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1005G 금자탑' 정우람, 눈물로 마지막 인사…"9년 동안 한화 팬들께 사랑만 받고 간다"

김민경 기자 2024. 9. 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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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 은퇴 기자회견에 나섰다. ⓒ 대전,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내가 있는 9년 동안 팬분들을 많이 웃게 해드리지 못했다. 많은 사랑만 받고 가는 것 같아서 제일 아쉽고 마음이 조금 안 좋았다."

한화 이글스 좌완 정우람(39)이 눈물로 은퇴식을 앞둔 소감을 밝히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우람은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한다. 선수 본인이 은퇴식에서 "꼭 한 타자는 상대하고 싶다"는 뜻을 김경문 한화 감독에게 강하게 어필했고, 김 감독은 시즌 최종전이자 대전하화생명이글스파크 고별전의 선발투수로 낙점하면서 은퇴 경기가 더 화려해지도록 배려했다. 한화는 이날 정우람을 특별엔트리로 등록했다.

한화는 지난 15일 정우람이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정우람은 올해 플레잉코치로 지내면서 1군 등판 기회가 없었다. 선수는 당연히 팬들 앞에서 제대로 마무리 인사를 하고 끝을 내고 싶었다. 김 감독은 이에 "그날 정우람 선수가 한 타자를 꼭 던지고 싶다고 그러길래, 아마 한 타자를 던지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우람은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84억원에 사인하면서 전격 이적했고,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39억원에 한번 더 계약하면서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보장받았다.

'고무팔'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정우람은 KBO 역대 최초이자 유일하게 1000경기에 출전한 투수다. 군 복무 기간인 2013~2014시즌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프로에서 18시즌을 1군에서 활약하면서 1004경기에 출전했다. 1군에서 활약한 18시즌 가운데 15시즌에서 5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면서 성실한 선수로 인정받았다. 정우람은 지난해 10월 2일 대전 NC전에서 리그 투수 최초로 1000경기 출전하는 불멸의 대기록을 남겼다.

정우람은 지난해 10월 1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하면서 단일리그 투수 기준으로 아시아 역대 최다인 1003경기 출전 신기록을 수립했다. 다음 날인 16일 롯데전에서는 1004번째 경기에 등판했고, 지금까지는 이 경기가 정우람의 1군 마지막 경기로 남아 있다.

나이 30대 후반 베테랑이지만, 정우람은 지난해 52경기에서 40⅓이닝을 책임졌을 정도로 불펜에서 비중이 큰 투수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뒤 정우람은 FA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는 플레잉코치로 지내겠다고 선언했고, 잔류군 투수코치와 선수를 겸한 올해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퓨처스팀에서도 후배들을 육성하는 데 더 중점을 두면서 퓨처스리그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다.

정우람은 KBO리그 통산 1004경기에서 977⅓이닝을 던지면서 64승47패, 197세이브, 14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00세이브까지 3개, 150홀드까지는 5개만 남겨둔 상황이라 올해 개인 기록을 더 챙기지 못한 게 아쉬울 법했으나 '고무팔'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판단한 그는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 한화 이글스 정우람 ⓒ 곽혜미 기자
▲ 정우람이 통산 1000경기째 등판을 마치고 동료들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한화 이글스

◆ 다음은 정우람과 일문일답.

-야구장 올 때 기분은 어땠나.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긴장도 많이 되고, 1년 만에 대전야구장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슬프기도 했지만, 많이 설렜다. 어렸을 때 한국시리즈 1차전 앞두고 야구장 출근하는 기분이랑 비슷하기도 한데,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많이 섞여 있다 보니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다.

-1005번째 경기에 선발투수로 이름을 올린 기분은.

서프라이즈했다. 미리 언질을 받은 것은 아니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많이 고민하셔서 결정해 주셨다. 많이 놀라기도 했는데, 1004경기를 뛰는 동안 선발 경험이 한번도 없었다. 마지막 은퇴식 경기에서 제일 먼저 나갈 기회를 주셔서 감사 드린다. 선발로 나간다 하니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포커스가 점점 맞춰지는 것 같다. 늘 뒤에 나가서 그러면 시간이 남아 있으면 조금 덜할 텐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선발은 이런 기분이구나 그런 생각도 든다.

