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선거운동복은 가라... 이젠 '메시지 담은 티셔츠' 입는다
장동혁, '커피 한 잔의 자유' 앞치마 입어
김상욱, 지난달 방검 셔츠 입어 화제 모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일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과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 유세에서 '국민의힘 2번 오세훈'이라고 적힌 빨간 점퍼 지퍼를 열고 '글로벌 TOP 3'라고 적힌 티셔츠를 내보였다. 그는 "얼마나 이 목표를 달성하고 싶으면 이렇게 가슴팍에 써놓고 다니겠냐"며 자신에게 서울시를 한 번 더 맡겨줄 것을 호소했다.
통상 후보자 등이 입는 선거운동복에는 당을 상징하는 색을 바탕으로 해 후보 이름과 기호, 정당 명 정도만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기존 선거운동복과 달리 후보의 공약이나 메시지를 담은 문구들이 눈에 띄고 있다. 여러 마디 말보다 선거운동복에 적힌 구호로 유권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후보의 주요 메시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다.
오세훈은 공약 각인, 장동혁은 정부·여당 비판
오 후보의 이 같은 티셔츠 문구를 통한 유세는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내 집 앞 10분 전철역' 교통 공약을 발표하면서 '170·7·83'이 적힌 티셔츠를 선보였다. 서울 170여 개 동에 7개 노선, 83개 역을 만들어 서울 어느 곳이든 역세권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또 오 시장을 겨냥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안전불감증' 주장에는 '170·7·83'이 적힌 스티커를 떼고 '0%' 글자를 붙이기도 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서울의 지하철 사망률이 0%대라고 알리며 상대 후보의 안전불감증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578'라는 숫자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유세를 펴기도 했다. 서울 시내 578개 재건축·재개발·모아타운 등 정비구역 사업에 속도를 내 2031년까지 31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한 것이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세에서 수치를 말로만 전달하다 보니 전달력이 약한 것 같아 '글로벌 TOP 3'나 '578'과 같은 숫자를 티셔츠에 붙이게 됐다"며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유세를 다니며 '커피 한 잔의 자유'라고 적힌 빨간색 앞치마를 입었다. 그러면서 "커피 한 잔의 자유, 6월 3일 기호 2번 국민의힘으로 투표해주십시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비판한 문구였다.

김상욱 방검셔츠도 화제... "프레임·슬로건 강조 효과"
민주당에서도 티셔츠로 유권자 관심을 끈 사례가 있다.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는 지난달 방검셔츠를 입은 모습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김 후보는 당시 "테러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며 착용한 회색 방검셔츠를 보여줬다. 그는 "제가 다칠까 봐 두려워서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망설인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더 안전하게, 조심하면서 더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시민이 테러리스트냐"라고 비판했지만, 김 후보 지지층에선 "꼭 당선돼야 한다"는 응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구가 의미 있는 유세복을 입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을 확대하고 자신의 슬로건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그런 수치나 발언을 강조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프레임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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