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베이비돌 드레스는 보수주의에 대항하는 문화적인 요소로 여겨져왔지만, 오늘날 2023 봄-여름 컬렉션과 공포 영화에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와 청키한 힐로 가득한 Y2K 패션과 브라츠 인형의 시대가 돌아온 이후, 그다음으로는 발렌티노(Valentino)의 핑크 PP(Pink PP)를 필두로 한 짤막한 바비코어(Barbiecore) 시대가 뒤를 이었다. 물론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곧 개봉을 앞둔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의 영화 ‘바비(Barbie)’와 미니스커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반적으로 이번 2023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장난감 상자를 파헤쳐 이를 재해석하려는 패션 브랜드들의 시도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 릭 오웬스(Rick Owens), 베르사체(Versace),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 로에베(Loewe), 루도빅 드 생 세르냉(Ludovic de Saint Sernin)의 컬렉션에는 어딘가 소름 끼치는 빅토리아 시대 인형의 풍성한 베이비돌 드레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선보인 베이비돌 드레스는 기존에 사람들이 떠올리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이들이 빚어낸 드레스는 애나벨(Annabelle)의 옷보다 아름답고, 영화 ‘메건(M3GAN)’ 속 인형이 걸친 옷보다 훨씬 더 세련된 드레스였다.
사실 베이비돌 드레스의 재림은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다. 베이비돌이라는 이름은 1940년대에 성행했던 엠파이어 컷에서 비롯되었다. 디자이너 실비아 페들러(Sylvia Pedlar)는 전시상황 속에서 직물이 부족했던 나머지,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의 헐렁한 옷에서 영감을 얻어 짧은 헴라인의 편안한 란제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베이비돌이라는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머지, 베이비돌이라는 단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베이비돌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가 각본을 맡은 영화 ‘베이비돌(Baby Doll, 1956)’로 인해 본격적으로 하나의 단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영화 속에는 귀여운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19살 소녀가 등장하는데, 그는 결혼할 수 있는 나이인 20세가 되기 전까지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자야만 했을 정도로 어린아이 취급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이후 1950년대 후반에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가 베이비돌 드레스에 레이스 원단을 더해 하나의 상징적인 룩을 완성해냈다. 위베르 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는 베이비돌의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소녀다운 디테일만을 제거해, 헐렁한 색드레스를 만들어냈다. 그는 “더 이상 천과 갑옷에 종속되지 않은 해방된 여성을 꿈꿔왔다.”라며,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몸을 여유롭게 감싸는 옷 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 이르자, 트위기(Twiggy)와 같은 아이콘은 베이비돌 드레스를 남성적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코트니 러브(Courtney Love)는 베이비돌 드레스에 90년대 특유의 치기 어린 미학을 결합해 한 차례 붐을 일으켰다. 록 스타로서 그만의 익살스러움을 더해, 기존에 베이비돌 드레스가 지녔던 달콤하고 순수한 의미를 향해 당당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인 것이다.

당시 그의 발칙한 무드는 가히 사람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미드햄 커츠호프(Meadham Kirchoff)는 2012년 봄-여름 컬렉션 ‘A Wolf In Sheep's Clothing’에서 코트니스러운 실크 베이비돌 드레스에 메리 제인과 파스텔 타이츠를 매치했다. 미우미우(Miu Miu)는 201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베이비돌 드레스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어둠을 조명했다. 프라다(Prada) 여사는 그런지룩과 함께 순수한 파스텔톤 베이비돌 룩을 선보였다. 이는 당시 보수주의를 향한 정치적인 움직임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당시 임신 중이었던 리한나(Rihanna)가 디올(Dior)의 2022년 가을-겨울 쇼에 얇은 튤 베이비돌과 함께 레이스 끈 팬티, PVC 부츠, 가죽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등장했다.
이처럼 미국부터 이란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정치적인 현상에 반응하며 2023년 봄-여름 런웨이에 베이비돌 드레스를 선보이는 현상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진정한 여성다움과 모성에 관해 탐구하고 있으며, 전 세계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는 늘 반항아를 사랑해왔다.” 도나텔라(Donatella)는 전복적인 여성성을 표현한 베르사체의 2023년 봄-여름 컬렉션의 쇼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감에 차 있으며 똑똑하고, 동시에 디바인 여성. 그는 가죽과 스터드, 닳은 데님에 쉬폰, 저지, 티아라를 매치할 줄 아는 여성이다!” 런웨이에서 모델은 마치 방구석에서 막 주워 입은 것만 같은 레이스 베이비돌 드레스에 검은색 네일과 네온 인디 슬레이즈 베일, 레이스 장갑, 문신이 비치는 얇은 스타킹을 매치했다.
릭 오웬스(Rick Owens)는 지난 2022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지극히 디스토피아적인 장면에 이어, 이번 2023년 봄-여름 쇼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종말론적인 미학을 유지함과 동시에 여성이 지닌 희망과 재탄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런웨이에 등장한 경쾌한 핑크색과 노란색의 얇은 튤 엠파이어 미니스커트는 베이비돌 드레스를 연상시켰다. 이번 컬렉션은 편협한 미학적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범위의 다름을 인정하도록 격려하자는 릭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로에베(Loewe)의 2023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스트라이프 폴로 톱과 작은 트러피즈 스커트처럼 실루엣에 변형을 준 베이비돌 룩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현실과 환상 간의 경계와 과연 이것이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한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탐구를 엿볼 수 있었다.
떠오르는 파리의 디자이너 브랜드 올인(All-In)은 ‘Debutante’ 컬렉션에서 틴셀 스트립을 크리스마스 장식을 연상케 하는 베이비돌 드레스로 탈바꿈시켜, 고등학교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는 10대 소녀의 꿈과 환상을 표현해냈다.

보수주의를 향한 전 세계의 움직임 속에서 여성에 이어 또 다른 표적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젠더 표현과 성 정체성, 퀴어이다.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의 2023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모든 모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베이지색 베이비돌 드레스를 입은 채 빅토리아 시대 인형의 섹시한 버전을 선보이며, 기존의 제한적인 젠더 규범에 반기를 들었다.
현대에 들어 베이비돌은 드랙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도 했다. 1940년대 스타일의 란제리 드레스인 베이비돌은 무려 8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여전히 여성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전통적인 ‘여성다움’을 상징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눈여겨볼 만한 베이비돌 룩은 머지않아 개봉할 영화인 메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드햄 커츠호프가 말한 바와 같이 메건은 양의 탈을 쓴 늑대나 다름없다. 어린 소녀들에게 상냥하고 순진한 본보기가 되도록 프로그래밍된 로봇은 왕따 주동자들을 살해할 뿐만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향해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한다. 가히 코트니 러브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베이비돌의 대범한 행보이다.

에디터 Tom George
디지털카메라의 전성기가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