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움직임 회복으로 일상회복 연출 '메디컬 바레' 이가람 디렉터
고령화, 만성질환 시대의 적재적소 운동
퓨전, 융합시대에 걸맞은 흥미로운 운동‘
메디컬’과 ‘바레’를 접목한 신개념 운동
‘고양이상이다, 말상이다’처럼 사람을 흔히 동물에 비유한다. 그녀를 굳이 동물에 비유하자면 ‘백조상’이다. “우아!”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인터뷰 하던 그날도 백조 깃털과도 같은 흰색 원피스를 걸치고 나타났다. 같은 여자라도 선뜻 다가서지지 않았다.
주춤거림은 잠시였다.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고 말문을 트자 부지불식 간에 절로 다가가게 되었다. 본 필라테스(정자점)에서 일하는 이가람 부원장. 필라테스가 조화와 균형의 운동이듯 그녀의 삶도 ‘다능인’으로 균형과 조화를 맞추고 있다.
필라테스를 받는 남녀노소가 그녀를 통해 몸이 나았고,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들 한다. 작가이자 방송인, 뮤지컬 배우, 모델, 기업 강연가, 한국스포츠협회 이사 등 25시라도 부족한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1. ‘메디컬 바레’ 브랜드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어떻게 메디컬과 바레를 접목할 생각을 하셨습니까?
성장기 아이들이나 성인 할 것 없이 요즘 다들 움직임이 적어졌어요. 기계가 발달하면서 움직이지 않고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죠. 움직임이 줄면서 근골격계 등 신체 건강이 위협받아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어요.
헌데 아픈 시점부터 갑작스럽게 운동하려다 보니 재활을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와 요가, 혹은 근력운동 등을 하며 오히려 부상을 당하기도 해요. 결국 통증이 낫질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이러한 제한점을 보완해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 전, 관절의 움직임과 잠들어 있는 근육을 회복할 수 있는 운동법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Q2. ‘메디컬 바레’를 통해 전달하고픈 취지가 있었습니까?
대개 통증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에요. 그로 인해 움직임은 더 없어지고 그에 대한 보상 액션이 생기게 되죠. 예를 들어 한쪽 다리에 불편감이 있다면 평소 과하게 사용하고 있는 근육을 더 많이 동원하거나 반대쪽 다리에 의지하여 움직이게 되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통증의 악순환 고리는 쉽게 끊이질 않아요. 스스로 잘 움직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갖도록 하는 회복운동을 만들고 싶었어요. 기구 필라테스 같은 경우, 리포머, 캐딜락, 체어 등 정교하게 설계된 기구의 도움을 받는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바레는 일어선 상태에서 바를 가볍게 잡고 내 몸을 내가 직접 세우고 움직여요.
하지만 바에 기대거나 의지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포지션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아보면서 운동신경을 활성화시키고요. 바른 정렬의 움직임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내 몸을 인지하고 세우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요.
센터에서의 운동과 일상생활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하는 운동이라고 보시면 되요.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가이드가 되는 스탠딩 운동이죠.
Q3. ‘메디컬 바레’는 어떤 틈새시장을 노렸습니까? 즉, 고객의 어떤 가려움을 긁어주려 했을까요?
틈새시장과 고객 가려움 둘 다 겨냥했어요. 필라테스 수업을 오래 하다 보니 든 생각이에요. 1:1 룸 안에서 매트나 기구 수업을 하다 보면 대체로 스탠딩 동작의 구성이 아쉬워서 고객을 보내기 전에 바레 운동을 진행해 보았어요.
팔과 다리를 다양하게 움직여 보고 균형감각을 기르며 운동신경을 활성화 한 결과, 이를 경험한 사람은 더 빠른 회복과 함께 덤으로 아름다운 신체라인까지 만들어졌어요. 이런 다양한 움직임에 적응하면 일상생활 중 비슷한 상황에서 올바른 자세과 함께 많은 근육을 동원하여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통증에서도 벗어나는 기회가 되죠.
Q4. ‘메디컬 바레’ 누구나 하면 좋겠지만 꼭 했으면 하는 대상이 있을까요?
바레 운동은 발레를 기반으로 한 운동인데요. 발레는 르네상스 시대에 우아한 움직임들이 춤이 되었고 루이 14세 때 무대 위 예술로 발전했어요. 인사하고, 걷고, 서고, 손 내미는 등의 동작을 그 시대엔 모두 교육을 받았었죠.
