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수의 스포츠 깊게 바라보기]
애틀란타서 열린 '세계한인대회'
한국 및 미국의 한인 경제인들이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옛 세계한상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모였다. 지난 4월17일부터 20일까지 대한민국 중소기업들과 해외의 한인 중소기업들이 교류하며 문화 행사들이 함께 열리는 동포 사회 축제였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 진출해 있는데 이곳 조지아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SK이노베이션, 한화큐셀 등이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협력업체들과 상생하고 있다. 미국 중소기업청(US 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은 직원 10인 미만의 사업체를 Micro Business로, 직원 10명부터 500명 미만의 사업체를 Small Business로 구분하는데, 한인 동포 사회의 대부분 사업체들은 소상공업이다.
이들은 뛰어난 제품력과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여러 구조적,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미국 주요 시장으로의 진출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주로 동포 사회를 대상으로 하거나 한국의 기업들과 거래를 하면서,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민족거주지경제(Ethnic Enclave Economy)를 구성하는 큰 주춧돌로 역할을 한다.

MLB 브레이브스 홍보관도 마련
이번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에서는 프로야구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홍보관을 운영했다. 브레이브스는 미국 동남부 지역을 아우르는 전통의 야구 팀이다. LA다저스나 뉴욕 양키즈처럼 화려한 부자 구단은 아니지만 2024년에 6억 63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 알짜배기이다.
애틀랜타의 향토 브랜드인 브레이브스가 한국인들의 경제인 모임에 홍보관을 운영했다는 것은 미국 사회가 K제품의 가능성을 인정하며 향후 한인 소상공업의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브레이브스의 홍보관은 미국 바이어들과 거래를 원하는 한국 중소기업들과 동포 기업들의 열망을 반영한 통로였다.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이들 선수들은 모국 이민 사회에 자부심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상당한 경제적 효과도 가져오는데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대표적이다. 오타니를 보기 위해 LA를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관광 산업이 활성화되고, 오타니 경기가 있는 날에는 LA 일본인 타운인 “리틀 토쿄”에는 소상공업 상권이 활황을 누린다고 한다.
일명 “오타니 효과(Ohtani Effect)”로 불리는 문화 경제 현상은 오타니 선수의 스타 상품성도 큰 역할을 하지만 무엇보다 오타니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가져오게 할려는 일본 이민 사회와 LA 다저스간의 레버리징(leveraging)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영국EPL 토튼햄의 손흥민 선수가 있다. 손흥민 선수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을 방문하는 많은 한인들은 숙박업, 티켓, 음식 및 관광 등으로 런던 한인 이민 사회에 많은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다. 박찬호부터 김병현, 추신수를 거쳐 류현진에 이르기까지 미국 프로야구에서 이어졌던 한인 선수들의 계보가 끊어지나 했지만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선수가 맹활약하고 있다.

한인 동포사회의 스포츠연계 전략
분명 한인 동포 사회도 스포츠 스타를 통한 기회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플랫폼이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스포츠 스타들을 통한 문화적, 심리적 혜택뿐만 아니라 동포 사회 소상공업에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레버리징 전략이 우리에게 있는 것인가?
애틀랜타 동포 사회는 “미국 남부의 서울(Seoul of the South)”로 불릴만큼 한인 인프라가 발달되어 있고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 애틀랜타에서 오는 7월 14일 브레이브스의 홈구장인 트루이스트 파크(Truist Park)에서 미국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4박5일에 걸쳐 축제 형식으로 열리며 유치 도시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1억9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뿐만 아니다. 2026년에는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 북중미 월드컵 8경기가 열려 전세계 축구팬 52만명 이상이 애틀랜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2028년에는 프로미식축구 슈퍼볼이 애틀랜타에서 열릴 것이다. 애틀랜타 다운타운 지역에는 많은 한인 동포들이 주유소, 식료품 가게, 식당, 청소업, 숙박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포 사회는 이러한 주요 이벤트에 대한 레버리징 전략이 없는 듯 하다. 심지어 강건너 불꽃놀이를 구경만 하는 섬마을 주민처럼 이민 사회에 고립되어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앞마당에서 열리는 것조차 모르는 듯 했다. 정말 안타깝다.

한인 스포츠스타 활용한 전략 구축을
이제부터라도 동포 사회의 소상공 사업체를 위한 한인 스포츠 스타 및 스포츠 이벤트의 레버리징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한인 동포 상공 회의소는 미국 상공 회의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한인 동포 직능 단체들은 대부분 한국 혹은 미국 내 한인 단체들과 교류한다. 눈을 돌려 미국 주류 사회에 대한 광폭적인 네트워킹을 한다면 스폰서십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통망 확보 등 여러 비즈니스 기회를 한인 소상공업에게 가져올 수 있다.
둘째, K문화 및 K제품 홍보에 미국 프로스포츠를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5월은 아시안 유산(Asian American Pacific Islander Heritage) 기념의 달로 아시안들의 문화 행사가 다양하다. 지역 스포츠 팀에서 여는 아시안 유산 행사에 동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경기날 하루를 코리안 데이로 만들어 K문화를 홍보하며 동포 소상공업체들을 위한 마켓을 만들어 주는 등 미국 스포츠 팀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 효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 한인 동포 소상공업체들에게 스포츠 팀 및 이벤트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이를 인터넷 및 AI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미국내 한인들, 애틀란타에 관심을
브레이브스의 홈구장인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경기를 보면서 다양한 K푸드를 즐기고 경기 후 한인 타운으로 이동해 K팝 들으며 술 한잔하는 미국인들. 월드컵 애틀랜타를 찾은 글로벌 브랜드 담당자들과 한인 동포 중소 기업인들과의 경기장에서의 비즈니스 회의. 스포츠 이벤트가 끝난 후 경기장 및 호텔들의 청소를 용역하는 한국 동포 기업. 프로스포츠 팀이 있는 경기장에 네이밍 스폰서(naming sponsor)를 하는 한국 기업. 이 모든 것들은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동포 사회의 레버리징 전략 수립으로부터 출발 가능하다.
소수 몇명이나 특정 집단만 향유한다면 그것은 문화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은 문화인 것이다. 스포츠는 문화 산업이다. 미국이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평을 듣는 것은 누구나가 스포츠를 문화 상품으로 즐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부가가치가 막대하게 늘어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한인비즈니스 대회의 브레이브스 홍보관 운영을 계기로 동포 사회도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부가가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기를 바란다. 미국 스포츠에서도 K바람을 기대해본다.
※ 정규수 교수는 현재 미국 케네써 주립대학교 스포츠 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졸업 후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학교에서 스포츠 행정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어스틴) 대학교에서 스포츠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한인 이민자들의 스포츠 활동을 주로 연구하며 미국 및 한국에서 일어나는 스포츠 현상들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경영관리적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노력한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안계 운동선수들을 바라보는 미국 주류 사회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학술 활동 이외에도 미주 한인 동포 사회를 위한 한인 스포츠 단체들의 활동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