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앞으로 더 심해질 텐데 어떡해?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야." 이번 여름 우리는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상황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7월 초부터 시작된 무더위에 추석 때에도 땀을 뻘뻘 흘려야 했으니….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점점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기후는 우리의 폐, 심장,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뇌에도 해를 끼쳐 기분과 행동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의 모습도 바뀌고 있을지 모른다"며 "온난화가 심장 및 폐 질환의 추가부터 수인성 질병의 증가, 돼지 풀 알레르기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신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동안 기후 변화가 우리의 정신을 바꾸는 방식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기온과 다른 기후 영향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기후 변화와 기분 장애, 공격성, 학습 및 생산성 저하, 정신 질환 및 전염병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과학적 연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도 기후와 관련이 있다.
기온 상승은 정신도 변화시켜
'자연의 무게: 변화하는 기후가 우리의 뇌를 변화시킨다'라는 저서의 작가이자 데이터 과학자인 미국의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박사는 "기후 변화가 인지, 행동, 의사 결정 및 심리적 웰빙과 관련이 있다고 말할 때 실제로는 우리 몸에 대한 또 다른 신체적 영향을 설명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바로 뇌 건강"이라고 말했다.
알던 박사는 "우리 정신의 변화는 대부분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거워지는 평균 기온과 더 오래 지속되는 폭염에서 기인한다"며 "다른 원인으로는 공기 중 오염 입자의 증가, 유해한 녹조, 진드기 및 모기와 같은 뇌 질환 매개체가 더 멀리 이동하는 것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열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기온 상승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과학자들은 실외 온도와 심리적 효과를 연관 지었다. 당시 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더운 날에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환경 및 노동 경제학자이자 '슬로우 번(Slow Burn)'의 저자인 박지성 박사는 "기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는 지금, 많은 연구가 미묘한 온도 변화가 인간의 번영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공격성과 분노 증가=과학자들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 많은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고 도로에서 분노를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범죄도 급증하는데, 특히 총기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금세기 말까지 500만 건의 폭행과 2만2000여건의 살인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의 켈튼 마이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몇 년 동안 X(트위터)에 올라온 80억 개 이상의 게시물을 조사했고, 더운 날에 더 많은 부정적인 트윗이 올라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2021년 6월과 7월 태평양 북서부를 강타한 극심한 폭염 동안, 이 지역에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 전이나 후에 비해 많은 주제에 대해 10배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위로 인한 짜증 수준은 우리의 결정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머무를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 망명 판사들을 연구한 캐나다 과학자들은 판사들이 매우 더운 날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에어컨이 설치된 법정 밖의 기온이 화씨 10도 상승할 때마다 망명 허가 비율이 거의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학습력 및 지적 호기심 저하=체온은 항상 화씨 99도(섭씨 37.2도)에 가까워야하기 때문에(몇 도만 높아지거나 낮아져도 응급실에 가야 한다) 외부 온도가 극단적일 때 신체를 식히거나 데우기 위해 많은 내부 과정이 작동한다.
특히 더운 날에는 뇌의 시스템이 조직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차원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에 사용될 수 있었던 에너지가 대신 기본 기능으로 향하게 된다.
그 결과 더위 속에서 직장이나 학교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철강 공장 노동자들은 더운 날에 생산성이 훨씬 떨어지며 학생들 역시 상황이 녹녹치 않았다.
미국 고등학생들이 치르는 PSAT 시험에 재 응시하는 수백만 명의 학생들을 추적한 연구에서 화씨 80도(섭씨 26.6도) 이상의 날이 많고 학교에 에어컨이 없는 지역에서 성취도, 즉 성적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흑인과 유색인 학생이 많은 가난한 지역에서 더 빈번하기 때문에 무더위가 미국 내 인종 간 학업 성취도 격차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증가=열에 의해 악화되는 만성 대기 오염은 코와 입을 통해 뇌로 들어가 뇌 조직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 오염은 말 그대로 독"이라고 말한다.
이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 치매 및 파킨슨병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애틀랜타 주변에 살았던 200명 이상의 사망자의 뇌를 조사한 과학자들은 교통 관련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플라크 수치가 가장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기온 상승으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포함해 모기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 파괴적인 질병의 한 가지 증상은 뇌의 심각하고 지속적인 변화다.
우울증, 자살, 불안감 상승=과학자들이 극심한 더위를 정신 질환과 연관 지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매우 더운 날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불안증, 조현병 및 기타 기분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응급실을 찾는다.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도 기온이 올라가면 증가한다. 정신 질환은 특히 홍수, 산불, 그리고 미국에서 한 해에만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집을 잃은 강력한 허리케인과 같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후 몇 달이 지난 뒤에도 주민들은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고했다. 일반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이를 환경 염려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온 상승은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열이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몇 가지 이론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조절에 대한 극도의 열이 미치는 영향이다.
세로토닌이 하는 것 중 하나는 충동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은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열은 또한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전의 연구를 통해 수면을 제한하는 것이 높은 온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동일한 부정적인 정신 건강 결과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학자들은 실외 밤 기온이 더 높을 때 잠을 덜 잔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인간은 일반적으로 더위보다 추위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추울 때는 따뜻한 옷을 껴입고 여분의 담요를 덤으로써 추위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더울 때는 에어컨이 설치된 쇼핑몰이나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시원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기분 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 느리고 깊은 호흡과 같은 스트레스 감소 기술을 사용하면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우울하거나 극도의 불안으로 고통 받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기후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우리 모두가 지금 조치를 취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전기 자동차와 옥상 태양열, 원전 등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일반인들은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의원들에게 이메일 등을 보내 석유 및 가스 회사 로비스트보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자"고 말한다.
이들은 "또한 기후에 해를 끼치는 화석 연료 프로젝트에 계속 투자하는 은행에 항의할 수도 있고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온라인 그룹에 가입하거나 온난화 해결과 환경 보호에 적극적인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권순일 기자 (kstt77@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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