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리츠‧DB손보 톱3까지 '1인실 입원일당' 경쟁 나선 이유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해보험사가 4월 경험생명표 변경을 앞두고 암보험 담보 경쟁과 함께 1인실 입원일당 특약 세부조건에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험생명표가 갱신되면 사망은 늦춰지기 때문에 사망담보는 보험료가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건강담보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건강 보장 상품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5년 만에 개정한 제10회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평균수명은 남자 86.3세, 여자 90.7세로 직전 차수에 비해 각각 2.8세, 2.2세 증가했다.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현상을 관찰해 성별‧연령별 사망률표로 작성한 것으로 이를 기초로 성별‧연령별 기대여명을 산출한다. 이는 보험가격 지수 산출에도 사용되고 있어 경험생명표 개정 시 보험료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도입한 신회계제도(IFRS17)에서는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을 통해 당기순이익을 인식하기 때문에 CSM확보가 상당히 중요해졌다. 건강보험의 경우 일반보험보다 신계약 CSM배수가 높아 CSM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CSM확보를 위해 대부분의 생명‧손해보험사가 건강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건강보험 상품에서 많은 경쟁이 있었다. 올해는 그 기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1인실 입원일당은 여전히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영역이라 소비자의 부담이 높아 니즈가 강하다는 점을 파악, 금감원의 과당 경쟁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했지만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쉽지 않고 장기간 입원하는 환자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보험사들의 판단하에 특약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금감원이 자제령을 내리며 단기납 종신보험처럼 언제 상품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인식을 고객과 설계사에게 심어주게 돼 절판 마케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경험생명표를 반영한 상품개정까지 맞물려 보험료 인상 이야기가 오가며 영업현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에는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이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을 60만원으로 상향하며 기존의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다. 여기에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도 호시탐탐 입원일당을 인상하고 있어 1인실 입원일당도 암보험 못지 않게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손보사들은 세부적인 내용에 차별화를 두며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군을 구성하고자 노력하는 모양새다.

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을 20만원으로 설정하며 10만원이 대부분인 타사와 차별을 뒀다. 대신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타사와 동일한 60만원을 보장한다. 또 특실을 이용하더라도 1인실 사용일당 가입금액을 지급해 병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실을 이용할 경우까지 대비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말 간병인 사용일당 가입연령을 90세까지 확대한 상품을 출시했다.  1년미만 면책이나 감액 조건을 삭제하며 간병보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요양병원의 간병인 사용일당도 80세까지는 1일 최대한도를 5만원까지 늘리며 고령자를 겨냥했다.

DB손보는 기존 180일 이내로만 지급했던 상급종합병원 입원일당의 범위를 365일까지 넓힌 신담보 특약을 출시했다. 특히 자사 입원일당 보유 고객의 경우 가입심사를 면책하는 조건을 내세우며 추가가입을 보다 쉽게 유도했다.

현대해상은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일당의 1년미만 감액조건을 삭제하며 가입 첫날부터 100% 보장을 앞세웠다. 또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사용 시 일당을 3만원으로 책정하며 타사 대비 1만원 높였다.

KB손보는 타사 가입자를 겨냥해 1인실 일당과 수술비를 업계한도까지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1만원 업셀링 플랜을 제시했다. 또다른 1만원 플랜으로 간병인 사용일당을 90세까지 확대한데 이어 181일 이상 늘린 특약을 출시, 소비자가 추가로 보험을 가입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지지 않을 법한 상품 구성을 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확보와 설계사의 눈높이에 맞는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건강보험 판매 촉진을 위한 플랜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며 "자칫 손해보험 고유 영역인 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일반보험 쪽 상품의 개발과 판매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까봐 염려된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