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대장' 타이틀 삼양에 뺏긴 농심, 오프라인 팝업으로 외국인 사로잡을까

K라면의 주도권을 놓고 삼양식품과 경쟁하고 있는 농심이 최근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 7일 농심이 서울 명동에 문을 연 'K라면 슈퍼마켓' /사진=박재형 기자

올해 상반기 시가총액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익성지표에서 삼양식품에 추월당한 농심이 오프라인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두 회사의 희비를 가른 것이 해외 성적표라고 판단하고 외국인 인지도를 제고하려는 목적에서다. 프랑스 등 현지는 물론 국내의 경우 서울 명동 상권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올 한 해 실적 전망을 두고 삼양식품의 우위를 점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농심이 자존심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8일 농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서울 명동에 위치한 코리아마트와 협업해 ‘K라면 슈퍼마켓’을 열었다. 코리아마트 매장 2층에 약 60㎡ 규모로 조성된 공간에서 방문객은 라면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농심은 이곳을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방문 코스로 만들 방침이다.

농심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외국인 대상 오프라인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올해에만 11곳의 체험형 매장(팝업스토어, 부스 포함)을 열었는데, 이 중 6곳이 외국인 대상이다. 농심은 지난 6월 프랑스 현지 유통채널인 까르푸에 주요 제품을 입점시킨 데 이어 파리올림픽 기간에 맞춰 현지 주요 거점매장에서 팝업을 운영했다. 좀 더 중장기적으로 접근 중인 국내에서는 ‘K라면 슈퍼마켓’을 비롯해 올 7월 인근 명동 호텔스카이파크에 오픈한 ‘너구리의 라면가게’가 대표적이다.

농심이 이처럼 외국인에게 공을 들이는 것은 주춤해진 수익성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이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 농심의 영업이익을 멀찌감치 따돌린 삼양식품의 성장세가 해외 호실적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이 농심에 큰 숙제를 안겼다. 반기 기준 삼양식품의 이익 규모가 농심을 앞지른 것은 관련 데이터가 공식 집계된 1996년 이후 최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양식품은 연결기준 8102억원의 매출과 169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52.6%, 149.8% 증가한 액수다. 반면 농심은 같은 기간 1조733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10.6% 줄어든 1051억원에 그쳤다. 이익 격차가 600억원 넘게 벌어진 가운데 해외 매출 신장률 역시 삼양식품이 78.6%(매출 6211억원)로 농심의 2.5%(6598억원)를 압도했다.

올해 농심이 오픈한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팝업스토어, 부스 포함) 현황. 프랑스와 일본 등 해외 현지 매장 포함 외국인을 겨냥해 문을 연 곳은 6곳이다. / 그래픽 = 박진화 기자

밸류업에서도 밀린 농심

농심의 수난은 수익성에 머무르지 않았다. 올해 5월에는 시가총액마저 삼양식품에 따라잡히며 30여년간 지켜온 라면 대장주의 타이틀을 넘겨줬다. 이후 두 회사의 몸값은 더욱 벌어져 이달 7일 종가 기준 삼양식품의 시총(4조1281억원)이 농심(2조3175억원)의 1.8배에 육박한다.

두 회사의 엇갈린 흐름은 최근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밸류업지수 종목에서도 드러났다. 안정적으로 포함된 삼양식품과 달리 농심은 탈락의 쓴맛을 봤다. 이는 매출이나 시총 등 계량적 지표 외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요건을 농심이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과 농심의 주요 기업가치 평가지표 비교 /자료=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실제로 기업가치 및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에서도 농심은 삼양식품에 뒤처진다. 먼저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ROE는 농심이 7.21%, 삼양식품이 24.54%로 나타났다.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PBR 역시 농심(0.91배)과 삼양식품(7.24배) 간 차이가 컸다. 마지막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농심은 12.82배, 삼양식품은 32.37배로 집계됐다.

농심으로서는 이처럼 투심이 저하되고 저평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절실하다. 이대로라면 삼양식품과의 쟁탈전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미뤄볼 때 외국인과의 스킨십을 늘리려는 최근의 움직임은 농심이 상반기 보고서에서 소비자 유형별 맞춤 마케팅 활동을 확대하고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겠다고 밝힌 생존방안의 대표 사례인 셈이다. 무엇보다 삼양식품이 오프라인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지 않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이후 국내외에서 팝업이나 체험형 매장 등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만큼 농심에는 틈새공략의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 농심과 주요 제품을 알려 이미지를 제고하고, 더 많은 접점을 만들고자 한다“며 “향후 오프라인 전략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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