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배·전·반 점검]①글로벌 네트워크 앞세워 가속 페달...성과 가시화 '숙제'

LS그룹의 배터리·전기자동차·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에 대해 분석한다.

LS엠앤엠(MnM) 울산 공장 전경. (사진=LS엠앤엠)

LS가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배전반(이차전지·전기자동차·반도체)' 중에서도 배터리(이차전지) 사업은 성장성과 더불어 계열사 간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다. LS가 기존 사업에서 갖추고 있던 소재 정련, 제련 기술력을 이식하기가 용이한 분야인 만큼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이차전지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LS의 핵심 전략은 수직계열화다. 이차전지의 제조부터 폐기 후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사업화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의 시작과 끝에는 금속 제련 기업인 LS엠앤엠(MnM)이 있다. 회사는 주로 동광석을 제련해 LS전선의 전력, 해저케이블 원자재료 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해 왔다. 각종 전자제품 등 폐자원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기업 GRM, 고순도 정련과 소재생산 기술을 갖춘 토리컴을 산하에 두고 있다.

LS의 배터리 사업 성장에서 LS MnM이 갖춘 글로벌 원재료 조달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와 견줘 상대적으로 늦은 시점에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오랜 동제련 경험에서 쌓인 세계적인 영업, 구매망이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에 큰 강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LS엠앤엠 앞세워 수직계열화 추진

LS 배터리 사업 관련 주요 기업 (자료=전자공시시스템)

LS엠앤엠이 동재련 과정에서 추출한 조황산니켈을 토리컴이 가공해 황산니켈로 만든다. 이를 LS와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의 합작법인(JV)인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에 공급해 전구체로 제조한다. 전구체는 엘앤에프를 통해 양극재로 만들어지고, 최종적으로는 이차전지 셀 제조업체나 전기차 기업을 통해 차량에 탑재된다. 향후 사용이 끝난 이차전지는 GRM이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원료를 추출 사업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LS는 지난 2022년 LS니꼬동제련의 지분 중 일본 JKJS가 보유한 잔여 지분 49.9%를 약 1조원에 사들이며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이차전지 소재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LS가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한 뒤 회사는 간판을 LS엠앤엠으로 바꿔 달고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에는 충남 아산 토리컴 사업장에 연간 5000톤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준공했다. 황산니켈은 전구체를 생산하는 핵심 원료다. 황산니켈에 망간과 코발트, 알루미늄을 섞으면 전구체가 된다. 전구체는 리튬을 추가하면 이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로 변한다. 토리컴은 황산니켈 생산 규모를 오는 2030년 27만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황산니켈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EVBM(전기차 이차전지 소재)'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울산 온산제련소에 2027년 황산니켈과 황산코발트, 황산망간의 양산을 목표로 총 67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어 11월에는 전북 새만금에도 2029년 양산을 위한 1조원대 투자를 발표했다.

LS엠앤엠이 제조한 전구체 원재료는 LLBS에 공급된다. LS는 LLBS의 지분 55%를 가진 최대 주주다. 엘앤에프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한 이유로는 LS가 보유한 원재료 조달 역량이 꼽힌다. LLBS는 새만금에 설립되는 전구체 공장에 1차 투자로 1조493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6년 상반기 중 2만톤 규모의 전구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2028년까지 총 12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LS엠앤엠 영업익 '뚝'…'포트폴리오 다각화' 관건

LS엠앤엠(MnM) 연간 실적 추이. (자료=LS엠앤엠·전자공시시스템)

LS엠앤엠이 가진 특장점은 칠레, 페루, 인도네시아 등 30여 개의  광산에서 구리 원재료인 동정광을 구매하며 쌓아온 원재료 수급 역량이 꼽힌다. 최근 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공급망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LS엠앤엠이 가진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배터리 소재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중요한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제 막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단계에서 본격적인 소재 제조와 판매가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준비 중인 생산능력이 확보돼야 한다. LS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S엠앤엠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10조5665억원, 영업이익 24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회사 측은 "황산의 가격 하락과 주요 전방산업 부진, 금리상승 등 외부경영환경 변화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LS엠앤엠은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의 성과로 실적 변동을 최소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구동휘 LS엠앤엠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2024' 현장에서 "동제련 중심 메탈 사업은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다"며 "배터리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가 2027년 내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소재의 매출 성장은 기업공개의 흥행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LS엠앤엠은 EVBM온산이 LLBS 전구체 공장에 공급할 원료의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갖춘 이후 본격적인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EVBM새만금에 신규 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증설이 점차 완료되는 시점에 LS의 이차전지 사업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LS 관계자는 "현재 공장 착공 중인 LLBS의 초도 생산이 시작되는 2025년 말,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