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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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구분 짓기 어려운 트레킹과 하이킹, 등산의 차이부터 트레킹의 유래와 정의, 효과까지. 트레킹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사진=월간 아웃도어

트레킹의 유래와 정의
2007년 제주 올레길 1코스 개통 후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 수많은 도보여행길이 등장하며 대한민국은 도보여행 열풍이 불었다. 이때부터 ‘트레킹’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삶 속 깊이 스며든다. 등산로 혹은 도보여행길이라 불리던 길들은 ‘ㅇㅇ트레킹’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고 ‘등산’만큼이나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널리 쓰이는 단어임에도 그 유래나 역사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트레킹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이주한 유럽인, 보어Bore인들이 달구지를 타고 10km~40km 거리를 집단 이주하던 것에서 유래됐다. 네덜란드가 케이프 지역을 식민지화하면서 일부 네덜란드인들이 케이프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고 보어인들 역시 그중 하나였다. 트레킹이라는 단어 또한 ‘이동’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Trek’에서 비롯됐다. 보어인들은 200여 년간 케이프 지역에 정착해 살았으나 1814년 영국이 케이프 지역을 점령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결국 영국인들의 지배를 벗어나고자 북동쪽으로 대규모 이주하게 되는데, 이런 슬픈 사연이 바로 트레킹의 유래가 됐다.
현대 사회에서 사용하는 ‘트레킹’은 대규모 이주가 아닌, 긴 거리의 도보여행을 일컫는다. 어림잡으면 등산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 주로 산이나 바다, 섬 등의 자연 풍광을 즐기면서 하루 15~50km 정도를 걷는 여행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 사회단체 한국트레킹클럽이 처음 결성됐으며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가 1991년부터 매월 정규 트레킹클럽을 이끌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오지를 모험하는 형태의 해외 트레킹과 달리 주로 역사 유적지나 섬 여행 등을 주제로 하는 테마 트레킹이 발전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산야 국가인 네팔에서는 해발 5천 m 이상의 산을 오르는 것을 ‘등산’, 해발 5천 m 이하의 산을 오르는 것을 ‘트레킹’이라 칭하며 두 레저 스포츠를 구분한다. 뉴질랜드에서는 트레킹을 ‘트램핑tramping’이라 부르기도 한다.

트레킹vs등산vs하이킹
주말을 맞아 인왕산을 찾았다. 이를 두고 등산이라 해야 맞을까, 트레킹이라 해야 맞을까, 그것도 아니면 하이킹일까. 정답은 인왕산을 오르는 이에게 달려있다. 정상에 오를 목적이라면 등산이, 인왕산의 경치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트레킹이, 걸으며 힐링하기 위해 찾았다면 하이킹이다. 이처럼 트레킹과 등산, 하이킹은 겉에서 보면 비슷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등산은 이름 그대로 산을 오르는 활동이다. 트레킹이나 하이킹과는 달리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주된 목표. 목표 지점에 닿는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대체로 사전 준비가 필요하며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를 미리 숙지해야 하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체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체력과 지구력이 갖춰져야 한다. 또한 산이나 날씨 상황에 따른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반면 트레킹의 주된 목적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걷는 동안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걷는 것이 핵심. 시간과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연을 만끽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까다롭지 않다. 처음 방문하는 곳이나 산 속속들이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등산보다는 트레킹이 제격이다.
하이킹은 트레킹보다 훨씬 가벼운 개념이다. 단순히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가볍게 걷는 행위도 하이킹이라 칭한다. 산을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산책, 나들이도 하이킹에 포함될 수 있는 것. 하이킹은 특정 코스를 따라 걷는 경우가 많고, 주변 자연을 즐기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나설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트레킹은 자연을 즐기며 여유롭게 걷는 여행이며, 하이킹은 일상에서 벗어나 가볍게 자연을 만끽하는 활동이고, 등산은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전적인 스포츠인 셈이다.

