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천당제약 '15조 잭팟'에 시장이 묻고 싶은 것
'경구용 비만약' 경쟁 심화로 시장 전망도 엇갈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1위까지 올랐던 삼천당제약에 쏠린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회사는 유럽과 미국 지역을 대상으로 비만약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관련 대형 계약을 잇달아 발표하며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하지만 정작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 블로거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향해 법적 대응이라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실제로 삼천당제약이 지난달 말 공개한 미국 지역 계약은 파격적이다.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과 판매 수익의 90%를 배분받는 조건에 더해, 미국 시장에서 10년간 15조원의 구속력 있는 매출 전망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문제는 이토록 천문학적인 숫자가 제시됐음에도, 정작 가장 중요한 파트너사와 상당수의 세부 조건은 '비공개'라는 점이다. 15조원을 현실화할 주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 보니 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이다.
경구용 위고비, 엇갈리는 전망과 커지는 경쟁
약물 자체의 상업성에 대한 의구심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노보노디스크가 올해 초부터 미국 시장에서 경구용 위고비를 내세워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오히려 2분기 허가가 예상되는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향해 있다. 오포글리프론이 등장할 경우 복용 편의성 등 핵심 지표에서 경구용 위고비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미 주사제 시장에서도 선발주자인 위고비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에 순식간에 점유율을 역전당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조사 기관들의 전망치 역시 극명하게 갈린다. 로이터가 2025년 8월 집계한 애널리스트 추정에 따르면, HSBC는 노보노디스크 경구용 위고비의 글로벌 연간 최대 매출을 150억 달러(원화로 약 22조원)로 낙관한 반면, 바클레이즈(Barclays)는 1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동일한 약을 두고도 글로벌 기관들의 시각차가 이토록 큰 셈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쟁 구도 속에서 어떻게 15조원이라는 확고한 매출 전망이 도출될 수 있었는지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는 대목이다.
미국 제약 시장의 높은 벽, 핵심은 '유통 역량'
미국 제약 시장 특유의 폐쇄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은 단순히 약효가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안착이 보장되는 시장이 아니다.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보험자, 도매상, 전문약국, 의료기관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 같은 국내 굴지의 대형 바이오 기업들조차 미국 시장 진출 초기에는 리베이트 구조와 처방집 장벽 탓에 고전했다.
결국 이번 계약의 진정한 관건은 '미국 진출'이라는 수식어가 아니라, "누가, 어떤 채널로, 어떤 가격과 급여 전략을 무기로 이 복잡한 규제와 시장의 벽을 넘어설 것인가"이다. 비공개에 가려진 상대방이 과연 이 거대한 톱니바퀴를 매끄럽게 굴릴 수 있는 유통 역량을 갖춘 파트너사가 맞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는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설명'에서 시작된다. 한국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계약 규모에 환호하기보다 구조와 잠재적 리스크를 명확히 설명하고 소통하는 성숙한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 불가피한 사유로 파트너사를 당장 밝힐 수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조건의 범위, 수익 인식 기준, 계약 해지 조항, 상업화 책임 배분, 구체적인 유통 계획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장은 결코 기업의 '꿈'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다만, 그 꿈을 마치 '검증된 사실'인 양 포장하고 합리적 의문을 차단하는 방식을 경계할 뿐이다. 화려한 수치보다 투명한 소통이 앞설 때, 삼천당제약을 향한 시장의 물음표도 비로소 느낌표로 바뀔 것이다.
장종원 (jj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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