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잘하고 있어, 하고 싶은 대로 해"…'DH 3홈런→인생경기' 황성빈의 눈가 적신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 [MD부산]

부산 = 박승환 기자 2024. 4. 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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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황성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 해'

황성빈은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4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재빨리 군에 입대해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2022년 황성빈은 롯데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는 과정에서 거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였다. 황성빈은 102경기에 출전해 94안타 1홈런 16타점 62득점 10도루 타율 0.294 OPS 0.707로 활약, 그해 정철원(두산 베어스)와 함께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2022시즌 황성빈은 롯데 타선의 '활력소'와 같았다.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놓는 기습 번트를 시도하고, 언제나 누상에서 전력질주를 하는 등 '그동안 롯데에는 없는' 유형이라는 극찬을 받고 '황보르기니'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었다. 그런데 2023시즌 황성빈에게서는 데뷔 첫 시즌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2년차 징크스 때문이었을까. 황성빈은 74경기에서 36안타 22득점 5도루 타율 0.212 OPS 0.53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황성빈은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12안타 타율 0.353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는데,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고, 이 영향으로 떨어진 타격 페이스를 되찾지 못한 것이 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생겨났다. 황성빈은 어떻게든 1루 베이스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서 배트를 던지면서 타격에 임하는 모습을 종종 내비쳤는데, 상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등의 위험성으로 인해 수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특히 황성빈이 부진한 시즌을 보내는 과정에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민석이 129경기에 출전해 102안타 3홈런 39타점 53득점 16도루 타율 0.255 OPS 0.652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황성빈의 입지는 급격하게 좁아졌다. 하지만 황성빈은 언젠간 자신에게 찾아올 기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모습을 좋게 지켜봤던 김태형 감독이 지난주 황성빈에게 오랜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안겼다.

황성빈은 지난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잠실예수'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1회부터 안타를 치고 출루하더니, 빠른 발을 바탕으로 2루 베이스를 훔쳤다. 그리고 빅터 레이예스의 2루수 방면의 내야 안타 때 3루 베이스를 돌아 홈까지 파고드는 미친 주루플레이를 선보였다. 당시 고영민 코치는 황성빈을 막아섰는데, 오히려 홈까지 내달린 결과는 최고의 플레이로 연결됐다. 특히 롯데가 8연패의 늪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황성빈의 플레이는 처진 분위기를 제대로 끌어올렸다.

롯데는 황성빈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LG를 무너뜨렸고, 마침내 길고 길었던 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이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본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에게 꾸준히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황성빈은 지난 19일 KT 위즈와 맞대결에서 3루타를 포함해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았고, 통산 홈런이 1개에 불과했던 황성빈은 21일 KT와 더블헤더에서는 무려 세 개의 대포를 작렬시키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가장 기억에 남을 경기를 펼쳤다.

2024년 4월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롯데 황성빈이 1회말 무사 1루에서 내야 땅볼을 때리고 있다./부산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부산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황성빈은 더블헤더 1차전에서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두 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일격을 가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차전에서는 엄상백에게 다시 한번 아치를 그려내며, 하루 동안 5안타 3홈런 6타점 4득점 1도루로 폭주했다. 올 시즌 초에도 양현종을 상대로 안타를 친 후 뛸 듯, 말 듯한 플레이로 한차례 질타를 받았었던 황성빈은 '인생 경기'를 펼친 뒤 격해진 감정에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23일 경기에 앞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주전급 선수들은 '밉상'이라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황성빈에게는 그 한 타석이 정말 간절하다. 상대를 자극하는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백업 선수들에게는 어쩌다 한 번씩 나가는 것이다. 그 선수들에게는 그 플레이 하나로 2군에도 갈 수 있다. 그런 절실함이 있다. 선수가 집중을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나오는 플레이가 있다. 주전이고 FA 계약도 했던 선수들도 어렸을 때 다 거쳤던 것 아닌가"라고 제자를 감쌌다.

특히 사령탑은 "황성빈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그만큼 노력을 많이 했고, 뒤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동안 성빈이가 뒤에서 기다리면서 열심히 했었다"고 재차 강조하며 "워낙 (김)민석이가 안 맞고, (윤)동희가 안 맞으니까 (황성빈을) 한 번은 꼭 써야 될 것 같았고, 본인이 좋은 컨디션을 통해 결과로 보여줬다. 지금의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서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냉정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의 3홈런에 대해 "우연이다. 아무리 힘이 좋은 타자들이 치려고 해도 홈런을 못 치지 않나. 정말 좋은 흐름이 황성빈에게 왔다. 정말 운이 좋았고 우연"이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고, 수비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말에는 "수비는 보통이다. 우리나라에는 전문 외야수들이 있지 않나. 뛰어다니는 것은 잘하는데, 타구 판단이나 이런 것은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23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황성빈은 '감독님이 3홈런은 우연이라고 하더라'는 말에 "감독님이 우연이라면 우연입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더블헤더 경기였기 때문에 들뜨지 않으려고 계속 신경을 썼는데, 경기가 끝난 뒤 '세상이 날 속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모든 홈런이 다 기분 좋았지만, 굳이 뽑자면 이긴 경기에 친 세 번째 홈런이었다. 하지만 지나간 경기에 너무 취하지 않으려는 생각이다. 팀 분위기가 조금 올라온 만큼 이 기운이 오래갔으면 좋겠고, 내가 역할을 조금 잘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롯데 자이언츠

하루에 세 개의 홈런은 그야말로 상상도 못했던 일. 황성빈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며 "야구를 했던 친동생 (황)규빈이가 많이 좋아해 주더라. 동생이 정말 칭찬을 안 해주는데 연락을 남겼더라. 그동안 동생이 걱정을 많이 했다. '형 힘들면, 언제든지 힘들다고 이야기해'라며 주변의 이야기를 신경 쓰지 말고,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 가족 모두가 좋아했는데, 특히 동생 규빈이가 많이 좋아해 줬다 그리고 (전)준우 선배, (정)훈 선배가 장난도 치고 많이 좋아해 주셔서 그런 리액션을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표본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올 시즌 황성빈은 그동안의 황성빈과 분명 다르다. 세 개의 홈런을 친 것을 비롯해 10개의 도루까지도 100% 성공률을 기록 중. 이에 황성빈은 "경기가 끝난 뒤 타격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감독님께서는 내가 방망이를 잡는 그립을 바꿔주셨고, 임훈 코치님은 내가 어디로 걸어가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걸어가면 돼'라고 도움을 주셨다. 두로 또한 고영민, 유재신 코치님의 코치님의 도움이 컸다. 특히 도루는 그동안 실패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황성빈은 21일 경기가 끝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선배님들께서는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장난을 치시더라. 그동안 기사에서 자극적인 단어가 헤드라인에 올라온 것을 보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팬분들께서 보내는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 특히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평범한 말에서 많은 힘을 받았다. 그리고 수훈인터뷰를 하는데 팬분들이 응원가를 불러주시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덧붙였다.

모든 마음고생을 털어낼 수는 없겠지만, 최근 눈부신 활약 속에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황성빈. 지금의 좋은 기세를 이어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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