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은 '친정체제' 공고화, 정책은 고심 계속… 김기현호 주요 당직 인선

정준기 2023. 3.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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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에 친윤계 부총장
비서실장·대변인단은 '金과 호흡' 중시 기조
정책위의장 등은 인선 미뤄져… 원내대표 변수
'연포탕' 일부 반영에도 '친윤 일색' 지적 불가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공천은 윤석열 대통령 친정체제를 공고화했고, 정책은 운신의 폭에 여지를 남겼다."

13일 '김기현호' 국민의힘 주요 당직 인선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다. 사무총장엔 예상대로 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을 앉히면서 내년 총선 공천의 계파 갈등 불씨를 남겼다. 또 주요 당직이 친윤계 중심으로 채워져 김기현 대표가 강조해 온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반면 정책위의장 후보군은 고심을 거듭하며 인선을 미뤄 정책 분야에서 여당의 능동적인 역할을 모색할 가능성을 남겼다.


이철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은 미뤄져

김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임 최고위원들과 협의를 거쳐 당직 인선안을 확정했다. 당 조직과 예산을 관리하며 총선 공천 실무를 책임질 사무총장에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 의원이 발탁됐다. 이 사무총장을 보좌할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는 각각 박성민(울산 중)·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이 임명됐다. 이 사무총장은 친윤계 모임 '국민공감' 총괄간사를 맡고 있다. 초선인 부총장들도 국민공감 소속이다.

비서실장 및 대변인단에는 김 대표와 손발을 맞춘 이들이 주로 발탁됐다. 구자근(경북 구미갑) 비서실장은 김 대표가 후보이던 1월 경북 지역 출정식을 도왔고, 평소 신뢰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대변인 자리는 친윤계 초선 강민국(경남 진주을)·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이 꿰찼다. 대변인은 김예령 전 대선 선대위 대변인, 윤희석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김민수 전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이 맡았다. 이 중 강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변인을 지냈고, 김예령·윤희석 대변인은 당대표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정책위의장 인선은 미뤄졌다. 일부 후보들의 고사, 신임 원내대표와의 호흡이 중요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분야 인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인선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다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능력을 갖춘 적임자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3선 박대출(경남 진주갑)·유의동(경기 평택)·윤재옥(대구 달서을), 재선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이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가운데, 9월까지 임기가 남은 성일종 현 정책위의장의 유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헌·당규상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해 의원총회 추인을 받도록 돼 있다. 향후 선출될 신임 원내대표의 의중이 중요하다. 또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엔 초선 박수영(부산 남갑) 의원, 홍보본부장엔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이 거론된다.

정책 중시 기조는 김 대표의 취임 후 메시지에서도 잘 읽힌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당의 정책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당정 관계나 협조 시스템에 대한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주제로 열린 민·당·정 협의회를 직접 주재하며 신속한 입법 의지를 밝히는 등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연포탕' 기조 일부 반영… '친윤계 일색' 지적 불가피

'연포탕' 기조도 인선에 일부 반영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낸 초선 강대식(대구 동을) 의원을 지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유승민계 유의동 의원에게도 지명직 최고위원 제안이 갔으나 유 의원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수 신임 대변인도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도왔던 인물이다.

다만 이들을 제외하면 모든 자리가 친윤계로 채워졌다. 전반적으로 탕평이나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 역시 전대 국면에서 나 전 의원 불출마를 압박하는 초선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며 사실상 친윤계와 결을 같이해 온 만큼, '구색 맞추기'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사무처가 친윤 계파색이 뚜렷한 이들로 채워져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윤 밀어주기'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분들이 정의고, 그분들이 (지도부에) 다 들어와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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