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보호구역 처음 듣는데?”… 노인 위한 ‘실버존’은 없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고 노인보호구역 이유? 그건 또 처음 들었네…"
11일 오후 1시경 대전 서구 가장동 한민시장 인근에서 만난 임모(83) 씨에게 노인보호구역(이하 실버존)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날 만난 대부분 노인들은 실버존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무슨 보호가 된다는 건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임 씨는 "경로당 앞 골목이 좁은데 주차된 차들은 많고, 차 한 대만 지나가도 노인들은 겁먹고 멈춰 설 수밖에 없다"며 "노인보호구역이라고 하는데 인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 씨 얘기처럼 시장 근처 이면도로는 시장을 방문하려는 차들의 통행이 잦았는데, 도로 폭이 협소하고 주정차 차량이 많아 원활한 양방향 통행이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러는 사이 노인들은 골목 가장자리로 밀려 멈춰 서거나 아슬아슬하게 피해 보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좁은 도로에서 천천히 주행하는 차량들 사이로 이륜차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한 노인이 화들짝 놀라 이륜차 운전자에게 소리치는 상황도 목격했다.
이러한 상황은 도마동에 있는 도마큰시장의 노인보호구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보행자 많고 도로가 좁은 시장 안 도로에서는 대부분의 차량이 서행하는 반면, 바로 옆 왕복 2차선 도로에선 같은 실버존임에도 제한속도인 30㎞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설치된 보행자 방호 울타리 등은 찾아볼 수 없었고, 노인 등 보행자들은 무단횡단을 일삼기도 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도마1동 노인보호구역 반경 300m에서 9건의 인적피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모두 65세 이상이었다.
이밖에 대전시 내 노인 보행 교통사고는 지난해 343건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21년(296건) 대비 15%가량 증가한 수치다.일각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통안전 교육을 확대해 노인 스스로 안전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마큰시장에서 만난 70대 노인 한모 씨는 "아마도 바로 단속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시설을 보강하는 것들은 힘들지 않겠나"며 "최근에 복지관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통안전 교육을 들었는데, 이런 것들이 노인들한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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