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한강, 기자회견 안 한 이유는 "세계 곳곳 전쟁인데…"

지난 2005년 11월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한강 씨가 작가인 아버지 한승원 씨와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한강 작가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85)은 오전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는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다. 나는 껍질이다. 알맹이(한강 작가)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는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딸에게) 창비, 문학동네, 문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출판사에서 장소를 마련해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는데 (딸이)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생각이 바뀌었더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 작가는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즐겁다고 말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며 딸의 수상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소감도 밝혔다.

이어 "한림원 심사위원들이 늙은 작가나 늙은 시인을 선택하더라. 우리 딸은 몇 년 뒤에야 타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어제도 (발표 일정을) 깜빡 잊고 자려고 자리에 들었다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전날 한 기자로의 연락을 받고 수상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한 작가는 해당 기자에게 "무슨 소리냐, 당신 혹시 가짜뉴스에 속아서 전화한 것 아니냐"고 말하며 되물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도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오늘 책을 조금 읽고 산책하는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고 회상했다.

축하 계획에는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