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차·LG엔솔공장서 475명 이상 체포"…한미 경제협력 차질 우려

미국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인 결과 475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공식 확인하며 대부분이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체포된 사람 중 한국인은 약 300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단속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지 십여 일 만에 이뤄지면서 한미 경제 협력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HL-GA 배터리회사의 조지아주 공장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사진=ATF 애틀랜타 지사 X 계정

5일(현지시간)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전날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HL-GA 배터리회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475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스티븐 슈랑크 특별수사관은 이번 단속이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진행된 최대 규모”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체포된 근로자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거나 근로가 금지된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했거나 비자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라고 밝혔다.

슈랑크는 구금된 노동자들이 여러 하청업체 네트워크에 의해 고용됐고 미국 정부가 각각의 고용업체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아직까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형사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다수는 연수 목적의 B1 비자를 발급받거나 무비자로 90일간 머무를 수 있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조지아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정식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미국에서 체류했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됐다는 입장이다.

구금자 중에는 미국 출장 중이던 LG에너지솔루션의 한국인 직원들도 포함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명에서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과 협력해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조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에 구금된 근로자 중 자사가 직접 고용한 인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HL-GA 배터리회사 측은 당국과 협조하며 공사도 중단했다고 전했다.

미 법무부는 성명에서 단속 중 여러 사람이 도주를 시도했고 일부를 현장 내 하수 연못에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슈랑크는 관련 수사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원들이 현장에 들어가 무작정 사람들을 체포해 버스에 태운 단순한 이민 단속이 아니다”라며 “수개월간 증거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문서를 확보해 법원에서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형사 수사”라고 설명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수색영장은 지난달 31일 발부됐다.

아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대규모 투자의 본거지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역사적 투자와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가 투입될 경우 반드시 합법적으로 입국하고 정식 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국가로 만드는 동시에 이민법을 철저히 집행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L-GA 배터리회사가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엘라벨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은 총 76억달러 규모인 현대차 전기차 단지의 일부다. 이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조업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이 공장은 완공 후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현대차는 2031년까지 이곳에서 8500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이며 이에 따라 조지아주로부터 20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번 단속으로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다만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2기 집권 이후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과 권한 확대로 이민 단속을 주도해왔다. 트럼프는 “최악 중의 최악”의 범죄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인권단체들은 ICE의 비범죄자 연행이 증가한다며 비판한다.

조지아주 민주당은 이번 단속을 “열심히 일하며 경제를 지탱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한 정치적 공포 전술”이라며 규탄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대변인은 성명에서 “조지아는 항상 주 및 연방 이민법을 포함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장려하는 동시에 미국 전역에서 이민 단속을 강화해서 기업 활동에 혼란을 주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미국의 주요 동맹이자 투자국인 한국과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에 4년에 걸쳐 2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 규모를 260억달러로 확대한 바 있다. 현대차 외에도 삼성전자는 텍사스에서 반도체 공장을 확장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미국 중서부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거나 운영 중이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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