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은의 이슈 뒤에는] 악플만 8000개 달렸다…흑백요리사도 피하지 못한 '사이버불링'

신정은 2024. 10. 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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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의 온라인 괴롭힘 피해 호소
‘설거지 안 치웠다’ 논란에 해명까지
5년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신고 약 12만 건

넷플릭스의 요리 계급 전쟁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최종회까지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지난 8일 종영했다. 매회 공개되는 에피소드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의 식당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도장 깨기’에 나선 시청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큰 관심을 끌었던 만큼 일부 출연자들을 향한 누리꾼들의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도 난무했다. 출연자들은 도를 넘는 악플(악성 댓글)이 쏟아지자, 고충을 토로하거나 논란에 대해 해명이나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 선경 롱게스트가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이 8000개 이상 달렸다며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선경 롱게스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 일부 출연자들에 쏟아진 ‘악플 테러’

출연자 중 한 명인 한국계 미국인 요리 유튜버 선경 롱게스트(41)는 지난달 24일 ‘흑백요리사’ 6회에서 공개된 팀대결 이후 악플 세례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해당 회차에서 선경 롱게스트는 최강록, 조은주 등과 ‘백수저팀’을 이뤄 고기 요리를 준비해 상대 팀과 경연을 펼쳤는데, 같은 팀원과 감자 조리법 등 요리의 방향을 두고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이견을 쉽게 좁히지 않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결국 그의 팀이 ‘흑수저팀’에 패배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 정지선이 ‘바쓰’를 만든 이후 남은 설거지를 직접 치웠다며 해명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정지선의 칼있스마’ 갈무리

방송이 나간 직후 일부 누리꾼들은 선경 롱게스트의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며 미국인과 결혼 후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을 조롱하거나, “왜 사느냐”, “니네 나라로 꺼져라” 등 수위 높은 악플을 남겼다. 이를 두고 선경 롱게스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인들에게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불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악플을 캡처해 올리며 “하나의 유튜브 영상에만 8000개 이상 악플이 달렸다. 사이버불링이 아니라고 정당화해 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출연자인 정지선 셰프에게도 ‘설거지 의혹’과 관련해 악플이 달렸다. 정지선은 설탕이나 물엿 등을 가열해 졸이고 미리 튀겨둔 음식과 버무린 뒤 식히는 조리법인 ‘바쓰’를 선보였는데, 이후 남은 설거지를 제작진이 치우게 한 게 아니냐는 악플들에 시달렸다. 이에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정지선의 칼있스마’에서 “내가 치웠다. 요리를 다 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며 “치우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굳은 것을 깨면 끝이기 때문에 어려운 게 아니다”라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 나폴리맛피아(권성준)가 에드워드 리(오른쪽)와 찍은 사진과 함께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권성준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흑백요리사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쥔 나폴리맛피아(권성준)도 일부 시청자들의 태도 지적에 지난 8일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폴리맛피아는 결승 진출을 뽑는 마지막 경연에 앞서 “두 분(트리플스타(강승원), 에드워드 리)을 보니까 안도가 된다. 내가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잘근잘근 밟아드리겠다”고 말했다. 트리플스타의 “맛피아를 잡겠다”는 포부에 응답한 말이었지만, ”경솔하다”, “보기 불편했다” 등 몇몇 누리꾼들의 비판에 사과한 것이다.

나폴리맛피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모두가 이기기 힘든 상대라고 생각했고, 위축되지 않기 위해 더욱 허세를 부렸다”며 “방송을 통해 제 모습을 보니 건방지고 부족한 모습들을 보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적었다. 그는 또 ‘잘근잘근 밟아드리겠다’는 발언에 대해 “모두가 지친 마지막 요리인 만큼 끝까지 힘을 내자는 자극제의 의도였는데, 의도와 다르게 거만하고 경솔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싶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 일러스트/한규빛

■ 온라인 괴롭힘 검거 꾸준히 증가…“미성숙한 댓글 문화가 지나친 악플로”

이같은 온라인상 지나친 악플은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9년 1만6633건, 2020년 1만9388건, 2021년 2만8988건, 2022년 2만9258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2만4252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검거된 건수는 2019년 1만1632건, 2020년 1만2638건, 2021년 1만7243건, 2022년 1만8242건, 지난해 2만39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 5년간 8만145건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몇년 새 연예인·유명 인사 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에 출연한 일반인들마저도 온라인 괴롭힘으로 인한 고충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도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 사이트가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잇따라 폐지했지만, 당사자의 SNS 게시물로 찾아가 욕설과 모욕성 발언이 담긴 댓글을 남기는 등 악플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악플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몰입도가 높다 보니 스토리 속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개인 SNS로 찾아가 악성 댓글을 남기는 행위로 분출하는데, 일종의 몰아가기 방식이 과도하게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매너이자 예의라고 볼 수 있는 댓글 문화가 아직 미성숙하다 보니 이같이 지나친 악플로 나타난다. 현재로써는 프로그램 제작진 측에서 악성 댓글이 지나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공식 발표를 통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줄 순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막기엔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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