-은퇴 결정하고 주변 반응은 어땠나.

날짜가 조금 우리가 5강 싸움을 하고 있어서 날짜를 많이 물어 보셨다. 우리가 5강 싸움을 계속 했다면, 내 은퇴식이 우선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년으로 미룰 생각도 했다. 올해 하게 됐고, 주변에서는 많은 분들이 축하와 동시에 수고했다 격려를 많이 해 주셨다. 같이 뛰던 동료 선수들이 9년 동안 있었지만, 같이 하면서 땀흘린 동료들이 축하해 줘서 준비할 수 있었다.

-은퇴 발표 후 어떤 마음이 들었나.

(눈시울이 붉어져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한화에 2016년에 왔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대전에 왔는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내가 있는 9년 동안 팬분들을 많이 웃게 해드리지 못했다. 많은 사랑만 받고 가는 것 같아서 제일 아쉽고 마음이 조금 안 좋았다.

-오늘 처음 울었나, 계속 울었나.

아침에도 눈물이 많이 나더라. 은퇴사를 준비하면서 눈물이 조금 나기도 했고, 오랫동안 뜸했던 지인들 같이 했던 동료들이나 친구들이나 여러 사람들이 마지막을 축하해 줘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선수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어떤 선수였다고 생각하나.

마운드에 꾸준히 많이 오르다 보니까 오래 하게 됐고,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인정해 줄 수 있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

-프로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너무 많다. 이곳 한화에서 우리가 2018년에 가을야구를 결정지었을 때 그때 구단 프런트나 감독, 코치님들이 너무나 기뻐하셨던 장면이 많이 떠오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우리가 떨어지긴 했지만, 이겼을 때도 좋았겠으나 떨어졌을 때 한화 팬분들이 우리 버스 뒤에서 선수들 고생했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리고 작년에 아시아 최초, 한국 최초로 1000경기 했을 때 관중 분들이 박수쳐 주시고 우리 후배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줬을 때 기억이 많이 남는다.

-선수 생활하면서 고마운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고마운 분들 너무 많다. 내가 제일 오래 함께한 감독님은 다 아시다시피 김성근 감독님이다. 김성근 감독님의 그런 가르침과 나를 채찍질 많이 해주셔서 오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곳 한화에 와서도 우리가 2018년 가을야구 할 수 있도록, 또 내가 마지막 투수로 정말 멋진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관리해 주시고 팀을 이끌어 주신 한용덕 감독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 시즌 김경문 감독님으로 바뀌었지만, 함께 김경문 감독님과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해 아쉽다. 더 훌륭한 감독님들과 오래 하고 싶었지만, 선수 생활을 더 하지 못해서 아쉽다.

-최근 투수조와 식사했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이런 자리에 오는 게 맞나. 내가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대했고, 같이 좋은 일 슬픈 일 함께 나누며 지금까지 세월을 보냈지만 결국에 선배로서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조금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이렇게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고맙고, (이)태양이가 이렇게 해 줄 수 있는 선배가 있어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야구 선수로서 선배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자 찬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태양이를 비롯해서 그 자리를 만들어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한 타자 상대하기로 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던지고 싶나.

전성기 때처럼 좋은 공이 나온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나름 마지막 순간을 팬분들을 위해서 준비했는데,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서 한 타자에 담아 보겠다.

-대전이글스파크에서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1년 만에 출근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늘 왔던 것처럼 익숙했다. 반가웠고 빨리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 머지 않은 곳에 새 야구장이 생기게 돼서 내년, 내후년 항상 이곳에 야구장에 올 때면 이 향수가 전달 될 것 같다.

-올해 플레잉코치도 했고, 앞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을 텐데.

항상 여러가지 좋은 감독님, 코치님 많이 보면서 배우고 느껴왔지만, 좋은 지도자는 없는 것 같다. 좋은 지도자보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될 것이고, 좋은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선수들과 소통하고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만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 좋은 지도자라 생각한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도 필요해서 공부도 해 나갈 생각이다.

-후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심으로 항상 형을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 진심이 모여서 은퇴식도 열게 되고, 팬분들도 와주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후배드을 응원할 것이고 역시 진심으로 후배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응원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 정우람이 투수 역대 최초 통산 10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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