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친한계 20여명과 만찬 회동…"상황 엄중히 보고 있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친한계 의원들을 긴급 소집하고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여권 내 후폭풍이 일면서 결속을 다지고 향후 정국 해법을 논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한 대표와 함께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한지아 수석대변인,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 조경태·장동혁·박정훈·유용원·최보윤·김건·김예지·정성국·김형동·안상훈·송석준·고동진·진종오·우재준·주진우·배현진·김소희 의원과 원외인 김종혁 최고위원 등 총 23명이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친한계 의원들이 제안하고 한 대표가 수락해 이뤄졌고 오후 약 7시쯤부터 시작해 오후 8시30분쯤 마무리됐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요구사항을 거부한 것을 두고 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만찬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귀가했다. 다만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상황과 향후 정국에 대한 엄중함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추진과 관련한 이탈표 단속 등을 두고는 "그런 얘기는 안 나왔다"고 했다. 고동진 의원은 "재보궐 선거 이후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모인 것 아닌가"라며 "현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나가자는 차원으로 더 노력하고 힘내서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하자는 얘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현재 친한계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 이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면담이 별 소득 없이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데다 형식이나 의전을 두고도 한 대표를 홀대했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만찬도 한 대표를 위로하려는 차원에서라는 게 일부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만찬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어제 테이블부터 이상했지 않냐"며 "(한 대표를) 위로하려고 모인 것으로 부글부글(했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한 대표가 대통령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으니까 우리가 대접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공개적으로도 불만이 거세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사무총장과 전화를 한다고 하면서 25분 정도 늦게 왔는데 한 대표를 그냥 밖에다 세워놨다"며 "또 용산에서는 6~7명이 우르르 서 있었는데 당에서는 아무도 없이 한 대표 혼자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그것도 모양이 너무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랜 세월 정치판을 이렇게 봐 왔지만 생경한 모습"이라며 "한 장의 사진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대표도 우회적으로 답답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 면담이 끝난 뒤 브리핑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귀가했고 이날 오전 일정도 취소했다. 한 대표는 당초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연금개혁청년행동이 주최하는 'MZ세대가 생각하는 국가 미래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 사실을 알렸다. 이를 두고 전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손에 쥐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한 대표는 오후 일정은 소화했다. 10·16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인천 강화군을 방문해 박용철 강화군수와 함께 시민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 대표는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비롯해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윤 대통령을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당 이름을 참 좋아한다"며 "우리는 국민의힘이 되겠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고 했다. 이 밖에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일부 의료계 단체에 감사의 뜻을 전한 게 전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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