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10나노 D램, 중국으로 간 경로

서울중앙지검은 2024년 12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최신 공정기술이 중국 CXMT로 유출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직 삼성전자 상무 출신 개발실장과 주요 엔지니어 등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뒤 CXMT로 이직하면서, 수백 단계에 달하는 세부 공정 레시피와 설계 데이터를 빼내 중국 현지 개발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국내에서의 자료 반출뿐 아니라, 중국 현장에서 실제로 이 기술을 적용해 D램을 양산하는 과정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백 단계 공정, 손으로 베껴 가져간 PRP

수사 결과, 핵심 엔지니어 중 일부는 삼성 반도체 연구소에서 사용하던 공정계획표(PRP, Process Recipe Plan)와 세부 조건을 회사 시스템에서 그대로 출력하지 않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손으로 베껴 옮기는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CXMT로 옮긴 뒤에는 삼성전자 D램 실물을 분해·분석하며 유출 자료와 대조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 조건을 조정해 시험 생산을 반복했다. 이런 방식으로 삼성의 10나노급 공정 노하우를 재현하면서, 초기 수율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기술까지 덧붙여 ‘중국 최초 D램’ 완성

검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삼성 기술만 넘어간 것이 아니라, 이후 SK하이닉스의 공정 기술까지 추가로 결합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CXMT는 유출된 삼성 공정 자료를 토대로 D램 생산 역량을 확보한 뒤, 한국 협력사 등을 통해 하이닉스의 일부 공정 기술까지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CXMT는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10나노대(18나노급 포함) D램 양산에 성공했고, 글로벌 D램 시장에서 4위권까지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은 “세계 최고 수준 공정 기술 확보로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 발판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4~6년간 15억~30억 받으며 ‘기술 패키지’ 넘겨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들은 CXMT에서 4~6년간 근무하며 각각 15억~30억 원 규모 급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CXMT는 연봉 2~3배,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사이닝보너스, 주거비·자녀 국제학교 학비 지원 등 파격 조건으로 한국 엔지니어를 끌어들였고, 핵심 인력에게는 연 수십억 원대 보상을 제시한 정황도 다른 보도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을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로 기소하며 “사실상 한국의 D램 설계·공정 패키지를 통째로 옮긴 수준”이라고 규정했다.
총 10명 기소… 그래도 ‘형량 5년 한계’ 논란

이번 사건으로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모두 10명이다. 검찰은 2023~2024년에 걸쳐 1기 개발실장(부장 출신)과 후임 개발실장(전 상무), 파트장·선임 연구원 등 핵심 인력 5명을 구속기소했고, 공정 담당자 5명을 불구속 기소해 전체 체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상 실질 양형 한계가 징역 5년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커, “수조 원대 국부 유출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이 법조계·산업계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검찰 역시 “창신메모리는 수조 원 이익을 얻었는데, 내부 공모자 형량은 상대적으로 낮고, 받은 고액 연봉·보너스를 환수하기도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세계 최초 기술’ 지키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이번 사건은 한국 반도체 초격차의 최대 약점이 기술 격차가 아니라 ‘보안 격차’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투자 성과가 소수 핵심 인력의 이직과 함께 외국 업체로 흘러들어 간다면, 초격차는 단기간에 따라잡힐 수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첫째,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안보 범주에 준하는 ‘경제간첩죄’ 신설과 자산 몰수·이익 환수 강화, 둘째, 퇴직 후 경쟁사 이직 제한·비밀유지 의무 강화, 셋째, 연구·생산 현장의 보안 시스템·감사 체계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국외에서 이뤄진 범죄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만큼, 이번 사건이 K-반도체 기술 보호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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