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린 부품사…삼성전기 '방긋', LG이노텍 '울상'

백유진 2024. 10. 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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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호황에 선방한 삼성전기, "올해 서버 MLCC 매출 2배"
경쟁 심화로 내실 휘청인 LG이노텍…전장 사업도 적자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양대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 3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양사 모두 지난해부터 이어진 IT 수요 부진, 원·달러 환율 하락 등 대외적 요인에 고전하는 모양새지만, 삼성전기는 AI(인공지능)·전장(자동차 전자·전기장치) 등 성장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LG이노텍은 높은 애플 의존도로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AI·전장 수요 증가에 선방

29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6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6% 늘어난 224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8.0%에서 8.6%로 0.6%p(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호실적은 AI·전장·서버 등 시장 성장에 따라 관련 고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원택 삼성전기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분기 실적은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회복 둔화, 원화 강세 등 다소 불리한 경영 여건이 있었음에도, AI·서버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및 전장용 MLCC, 카메라모듈 등 AI·서버, 전장 관련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든 사업부문의 실적이 개선됐다. 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문의 경우 1조19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2% 성장했다. AI·서버·네트워크 등 산업용과 전장용 MLCC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MLCC 공급이 증가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삼성전기는 서버용 MLCC의 경우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 중 상당 부분이 AI 서버 관련 매출"이라며 "이는 업계 탑 티어 수준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카메라 모듈 사업을 하는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86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애플 아이폰16에 공급하는 고성능 카메라 모듈을 비롯해 글로벌 거래선향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공급이 증가한 덕분이다. 다만 해외 거래선향 폴디드줌 등 고성능 카메라 모듈 공급이 늘어났던 전 분기와 비교하면 5.8% 감소한 수준이다.

기판 사업 담당인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고부가 제품 중심 수요 증가로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한 55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RM CPU(중앙처리장치)용 BGA 공급을 확대하고 대면적·고다층 AI·서버용 및 전장용 FCBGA 기판 판매가 늘어나며 매출을 견인했다. 특히 AI·서버용 FCBGA의 경우 CPU용을 중심으로 올해 지난해보다 약 두 배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서버·AI용 FCBGA의 경우, 올해 매출은 CPU용 중심으로 전년 대비 약 두 배 성장을 예상하고 있으며, AI 가속기용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서버 CPU용 제품에 AI 가속기용 제품의 양산까지 더해져 AI·서버용 FCBGA 매출은 올해 대비 큰 폭의 고성장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경쟁 심화에 수익성 뚝

이는 지난 23일 발표한 LG이노텍의 3분기 성적표와는 다소 비교된다. LG이노텍은 올 3분기 매출 5조6851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3.9%에서 2.3%까지 떨어졌다.

/그래픽=비즈워치

LG이노텍 관계자는 "고객사 신모델 양산으로 고부가 카메라 모듈 공급이 확대되고 반도체 기판, 차량용 통신 모듈의 매출이 늘었다"면서도 "달러-원 환율 하락, 전기차·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 광학 사업의 공급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의 수익성 악화에 여러 요인이 있던 것으로 분석한다. 그중 하나는 환율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도 감소하는 구조다.

다만 환율 영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카메라 모듈 단가 인하'로 보인다. 3분기는 통상 LG이노텍의 성수기지만, 최근 애플이 3D 센싱 모듈 공급처를 중국 폭스콘 등으로 늘리면서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LG이노텍의 실적은 매년 상반기에는 실적이 낮고 하반기에는 실적이 높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인다. 주요 매출처인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를 3분기에 발표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는 약 80%에 달한다. 애플의 제품 판매량이나 가격 인하 압박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다만 애플 아이폰16 출시에 따라 모바일용 고부가 카메라 모듈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매출 증가 효과는 있었다. 실제 카메라 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4조836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에 따른 성수기 효과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면서도 "매입·매출 시점의 환율 영향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 확대로 수익성은 부진했다"고 진단했다.

애플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전장 사업도 전기차 성장 부진으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3분기 LG이노텍의 전장부품사업은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인한 판매 실적 감소로 47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1%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전장부품사업이 3분기 적자 전환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전장부품도 적자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동차 완성차업체들의 재고조정과 전기차 판매 둔화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LG이노텍 측은 "차량 카메라, 통신 모듈, 조명 등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인 차량용 부품의 매출이 매년 증가하고, 전장 사업의 수주잔고 역시 올 3분기 기준 11조9000억원에 이르는 등 사업구조 고도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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