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첫돌인데 저만 몰랐습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휴대폰을 내려놨다

동창회 모임에 참석한 나는 친구의 휴대폰 화면 속 사진을 본 순간 손끝부터 서늘하게 차갑게 식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화면 안에는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내 아들 내외와 환하게 웃고 있는 손주의 첫돌 잔치 모습이 또렷하게 담겨 있었다.

초대를 받기는커녕 돌잔치 소식조차 전혀 듣지 못했던 나는 떨리는 손으로 겨우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손주의 돌잔치를 왜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나지막이 물었다.

아들은 양가 친척들을 부르지 않고 직장 동료 몇 명만 불러 소규모로 진행하느라 차마 말을 못 했다며 우물거렸다.

하지만 친구의 사위가 찍은 사진 속에는 사가 식구들의 화사한 모습이 가득하여 아들의 핑계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시어머니인 나와의 지나친 교류가 부담스러웠다는 며느리의 진심을 아들의 어설픈 변명을 통해 비로소 눈치챘다.

평소 서운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들에게는 내 존재 자체가 커다란 부담이자 걸림돌이었던 모양이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손주의 금반지를 서랍 깊숙이 넣으며 나는 혼자서 참아왔던 서러운 눈물을 조용히 흘렸다.

며칠 뒤 아들이 뒤늦게 미안하다며 찾아왔지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질책도 화도 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맞이했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감싸 안고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던 지난날의 헛된 집착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정에 연연하지 않고 내 삶의 독자적인 평온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이 서로를 위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롱 서랍 속에 덩그러니 놓인 손주의 돌반지를 꺼내어 아들 편에 조용히 건네며 당분간 서로 연락을 줄이자고 했다.

당황해하는 아들의 얼굴을 뒤로한 채 나는 현관문을 닫고 차분해진 거실 한가운데에 홀로 가만히 앉았다.

첫돌 사진에서 시작된 자식과의 서운함을 마침내 털어낸 뒤에야 비로소 내 마음속에 참된 자유와 안식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