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없는 이상한 장례식…빈소에 찾아온 '살해범'의 정체[그해 오늘]
관악구 빌라서 모자 숨진 채 발견
간접증거들 살인범으로 남편 지목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0년 10월 30일 아내와 6살 아들을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조모(당시 43세)씨가 무기징역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조씨가 이들을 살해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 현장에선 피해자들이 저항하거나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었고, 범행 도구 등 뚜렷한 물증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건 당일 경찰은 피해자 유족인 남편에게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내와 어린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은 남편 조씨가 사건과 관련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현장에서 조씨를 만났던 경찰관들은 “전혀 슬퍼하는 듯한 느낌이 없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 조씨는 아내와 아들의 장례절차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의 빈소에 20분가량 잠시 방문했을 뿐 상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씨의 부모는 “부인과 아이가 죽어서 충격을 받은 거다. 장례식장에서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그쪽 유족들이 못 오게 한 것”이라고 답했다
사건 당일 남편 조씨가 오후 8시 56분 집에 도착한 뒤 다음날 오전 1시 35분쯤 집에서 나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와 6살 아들의 위에서 오후 8시경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토마토와 양파 등의 내용물이 나왔다. 법의학자들은 이를 통해 식사 후 4시간 정도 경과한 다음날 0시경 모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경찰은 사망 추정 시각에 조씨가 피해자들과 함께 머물렀었다는 점을 토대로 조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사랑하는 가족을 왜 죽이겠느냐”며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아내와 아들이 살아 있었다”고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다.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조씨를 범인으로 의심한 데는 그럴만한 정황이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A씨와 결혼한 조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도예 공방 관리비와 생활비 등으로 월 수백만 원을 쓰면서도 일정한 소득이 없어 A씨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그러다가 A씨가 2018년 가을 무렵 지원을 끊으며 도예 공방을 정리할 것을 요구하자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갔다.
이후 경마에 빠졌던 조씨는 카드론 대출 등으로 수백만 원을 탕진했고, 사건 발생 3일 전에는 계좌에 1900원가량만 남아 있었다.
실제로 사건 이후 조씨가 노트북으로 아내의 사망 보험금과 수령 여부에 대해서 확인한 이력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조씨에게는 2013년부터 만나 온 내연녀가 있었다. 최근 1년간 조씨의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조씨가 아내와 통화한 횟수는 106번이지만 내연녀와 통화한 횟수는 2468회에 달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은 직접 범행 증거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종합했을 때 유죄가 증명된다며 1심 이어 2심서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각이 대부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고 제3자의 범행은 추상적 가능성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각각 왼쪽 목과 오른쪽 목 부위를 찔린 것에도 주목했다. 범인이 양손을 쓰는 것에 능숙한 사람일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씨는 원래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칼을 정교하게 사용하면서 도자기도 만들었다”며 “결국 조씨는 왼손잡이가 아니라 양손을 원활하게 쓰는 사람이고, 피해자 2명의 상처 부위를 봤을 때 양손잡이 범행”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재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2021년 4월 15일 대법원은 “간접증거를 고찰해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채나연 (cha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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