요즘에는 따로 교육이 없잖아요. 자세도 물론이고요. 따라서 자세와 움직임을 회복하고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바레 트레이닝을 추천해요. 또한 발레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꼿꼿한 자세를 가지고 있어요.
등은 펴져 있고 하늘을 향해 길쭉한 형태인데 일반 사람들은 등이 말려 있고 중력에 눌려 있는 자세가 많잖아요. 신체의 관절을 열고 자세를 세우고 싶은 분들께 권해 드리고 싶어요.
Q5. 앞으로의 전망이나 포부는 무엇입니까?
과학적이고 엄격한 원리와 동작 특성상 발레는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모든 춤의 기본이라고 해요. 발레 기본기는 각종 춤을 추기 쉽게 하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처럼 바레 운동 또한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었으면 해요. 바레 만으로 몸이 좋아진다기보다는 본격적인 운동 전 신체의 기능을 살린 후 통증과 부상을 예방하고 방지하게 하는 거죠.
이 운동은 발레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한 운동이이에요. 지금까지는 발레 이미지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았는데요. 발레가 그런 예술이었다면 ‘메디컬 바레’는 여성스러운 표현력을 조금 줄이고 대중적인 움직임으로 풀어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는 운동법으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해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키즈 혹은 시니어를 위한 바레, 산전 산후를 위한 바레 등 다양한 컨셉으로 수업과 교육도 준비하고 있어요.
Q6. 동작 하나만 추천해 주시겠어요?
기본 동작인 ‘플리에’ 동작이요.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해요. 정렬을 잘 맞춘 상태에서의 ‘플리에’는 다리 근육 뿐 아니라 둔근과 척추세움근(척추기립근) 등 전신을 세우고 열어주는 동작이에요.
발레에서도 가장 기본인 동작이라 이 자세가 안 되면 다음 동작들을 이어나가기가 어렵죠. ‘메디컬 바레’가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것처럼요.
인터뷰 하는 배경에 놓인 바(BAR). 우리집 식탁과 씽크대 높이다. 앞치마 두르고 종종 걸음으로 다닐 게 아니라 ‘플리에’ 동작으로 아줌마 티 벗고 이젠 우아하게 주방을 누빌 수 있을 것 같다. 척추질환자인 내 몸도 분석하며 장요근(허리와 허벅지를 연결하는 근육) 풀기와 강화운동을 권장했다.
Q7. 필라테스를 직접 배워 본 사람으로서 감각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예술적으로 가르치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술의 본고장에서 태어나셨을까요?
태어난 곳은 영국이에요. 하지만 거주하진 않았죠. 지금의 티칭과는 무관하지요.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했기 때문에 움직임을 빨리 캐치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의사나 물리치료사처럼 몸을 움직이는데 잘못된 부분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건 어렵지만 움직임 리듬이나 불균형이 깨지는 부분은 제가 많이 움직여 봤기 때문에 잘 잡아내는 것 같아요. 그렇게들 말씀하시더라고요.
Q8. 필라테스를 전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낍니까?
매일 매순간이죠. 통증이 너무 심해서 아팠던 사람이 좋아지고 그걸 또 기쁘게 얘기 해주시고 이 운동을 평생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 되요. 저를 통해 운동을 처음 시작하고 운동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될 때 사람들이 움직였으면 하는 제 바람과 맞물려 참 뿌듯해요. 한 명 한 명이 평생 휠체어를 타지 않고 내 힘으로 걷는 게 목표니까요. 회원들과도 약속한 부분이에요.
Q9. 차의과학대학교에서 ‘스포츠의학’도 공부하셨는데 이점과 현장에서 접목할 부분이 있었습니까?
제가 무용도 하고 몸의 기능이나 해부학적 지식 관련해서 각종 세미나를 들었지만 풀리지 않는 궁금함이 늘 존재했어요. 대학원에서 홍정기 교수님의 스포츠의학 이론을 습득하면서 필라테스 수업에서 효과는 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WHY를 찾게 되었어요.
왜 이런 운동이 좋고 도움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죠. 티칭에 더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게 되었어요. 대학원에서 5학기 내내 배웠던 핵심 메시지는 ‘움직임이 답이다’라는 거에요.
Q10. 한국스포츠의학협회 이사와 픽스니스사 교육팀장으로 운동을 전파하는 건 물론 양질의 강사 양성에도 힘쓰고 계세요. 최근에 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픽스니스 아카데미에 오시는 선생님들을 교육합니다. 또 ‘제주항공’의 파일럿을 대상으로 기업 강의도 하고요. ‘점핑하이’ 선생님들에게 근골격계 전문가 과정을 교육하고 있어요.
