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못 먹었는데” ‘국민 생선’된 방어…금방 사라진다 [지구, 뭐래?]

2024. 10. 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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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회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수온 상승으로 어장이 북상하고 있어 지금은 동해 남부 쪽에서도 많이 잡힌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

한때 제주도 연안에서 많이 잡혀 귀한 생선으로 통하던 방어. 동해까지 어장이 이동하면서 최근에는 꽤 흔한 생선이 됐다. 그러나 방어도 동해 바다에서 씨가 마른 명태, 오징어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벌써 아열대 어종까지 동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 생선’이 빠르게 바뀌는 이유는 바다 수온의 변화에 있다. 특히 한국의 연근해 평균 수온은 전 지구보다 두 배 가량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온이 가장 빠르게 바뀌는 곳이 바로 동해다.

강원 강릉시 안현동 사근진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연합]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68∼2023년 56년 간 전 지구 표층 수온이 0.7도 오르는 사이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도 상승했다. 전 지구의 수온이 오르는 속도보다 우리 바다의 수온이 오르는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셈이다.

우리 바다 수온을 끌어올린 건 동해였다. 동해의 표층 수온 상승 폭은 무려 1.9도에 달했고, 이어 서해 1.27도, 남해 1.15도 순이었다. 즉, 동해가 서해보다도 1.5배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동해의 지리적 특성 탓이다. 서해는 육지로 둘러싸인 갇힌 바다지만, 동해는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이다. 입구와 출구가 좁고 얕은 해협인 동해의 지형이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을 부추긴다고 한다.

수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동해의 황금어장은 점점 북상하고 있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동해는 북부 해역은 찬물이고 남부 해역은 따뜻한 물인데 찬물과 따뜻한 물의 경계선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과거 찬물 해역이던 곳이 따뜻한 물 해역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수산물 코너. [연합]

수온이 빠르게 변한 데다 과도한 어획까지 겹치면서 동해의 어장은 급변하고 있다. 명태,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던 ‘국민 생선’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명태는 이미 씨가 말랐다. 연간 어획량이 1980년대에는 10만톤이 넘었지만 지난 2007년 이후 1∼2톤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해졌다. 2019년부터 어획이 전면 금지돼 러시아산에 의존한다.

오징어도 ‘금징어’가 됐다. 2000년대에는 연평균 20만톤 정도 잡히다가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인 2만3000톤까지 줄었다. 수온 상승으로 어군이 형성되지 않고 개체 분포가 넓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 전갱이, 삼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은 “방어는 제주도 연안에서 많이 잡히다 수온 상승으로 어장이 북상하고 있어 지금은 동해 남부 쪽에서도 많이 잡힌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어획되는 아열대성 어종 [국립수산과학원]

명태, 오징어, 고등어 등 한류성 어종의 자리를 방어, 전갱이, 삼치 등 아열대 어종이 채웠다면, 그 다음은 국민 생선 아열대 어종이 차지할 전망이다. 아직은 이름이 낯선 호박돔, 아홉동가리, 독가시치, 금줄촉수, 잿방어 등이다.

이미 제주도 내 수산물 시장에서 아열대 어종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제주 연안에서 수온 상승에 따라 아열대성 어종의 종수, 개체수, 밀도 모두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아열대 어종이 동해 바다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우리나라 동해, 남해, 제주 권역 연안 정치망에서 아열대 어종의 평균 출현을 조사했더니 2018년부터 동해에도 아열대 어종이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23년으로 넓히면 제주에서 29.4%로 가장 높은 출현 비율을 보였고 이어서 동해 13.2%, 남해 12.6%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연안 정치망에 출현하는 아열대성 어종 평균 출현 비율 [국립수산과학원]

우리나라 앞바다는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100년까지 우리 바다 수온이 시나리오에 따라 1∼4도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는 표층 수온을 관측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수온이 가장 높은 해였다. 한인성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수온 상승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며 “올해 수온은 지난해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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