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물으면 답변 피하던 예전 서울대생, 스티커로 과시하는 요즘 서울대생
'서울대 가족’ 스티커,
학벌주의 논란
최근 서울대발전재단이 ‘서울대 가족’임을 나타내는 ‘SNU family’ 차량 스티커를 배포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스티커에는 ‘I AM MOM(나는 서울대생 엄마)’ ‘I AM DAD(나는 서울대생 아빠)’ ‘PROUD FAMILY(자랑스러운 가족)’라는 문구와 함께 서울대 로고가 삽입돼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2100명이 해당 스티커를 받았다.
해당 스티커는 서울대 기부금 모금을 위한 판촉물로 제작됐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학부모 연락처 등 모금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무료로 스티커를 발급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지나친 학벌 과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녀가 서울대에 간 거지 부모가 간 게 아닌데 유난스럽다”, “대한민국의 학벌 지상주의를 잘 보여주는 현상 같다”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2019년에도 서울대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대 한 창업 동아리가 “수험생들을 위해 서울대생이 직접 쓴 응원의 손 편지와 서울대생이 공부할 때 사용했던 볼펜, 서울대 마크가 그려져 있는 컴퓨터 사인펜을 7000원에 판매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제가 됐다. 동아리 관계자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사면 의대·경영대 등 입시 커트라인이 높은 학과 학생의 손 편지를 받을 수 있다”며 구매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학벌을 상품화한다”, “학교 인지도로 장사하냐” 등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글을 올린 해당 동아리는 판매 글을 삭제하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학벌주의가 담긴 물건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수험생에게 비싸게 중고 거래되던 명문대 과잠(같은 학교 학생이 단체로 맞춰 입는 대학과 학과가 자수로 새겨진 점퍼)도 “학벌주의를 조성한다”며 지적을 받았다.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학교의 과잠이 4만~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의대, 치대, 한의대 등 최상위 학과의 과잠 역시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계속되는 학벌주의 논란에 한 전문가는 "과한 입시 경쟁을 하며 자라온 대학생이 학교 굿즈를 경쟁 속에서 얻어낸 전리품으로 여기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학벌 대신 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다른 지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소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