여 있었지만 보톡스와 필러 등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미용 시술만 하는 병원이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간신히 찾은 피부과 한 곳에서 비급여인 비싼 연고를 처방받았지만 왠지 찜찜했다. 그는 “과잉진료와 비급여 항목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며 “의사도 의사를 못 믿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 2. 서울 강남구에 사는 40대 여성 B 씨는 최근 주방에서 깨진 그릇에 오른발을 베였다. B 씨는 집 인근 피부과와 성형외과, 외과 등에 전화를 걸어 치료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급여 진료를 보지 않는다”란 답만 돌아왔다. 결국 B 씨는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6시간 기다린 끝에 7바늘을 꿰맸다.

최근 건선과 발진 등 흔한 피부질환을 치료하지 않는 1차 의료기관이 늘어나 ‘만원’짜리 급여 환자들이 기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사라지면서 일반의료체계가 망가지고 있다. 의사 면허를 따자마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문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환자를 진료하는 일반의(GP)가 진입 장벽이 낮은 피부미용과 미용성형에 몰리면서 의료 상업화가 심해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일반의 의원 진료비는 지난 2017년 2조5455억 원에서 2022년 4조1105억 원으로 1.6배로 늘었다.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원한 일반의원 86%가 ‘피부과’를 택했다. 보톡스와 필러, 레이저 등은 의료법상 의사들만 할 수 있어 기업형 피부미용·미용성형 의원들은 일반의를 월급 1000만 원대에 뽑아 시술을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수련을 받지 않아도 수억 원대 연봉을 쉽게 버는 일자리가 많다 보니 ‘어려운 길(전문의 취득)’을 가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의료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1~2년간 수련을 마친 후에 환자를 독립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정책 기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