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 ‘유동성 파티’ 끝?...가계대출 축소 시작됐다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2. 12. 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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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급증하던 가계대출이 올 들어 사실상 멈춰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대비 0.1% 감소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유행하던 ‘유동성 파티’가 막을 내리고, 경기 혹한기 속에 한푼이라도 은행 빚을 줄이려는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본격화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올 10월 말까지 0.1% 줄었다. 2020년만 해도 11.5%를 기록했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작년 7.3%로 둔화했고, 올 들어선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을 보면 175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000억원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셈이다. 전년 동기대비 증감율도 0.7%로 역대 가장 작았다.

가계대출 디레버리징이 가시화된 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5.34%로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최고 금리는 각각 연 7%, 연 8%대를 넘어섰다. 작년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늘었다.

실제 은행권 가계대출은 크게 줄고 있다. 시중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346억원으로 10월(693조6475억원)보다 6129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감소폭은 더 크다.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21조5888억원으로 한 달 새 2조원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말 139조5571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8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실장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괜찮은 계층부터 금리인상기를 맞이해 기존 신용대출을 우선 상환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대출 이자에 못 이겨 반강제적인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셈이다.

경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가계 대출 수요가 쪼그라든 것도 디레버리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전세값은 최대 낙폭 기록을 매주 갈아치우고 있다. 국내 증시도 찬바람이 불고, 가상화폐 시장도 FTX 사태까지 터지면서 깊은 침체에 빠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70%가량이 주담대인데 주택 거래가 실종되면서 신규 대출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식·코인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 수요도 끊겼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을 비롯한 여타 가계 대출기관들은 소폭이나마 가계 대출 상승세를 이어 갔지만, 시중은행과 함께 1금융권 대출의 대체재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상호금융 대출도 전년 말 대비 총액이 하락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은행 가계대출의 디레버리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금융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차주들에 디마케팅(상품판매를 감소시키려는 마케팅)에 나설 유인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급등기에 디레버리징으로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가 위기에 가까워질 때 디레버리징 이슈가 있었다”며 “대출 구조 개선 등 디레버리징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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