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전 세계적 고령화 현상은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인가?

조회수 2022. 11. 2. 09: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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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고령화되면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 것이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증시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그 근거로 일본의 디플레이션 사례를 들었습니다. 고령화와 함께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일본의 사례처럼 앞으로 전 세계가 고령화되면 인플레이션은 보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고령화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증시 전문가들의 주장과 달리 학계에서는 고령화가 디플레가 아닌 인플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런던정경대학 석좌교수였던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 국제결제은행 수석연구원 엘로드 타카츠와 미카엘 유셀리우스 등이 1955년부터 2010년까지 22개 나라의 사례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고령화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주장의 배경은 고령화가 진행되면 피부양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 소비만 하는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국민의 수가 4명인 가상의 나라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고령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3명의 부양 인구(15~64세 인구)와 1명의 피부양 인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양 인구는 모두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고령화로 부양 인구는 2명으로 줄고 피부양 인구가 2명으로 바뀌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나라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고령화 이전에는 3명이 생산한 것을 4명이 소비하는 구조였지만, 고령화가 시작된 이후에는 2명이 생산한 것을 4명이 소비하게 됩니다. 소비 인구는 그대로인데 생산 인구만 줄어들면 경제 전체의 생산 능력에 비해 소비 수요가 더 커집니다. 이로 인해 고령화가 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지는 겁니다.

또한 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의 수요에 비해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게다가 희소해진 노동의 협상력이 커집니다. 따라서 고령화가 진행되면 임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결과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령화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것이다'에 대한 반론들

⚡1. 자동화와 기술혁신으로 공장에 사람이 필요 없어지면 고령화가 되어 생산 인구가 줄어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실상을 살펴보면 주요 선진국에서 공장자동화가 임금을 끌어내리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너무나 낮아져서 제조업에서 아무리 공장자동화가 이루어져도 노동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고령화된 인구가 늘어날수록 돌봄이나 건강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업 분야에서 노동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찰스 굿하트는 늘어난 수명으로 치매 발병이 급증하고 있어서 대규모 간병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 나이가 들수록 소비가 줄어든다는데, 고령화로 인한 소비 증가를 걱정해야 하나?

노년층이 청년층보다 소비를 덜하고 있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퇴 직후 소비지출이 8.9%가 줄어들고 그 뒤에는 소비가 해마다 평균 1.5%씩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년층의 소비지출이 조금 더 적다고 해도 고령 인구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는 고령층 소비의 총합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과거 은퇴 세대와 달리 지금 은퇴를 하고 있는 미국의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나 X세대(1965~1980년생)는 그 이전 세대는 물론 지금의 청년들인 Y세대(1981~1996년생)보다 훨씬 부유한 세대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60세 이상 고령층이 미국 가계 총자산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고령층에 부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유한 고령층이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층보다 오히려 더 큰 소비 여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고령화가 경제 전체의 소비를 줄이는 요소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3. 고령화가 원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면 일본은 왜 디플레이션이 왔나?

일본에서 고령화가 시작된 시기는 1990년대였습니다. 때마침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곧이어 중국까지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에 가입하면서 일본 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 겁니다. 특히 세계화가 시작된 이후 일본 기업들은 더 이상 일본에 투자하지 않고 인건비가 싼 중국 같은 나라로 대거 공장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값싸게 생산한 소비재와 중간재를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일본의 물가가 장기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는 게 찰스 굿하트의 주장입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 일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임금이 크게 낮아지면서 고령화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 사라진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 학계에서도 고령화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논란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선진국이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 세계 물가를 뒤흔들 매우 중요한 요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 위 내용은  『자이언트 임팩트』 (박종훈.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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