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핵심 소비 트렌드는 ‘옴니보어’… 고정관념 깨고 자신만의 스타일 추구

강현숙 기자 2024. 10. 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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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 교수 ‘트렌드 코리아 2025’ 발표

뱀해인 2025년은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경제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내년 경제는 현 불황 심리가 지리하게 유지되면서 큰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지부진한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시기일수록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야 실패 없는 대응이 가능하다. 트렌드 연구 대가로 꼽히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들을 주축으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선보인 '트렌드 코리아 2025'(미래의창)에서 눈여겨봐야 할 내년 소비 트렌드를 알아봤다.

인구학적 집단의 특성 따르지 않아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자신의 개성과 관심에 따라 차별화된 소비 패턴을 보이는 ‘옴니보어’ 소비자에 주목하고 있다. [GettyImages]
사람을 소득이나 나이, 성별로 재단하는 시대는 끝났다. 시장이나 조직 모두 전형성을 탈피했기에 기존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식을 재정립할 때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옴니보어(Omnivore)' 소비자에 주목하고 있다. 옴니보어란 사전적으로는 잡식성이라는 의미이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함께 갖고 있다. 즉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를 일컫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옴니보어는 기존 인구학적 기준으로 분류된 집단의 특성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관심에 따라 차별화된 소비 패턴을 보인다.

라이프 사이클, 연령, 세대,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이 흔들리면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50대 부장, 스마트스토어로 용돈을 버는 고등학생, 야구 관람에 열광하는 30대 여성, 유튜브 추천 제품을 구매하려고 다이소에 가는 자산가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나잇값을 한다'거나 '남성·여성스럽다'는 수식어는 옛말이 됐고,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말 역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일례로 부산에 위치한 영산대는 시니어층 수요를 반영해 시니어모델학과를 개설했을 정도다.

이렇듯 옴니보어 시대의 잠재 고객은 인구학적 세그먼트로는 쉽게 정의되지 않으며, 특정 채널로 한정하기도 어렵다.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효과적으로 예측하려면 라이프스타일, 가치, 취향, 기분, 상황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활용해 소비자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후 코어 타깃인 CoG(Center of Gravity·무게중심)를 추려 공략하면 성공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내년 한국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5’. [미래의창 제공]
‌한동안 원대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의 성공을 쫓기보다 일상 속 손에 잡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다. 문제는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변질되고 마케팅 용어로 자리 잡으면서 '약간 비싸지만 지불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의미로 상업화됐다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몰두하는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소확행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리는 '작은 사치'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인식되고 있다. SNS에 줄기차게 올라오는 소확행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자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한 걸음 비켜서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이런 태도를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여 '#아보하'로 명명하며 내년을 이끌 소비 트렌드로 주목했다. #아보하를 추구하는 사람은 남에게 과시하기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명품 립스틱 대신 고품질의 기능성 치약을 구매하는 식이다. 좋은 치약은 SNS에 올라온 명품 립스틱과 달리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개인적인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한때 열풍이던 골프나 테니스처럼 '폼나는' 종목 대신 달리기와 등산 같은 일상적인 운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주 보통의 하루' 추구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불안하고 힘든 일상에서 #아보하와 함께 떠오르는 트렌드는 나에게 해롭지 않고,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 '무해(無害)'한 것들이다. 푸바오처럼 작고 귀여운 순둥이 동물과 순진무구한 아기들, 현실세계를 최대한 작게 만든 앙증맞은 미니어처, 서툰 말씨와 대충 그린 이모티콘 등이 대표적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이처럼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의 특성을 무해함으로 범주화하고, 이렇게 무해한 사물들의 준거력(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힘)이 강해지는 현상을 '무해력'이라고 정리했다.

AI(인공지능) 로봇이 일상화될 만큼 디지털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는 엄연히 물질세계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체감 가능한 무언가를 갈구하면서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특정 대상에 경험 가능한 물성을 부여해 매력도를 높이는 힘인 '물성매력'이 내년을 관통할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물성매력이란 영화 콘텐츠나 브랜드, 기술 등 추상적 분야에 오감을 총동원해 체감할 수 있는 속성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적·정서적·행동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작용을 일컫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콘텐츠 물성화로, 대표적 사례가 6월 개봉했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의 백화점 팝업스토어다. 영화에서 감정 캐릭터들이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을 오갈 때 생각기차를 타는데, 팝업스토어에서도 영화 속 다양한 장면을 공간으로 구성해 방문객들이 생각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향후 디지털·가상·언택트 경제가 발달할수록 그 반작용으로 물성매력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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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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