트레킹 잘 하는 법
트레킹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도, 체급을 나눌 필요도 없는 레저 스포츠다. 서두르거나 애쓰지 않고 그저 자연의 품 안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힐링을 만끽하면 그만. 그러나, 그런 트레킹에도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
트레킹에도 기술이 있다. ‘걷기’가 바로 그것. 일상생활에서는 평지를 걷는 수평 이동이 대부분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일수록 경사가 심하거나 울퉁불퉁한 흙길이 많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다리에 근육통이 생기기 마련. 평소 도시에서 걷는 길이 보다는 짧은 거리로 코스를 설정하고, 긴 거리로 차츰 늘려가는 것이 좋다. 점차 고통은 줄어들고 산행은 수월해지면서 자신의 몸에 맞는 걷기 습관을 익히게 될 것이다. 평평하지 않은 트레킹 코스를 걸을 때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바닥 전체로 지면을 밟는 것이 안전하다. 오르막길에서는 보폭을 작게 하여 천천히 걷고, 나무나 바위 모서리와 같은 지형지물을 지탱하면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이때 뿌리가 약한 나무나 물기가 있는 바위는 피해야 한다. 오르막길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내리막길이다. 등산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고가 하산 경사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리막길을 걷는 기본적인 방법은 몸을 약간 앞으로 굽힌 채 발은 신발 전체로 지면을 누르듯이 착지시키는 것. 경사가 심하면 가속도가 붙어 신발 안에서 발이 이동하면서 상처나 물집이 생기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발 끈을 조여 매거나 테이핑을 해두면 도움이 된다. 또한 가속도가 붙을 때 속도가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 미끄러지기 쉽고 넘어졌을 때 부상 정도도 심해진다. 다치지 않더라도 발목과 무릎, 허리에 쓸데없는 부담을 주게 되기도 한다.
스포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휴식’이다. 트레킹이 처음이라면 15~20분 정도 걸은 후 5분 정도 휴식을 하다가 차츰 걷는 시간을 늘려 나가면 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1시간 걸은 후 10분씩 규칙적으로 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식은 다음 걷기를 위한 준비 시간이기도 하다. 변화무쌍한 자연의 날씨에 대비해 옷차림을 정비하고, 수분과 영양 보충을 해두면 남은 거리도 무탈하게 걸을 수 있다.

겨울 트레킹 준비하기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날씨를 확인해야 한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면 방수 재킷을, 바람이 많이 분다면 방풍 재킷을, 빨리 어두워지는 겨울엔 야간 조명을 챙기는 등의 기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에는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설산의 황홀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 산으로 트레킹을 나서는 이들이 많은데, 기온이 낮고 얼어있는 곳이 많아 조금 더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한다.
아무래도 트레킹 초보자라면 겨울 트레킹 주의 사항이 많아진다. 눈이나 얼어있는 길이 있다면 미리 아이젠이나 스틱 등의 겨울 산행 장비를 챙겨 위험을 방지하자. 만약 장비가 없다면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밟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선행자의 발자국마저 없을 경우, 신발을 수평으로 하여 눈을 강하고 확실하게 밟는 것이 좋다. 발끝과 뒤꿈치, 사이드를 이용해 눈을 밟아 누르며 발자국을 만들고 보폭을 작게 하여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자.
겨울 트레킹에서는 장비만큼이나 옷차림도 중요하다. 추위와 눈길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고 폭설이나 강풍 등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방한은 물론, 방수와 방풍 기능을 갖춘 재킷, 머리로 빠져나가는 열을 막아줄 모자, 방수 기능이 있는 장갑을 챙겨 보온에 신경 쓰자. 또한 초콜릿과 같은 열량이 높은 간식이나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에 대비할 수 있다.

트레킹의 효과
자연 밖이 아닌, 자연 속을 걷는 트레킹은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 모두 도움이 된다. 먼저 신체적으로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다양한 근육을 사용해 체력을 강화시킨다. 특히, 둔부와 허벅지, 종아리 등 하체 근육이 발달되고 균형 감각과 협응력이 향상된다. 더불어 복근과 등 근육도 사용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의 활동성을 높여준다. 트레킹을 규칙적으로 하면 심박수가 증가되고 혈액 순환이 개선돼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심장 기능을 강화하고 고혈압과 고지혈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다이어트에도 좋다. 경사도와 거리,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시간에 300~600kcal를 소모하는 운동이다.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도심을 벗어나 아늑한 자연의 품속을 걷다 보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시간이 찾아온다. 기분 탓이 아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자연 속에서의 활동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불안감을 감소시킨다. 더불어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시켜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실내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긴 학생과 직장인들에게도 추천한다. 자연 속에서 걷는 활동은 두뇌에 휴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여주고 창의력을 자극해 일상에도 도움이 된다.
트레킹을 친구나 가족 등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면 유대감 강화와 사회적 지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함께 트레킹을 하며 같은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강화되고 이는 관계를 더욱 깊어지게 한다. 또한 팀워크와 협력을 거치며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까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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