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우리가”… 공공요금 인상 미루며 지자체 ‘볼멘소리’

세종=박소정 기자 2023. 3.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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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중교통비 300원 인상, 물가 0.3%p↑” 추산
정부에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국비 보전” 촉구하기로
수도료 인상분 감면 조치한 세종시는 “연 20~30억 손실”
“정책 개입에 지자체 부담 커져…중앙정부 책임” 목소리
지난 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어르신이 우대용 교통카드를 발권하고 있다. /뉴스1
“지하철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 부담이 정부의 ‘정책적 개입’으로 인해 이뤄진 결과라면, 중앙정부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의 말

‘물가난 심화’를 계기로 수도·교통 등 지방 공공요금 인상을 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기획재정부를 향한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요금 현실화율(원가 대비 사용료 비율)을 맞추기 위해 올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 요인을 최소화하라는 중앙정부의 압박을 받아들여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처했다.

지자체들은 공공요금 인상 자제에 드는 비용을 중앙정부가 일부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손실 일부를 중앙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동결이나 한시적 감면을 결정한 일부 지자체 역시 해당 조치로 인한 손실분을 계산하며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중앙 재정으로 특정 지자체를 지원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지하철 개찰구 모습. /연합뉴스

◇ 지하철·버스요금 올린 서울시 “정부 지원 없어 한계”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최근 지하철·버스 요금을 300원 올리는 대중교통요금 조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주목할 지점은 이날 회의에서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국비 보전 촉구 결의안’도 함께 가결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8년 만의 요금 인상을 결정한 배경인 ‘서울시 대중교통 재정난’에 대해 중앙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시의회 심사보고서에는 “무임 수송에 따른 운임 손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재정 지원만으로는 적자 보전에 한계가 있어 요금 인상의 필요성이 공감된다”고 언급됐다.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손실 보전 문제는 오랜 논쟁거리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물가 문제와 연동돼 더욱 부각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서민 체감 물가 상승을 우려해 상반기 중 지자체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할 것을 거듭 요청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무임승차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면 그만큼 서울시민에게 전가되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분이 줄어드니, 마침 물가 상승 요인도 억제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중앙정부의 무임승차 손실 보전이 없으면 대중교통 요금을 400원 올릴 수밖에 없는데, 기재부가 도와주면 200원만 올릴 수 있다”고 건의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번 300원 인상이 단행되면, 소비자물가가 0.3%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1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 동결·감면 결정한 여타 지역서도 ‘부글부글’

현재 전기요금·도시가스 도매 요금·우편료·도로통행료 등은 중앙정부의 각 관할 부처가, 지하철 요금·상하수도 요금·도시가스 소매 요금·택시요금·정화조 청소료 등은 지자체가 각각 관리하고 인상 폭을 결정한다. 기존에 논란이 됐던 전기·가스 요금뿐 아니라, 상하수도·지하철 등 지자체 권한의 공공요금 부담까지도 ‘물가 대책’과 맞물려 중앙정부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물가 부담이 초래한 지자체의 기재부를 향한 볼멘소리는 비단 서울시 대중교통비 이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공공요금을 올해 상반기 동결 혹은 한시적 감면 조치한 여타 지자체들에서도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에 물가 상승 책임을 전가하면서 지자체만 오롯이 부담을 감내하게 됐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 공공요금 상승이 계속해서 억제돼 적자가 쌓이면 결국 위협받는 건 지방재정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정부의 요금 인상 억제 요구로 지자체가 보는 손실이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세종특별자치시는 올해 1월부터 상하수도 요금 인상(매년 상수도 6.5%·하수도 32%)을 단행했는데, 곧이어 지난달 조례 개정을 통해 감면 조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비롯한 여타 동결 조치로 인해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연 손실분은 20억~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한 해 예산(1조4000억원)을 고려했을 때 작지 않은 규모다.

약 10년째 제자리였던 버스·상수도 요금을 올해 비로소 올리기로 준비 중이던 울산시도 골머리를 썩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물가 억제 요구는 해마다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인상이 저지돼 결론적으로 시 재정 부담만 커졌기 때문이다. 울산시의 버스 운영지원 예산은 2015년 250억원에서 지난해 6배인 15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지침은 사실상 따라야 하는 것인데, 재정 부담은 지자체만 지니 야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뉴스1

◇ 기재부 “특정 지자체 직접 재정지원 안돼…간접 인센티브 있어”

그러나 중앙 재정을 운용하는 기재부는 단호하다. 어디까지나 지방 공공요금 인상을 비롯한 관리 권한은 해당 지자체에 있으며, 손실이 발생하거나 물가난에 따른 감면 책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담은 지자체 예산에서 흡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특정 지자체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특혜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논리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시 등 특정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 부담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재정 지원할 생각이 없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이는 중앙정부가 논의할 사항도, 강요할 사항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 물가난으로 반발이 커지니 중앙정부 탓을 하며 초점을 흐리고자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는 물가 안정 등에 협조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간접적인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균특회계의 지방 공공요금 안정 인센티브 규모를 기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년 예산 편성 시 반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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