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발 '휴학도미노' 이어질까"…교육부, 오늘 대규모 현장감사
내년 7천500여 명 함께 수업들을 수도…학사 대책 고민해야
서울대 의과대학이 처음으로 학생들의 휴학계를 일괄 처리한 가운데, 다른 의대들도 휴학을 승인할지 주목됩니다.
서울대와 같이 의대 학장이 휴학을 승인할 수 있는 의대가 절반가량이어서, 이들 의대를 위주로 휴학계 처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육부는 강력한 대응에 나서 오늘(2일) 오후 바로 감사에 착수하기로 한 가운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을 예고합니다.
한편에선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미 7개월 이상 이어진 상황에서 올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현실적으로 내년 7천50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내년 2월까지 짧은 기간에 1년 치 과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인데,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의대 학장이 휴학계를 처리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승인된 휴학 규모는 700여 명으로 알려졌는데, 서울대 의대 정원(학년당 135명)을 고려하면 대부분 학생의 휴학이 승인된 셈입니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자가 총장이 아닌 각 단과대 학장에게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학들로 휴학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습니다.
보통 대학 총장들은 학교 위상이나 의대 교육의 효율성, 지역의료 수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마찬가지로 증원 필요성에 공감해왔습니다.
'의대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의대를 운영한다는 것은 대학 명예와 위상에 공공연하게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특히 '지방대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비수도권 대학에서 의대 운영이 미치는 영향력은 컸습니다.
이 때문에 대학 총장들은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교육부 입장에 동의해왔습니다.
반면 의대 교수 출신인 의대 학장들은 의학 교육 질 저하를 가장 우선하며 증원 정책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제자들과 직접 부딪쳐야 하는 의대 학장 특성상 제자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유급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일부 의대의 경우 유급을 1∼2회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제적시킵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총장보다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 권한이 있는 대학이 집단 휴학을 승인하는 '반기'를 들 가능성이 더 큰 것입니다.
다른 의대들로 휴학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에 교육부는 이날 오후 바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고 감사인단도 12명으로 대규모로 꾸려졌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한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입니다.
교육부는 전날 서울대 의대의 휴학 처리에 대해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말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계를 제출한 이후 "동맹 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며 휴학 승인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를 어기고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등교육법에는 교육부 장관은 학교가 학사 등과 관련해 법령을 위반하면 총장에게 시정·변경을 명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총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시정·변경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반 행위를 취소·정지하거나 학생모집 정지, 정원 감축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육부가 휴학 취소 명령을 대학에 직접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휴학 관련 최종 권한은 기본적으로 대학 총장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사항을 위반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기 때문에 서울대가 어떤 조치를 받을지는 모른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다른 대학들은 서울대 감사 결과를 주시하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 결정이 갑작스럽다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의대를 운영하는 서울 지역 한 대학 총장은 "우리 학교만 독단적으로 결정할 것은 아닌 것 같고, 11월 말까지는 지켜볼 계획"이라며 "서울대 의대는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대학 관계자 역시 "정부 당국에서 휴학을 승인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상황이고, 정부 방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서울대가 갑자기 휴학을 승인한 것이 의아한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여전히 휴학 승인을 고민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내 의대 관계자는 "(휴학 승인 여부를) 고민 중"이라며 "한쪽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여전히 동맹 휴학 승인은 안 되며, 지난 7월 마련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생들이 복귀만 한다면 유급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서울대 사례처럼 물리적으로 학생들을 진급시키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휴학 승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내년 신입생과 올해 휴학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 휴학이 승인될 경우, 내년에는 증원된 의대 신입생들과 합쳐 약 7천500명가량이 한꺼번에 의대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학사 운영과 관련해 추가로 필요한 대책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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