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CEO 나란히 미국행…신한 진옥동·우리 임종룡 회장에게 이목 쏠린 이유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 /그래픽=류수재 기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5대금융(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이 모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차총회 이후 투자설명회(IR) 일정을 별도로 마련하면서 경영전략과 밸류업 정책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임에 도전하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진 회장은 해외IR의 달인으로 글로벌 사업의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첫 연차총회 참석에서 동양·ABL생명 인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5대금융회장 전원이 참석한다. 총회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글로벌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집결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금융 포럼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 5대금융 회장이 전원 참석하는 것은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60~70%에 이르는 국내 금융지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주주환원 정책과 밸류업 의지를 글로벌 투자자에게 직접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진 회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신한금융이 9월2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가동하면서 절묘하게 시기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11월 말 압축 후보군을 추린 이후 12월 초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 회장은 차기 회장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3월 기준 만 65세로, 3년 임기를 고려해도 연령제한 기준인 만 70세를 넘지 않고, 조직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신한금융의 전통을 고려하면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진 회장은 해외IR 달인으로 이번 총회에서 신한금융의 글로벌 및 밸류업 성과를 글로벌 투자자에게 각인시키며 리더십을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 이후 9차례 해외IR을 진행하며 5대금융 회장 중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보통주자본(CET1) 비율 13.1%, 올해 주주환원율 42%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2분기 기준 CET1 비율은 13.59%로 주주환원 규모가 늘었음에도 목표치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금융투자 업계는 45%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전망하고 있다.

또 신한금융의 글로벌 순이익 성장세도 돋보인다. 진 회장이 취임한 2023년 5495억원에서 지난해 7589억원으로 늘었고, 상반기 누적 4320억원을 거둬 작년 상반기(4110억원) 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진 회장이 새 정부와도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8월15일 국민임명식 당시 5대금융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 받았고 이어 9월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도 홀로 참석해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발언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과 9월 말 미국 유엔총회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진 회장에 대한 이사회의 두터운 지지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SBJ은행 설립을 주도하고 법인장 재임 당시 영업이익을 3배 가까이 끌어올려 지분율 17%로 추정되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또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김조설·배훈·전묘상)이 재일교포라는 점도 유리한 지점으로 꼽힌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느라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임 회장은 이번 총회 참석을 통해 연임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대전환을 글로벌 무대에서 공식화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비전을 공인받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회장 선임 일정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그가 9월 말 직접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서 생산적 금융과 연계해 5년간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임 회장이 동양·ABL생명 인수 이후 재무 전망과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 등을 상세히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이 7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완료하며, 우리금융은 은행에서 증권·보험에 이르는 완전한 종합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은행 의존적인 금융그룹이라는 과거의 굴레를 벗고,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났음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생명보험사 인수로 CET1 비율이 하락했을 것이란 재무 건전성 우려를 떨치고 CET1 비율 하락을 방어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면서 염가매수차익 4000억원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CET1 하락도 8bp(1bp=0.01%p)에 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이익 성장을 고려하면 CET1 비율 목표치 12.5% 이상을 달성하기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 임 회장은 이익잉여금 3조원을 이입해 4분기 배당부터 금융지주 최초로 감액배당(비과세배당)을 실시하는 만큼 차별화된 밸류업 정책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불법 대출 관련 내부통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생보사 인수 및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강화 노력은 인정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차총회에서 임 회장의 행보는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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