※ 픽스니스: 근골격 기반의 맞춤형 바디 리밸런싱 피트니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트레이너에게 체계적인 프로그램 제공 및 교육하는 주식회사 이너매니지먼트.
Q11. 벌써 책을 두 권이나 내셨어요. 책 한 권 내기도 어려운데 이른 나이에 앞서간다는 느낌인데요. 계기가 있을까요? 쓰면서 어려움은요?
출판사에서 낸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발레와 필라테스에 관심이 있던 터라 2018년에 ‘발레 홈트’를 출간하게 되었죠. 책 출간 후 기업 강의도 많아졌어요.
전문도서라기보다는 발레와 필라테스 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서가 될 수 있도록 쓴 일종의 실용서예요. 전문지식을 일반인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는 작업이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Q12. ‘발레리나를 사랑한 비보이’뮤지컬 무대에도 섰는데요. 계기가 있었습니까?
뮤지컬 오디션을 보게 되었어요. 주연으로 들어가서 선배님들이 지속적으로 해 왔던 작품을 이어받아 할 수 있게 되었죠. 뮤지컬 작품 활동을 통해 책 출간 공고와도 맞물리게 되었어요.
Q13. 서비스 직업은 고객을 대하는 표정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모델 활동만 보더라도 표정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카메라와 무대 체질이실까요?
20대에 모델 활동을 아무 의도 없이 그냥 해 봤어요. 자세와 표정을 배우게 되었죠.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도 맛보기로 배웠고요. 20대부터 기회가 오면 묻고 따질 것 없이 무조건 도전 해보는 편이여서 모든 것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것 같아요.
Q14. 두 번째 책인 ‘필라테스 강사가 되고 싶어’를 통해 필라테스 시장과 강사에게 바라는 점이 있습니까?
필라테스 시장이 어려운 걸로 알고 있어요. 결국 실력 있는 선생님, 고객이 찾아오는 선생님 만이 살아남을 수 있죠. 필라테스는 티칭 능력만이 아닌 다방면의 역량이 필요해요.
다양한 경험과 학습으로 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것을 더욱 단단히 하고 일하는 사람들 혹은 고객과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Q15. 필라테스 강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힘이 되는 한 마디 부탁드려요.
고령화 만성질환 시대, AI, 자동화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잖아요. 건강이 키워드고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거예요. 고객관리 차원을 넘어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사명감으로 훌륭한 필라테스 선생님이 되길 바래요.
돈이 안 된다고 기회가 왔는데 뿌리치지 마시고 어떠한 경험이든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으셨으면 해요.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가 내 것이 되니까요. 돈, 시간 등 현실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해요. 기회는 더 큰 일로 건너가는 다리와도 같죠.
Q16.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계신데요. 현재 집필 중인 책은 어떤 내용일까요?
바레 운동이 외국에서는 트렌디한 운동이에요. 현재 활발히 대중화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운동으로 소개되고 있어요. 책은 제가 현재 하고 있는 바레 운동에 대한 이론을 담은 지침서로 준비 중이에요.
기존 바레 운동과의 차별점은 재활과 통증, 움직임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에요. 작고 편안한 움직임으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실용서라 강사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모두 독자가 될 수 있어요.
Q17. 일하면서 슬럼프는 없었습니까?
너무 많이 와서 기억도 안 나네요(하하).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은 잘 자고, 잘 먹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면 대화하면서 동기부여를 받거든요.
듣다보면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나도 해보면 좋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겨 슬럼프가 밀려나죠. 슬럼프가 진하게 온 적은 없어요. 체력 떨어지면 오는 기분이랄까요. 그 기운이 감돌 땐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기’에요. 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듯한 생각이 들 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성취감으로 또 슬럼프가 사라지죠.
Q18. 꿈이 있습니까?
바레를 통해 많은 이들이 ‘예술 담은 운동’으로 일상을 경험해 보는 게 저의 최종 꿈이에요. 음악, 향, 미술 등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예술에 바레 운동도 접목하고 싶어요.
예술 분야와 협업하면서 모든 감각을 깨우고 한 편의 영화처럼 움직임을 가르치는 디렉터라 할까요. 하나의 감각만이 아닌 통합적 감각이죠.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는 클래스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활자로만 전하는 게 몹시 아쉽다. 그녀의 리드미컬한 음성은 더욱 예술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느꼈다. 혁신이란 기존 것에 그 무언가를 얹어 창조를 이룬다는 것을. 노력하지 않고 세상 거저 되는 건 하나 없다는 사실도.
글/이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