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나 좀 풀어주세요”… 해양 생물 목숨 옭아매는 ‘바닷속 덫’
남방큰돌고래 몸에 낚싯줄 감긴 채 발견되기도
낚싯줄·폐어구에 걸려 죽는 해양생물 매년 발견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요즘 라노는 바다까지 발을 넓히는 중이죠. 최근에는 돌고래, 바다거북 등 많은 친구들이 생겼는데요. 지느러미로 파도를 힘차게 박차고 나가는 모습과 햇살에 반짝이는 눈동자가 매력적인 친구들이에요. 그런데 최근 아픈 친구들이 많아요. 다들 버려진 어구와 낚싯줄 때문에 크게 다쳤어요.
“눈앞에 물고기가 지나가서 ‘이게 웬 떡이냐!’하고 한입에 집어삼켰어요. 물고기를 먹을 때는 몰랐는데, 몸이 점점 이상해지더라고요. 소화가 안되고 배가 참을 수 없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제 몸속에서 항문 쪽으로 무언가가 길게 빠져나왔는데 몸속에 깊게 박힌 듯 완전히 빠지지는 않았어요. 그때 직감했죠. 뭔가 잘못됐다.”
지난 4일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푸른바다거북 ‘대한이’가 낚싯줄에 몸통이 관통된 채 발견됐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운진항 인근 수심 16m 수중에서 다이빙을 하던 잠수부가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던 어린 거북이를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몸길이 42㎝인 서너 살로 추정되는 새끼 거북이었죠. 대한이의 꼬리 쪽에서는 낚싯줄이 길게 빠져나온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버려진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먹었다가 낚싯줄이 몸속을 관통해 항문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대한이는 결국 지난 7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대한이의 경우 낚싯바늘은 기도에 걸려 빠지지 않고 낚싯줄만 몸속을 관통해 항문으로 빠져나온 상태였습니다. 낚싯줄이 몸속을 통과해 항문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내장이 서로 꼬이고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내장 대부분에서 괴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이 꼬여서 찢어진 부분도 있었죠. 장이 꼬이면 거북이는 쇼크사하게 됩니다.” 대한이의 부검을 진행한 아쿠아플라넷 제주 홍원희 수의사는 거북이는 먹으러 찾으러 폐어구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헤엄을 치는 도중 낚싯줄과 폐어구에 얽히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에 옮겨져 치료를 받은 바다거북이 10여 마리에 이르는데, 대부분 낚싯줄과 폐어구에 걸려 다친 상태였다고 합니다.
“어느 순간 제 몸에 줄이 둘둘 감겨있었어요. 주둥이부터 꼬리까지 옭아맨 낚싯줄은 처음에는 답답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을 더 힘들게 했죠. 살이 벗겨지는 것은 물론, 헤엄도 잠수도 잘 할 수 없게 됐어요. 엄마를 따라다니기 힘들 정도로요. 점점 무리에서 고립되고 무기력하게 떠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낚싯줄 때문에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요?”
지난해 11월에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낚싯바늘과 낚싯줄에 감긴 채 발견됐습니다. 제주 종달 근처에서 발견된 어린 돌고래는 꼬리에서 주둥이까지 낚싯줄에 얽히고설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종달이는 태어난 지 아직 1년이 안된 새끼 돌고래로 꼬리 뒤까지 길게 늘어져 있는 낚싯줄에, 가득 붙어있는 해조류까지 감당하는 것을 버거워했습니다. 해조류에는 ‘양성부력’이 있어 위로 떠오르는 효과가 있는데 종달이는 아직 어려서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잠수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해조류가 무겁게 들러붙어 있어 헤엄을 치는 것도 어렵게 했죠.
“종달이가 같은 무리들이 빨리 헤엄칠 때 따라가지 못하고, 영양 상태가 나빠져 다른 돌고래들과 같이 지내는 것을 힘들어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죠. 물에 힘없이 둥둥 떠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 곳으로 빙빙 돌기만 하는 정형행동도 포착됐고요. 움직임이 매우 둔화돼 어미와 같이 헤엄치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종달이가 곧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급히 낚싯줄 제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종달이에게서 일부 수거한 낚싯줄은 길이 250cm, 무게 196g이었죠.” 핫핑크돌핀즈 조약골 공동대표는 종달이의 꼬리와 몸통, 입에도 낚싯줄이 남아있어 추가적인 구조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돌고래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아 해안가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낚싯줄 주변으로 헤엄치거나, 먹이로 착각해 접근했다가 걸리는 경우가 많아 낚싯줄과 폐어구 때문에 죽거나 다치는 남방큰돌고래가 매년 한 마리씩은 발견된다고 말했죠.
낚싯줄과 폐어구에 걸려 죽거나 다친 돌고래와 거북이는 매년 발생합니다. 지느러미 등이 잘린 채 살아남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잘리기 전에 감염과 영양실조 등으로 폐사합니다.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수중에서 폐사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돌고래와 바다거북이 낚싯줄과 폐어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두 그물을 바다에 그냥 버리고 가는 선박과, 낚싯줄이 걸리면 끊어서 바다에 버리고 가버리는 낚시꾼 때문입니다. 사람이 쓰다 버린 해양 쓰레기가 바닷속의 덫으로 변해 수없이 많은 해양 생물들의 삶을 빼앗고,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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