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의심해 흥신소 직진한 아내…“사모님이 네 번째 입니다”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03]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한국 영화엔 뻔한 기획이 넘쳐나서 싫다는 관객들이 있다. 흥행 요소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작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사 또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세상엔 다수 관객이 모르는 사이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뻔하지 않은’ 작품이 참 많기 때문이다.
뻔하지 않은 영화가 여럿 존재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보러 가지 않는 사이에 극장에서 빠르게 내려와 버린 것이다.
![뻔하지 않은 영화를 찾는다면 신정원 감독의 작품이 답이 될 수 있다. 물론 ‘뻔하지 않음’이 관객에게 ‘재미있음’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사진은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속 배우 양동근의 모습.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02669huja.jpg)
그러는 사이 그의 개성이 대중과 접점을 만들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게 되기도 하고, 그저 꽤 볼만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안착하게 되기도 한다. 아니면 자기 세계를 포기하지 않다가 결국 다른 생업을 찾으러 가게 된다.
어떻게든 본인의 작품관을 끝까지 고수하는 감독들의 존재가 감사한 이유다.
신정원 감독 또한 그런 연출자였다. 그는 티켓을 많이 못 팔아도,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별점 1개를 받아도, 자신의 영화 세계를 고집 있게 밀어붙이는 창작자였다. 호불호가 갈렸지만, 개성을 잃은 적은 없었다. 12월 4일 그의 2주기를 맞아 신 감독 마지막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2019)을 소개한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현장에서 촬영본을 모니터링하는 신정원 감독(가운데)과 배우들. 다들 ‘빵’ 터진 가운데 신 감독만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04607ycko.jpg)
미국 명문대 출신의 남편 만길(김성오)과의 신혼생활이 꿈에 젖은 듯 달콤해서다.
만길은 야근이 예정된 날에도 소희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 밥상을 준비한다.
그저 되는 대로 만드는 게 아니라 레시피를 참고하며 꼼꼼하게 만든다.
그런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아무리 짜도 맛있게 먹게 돼 있지만, 심지어 맛까지 훌륭하다.
재력과 능력도 출중해 제약회사를 하나 소유하고 있다. 만길은 착하게 살아온 소희의 삶에 대한 보상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남편인 만길은 왜 경유를 마시고 있는 것일까.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05911udlw.jpg)
소희는 남편이 곤히 자는 동안 불륜 상대방으로 의심되는 여성에게 받은 메시지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리고는 닥터장(양동근)이 운영하는 미스터리연구소를 찾아 남편 뒷조사를 의뢰하는데, 며칠 뒤 충격적 소식을 접한다.
남편은 새벽부터 골프를 친 뒤, 혼자서 배갈을 41병 마시고, 20대 초반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며, 2시간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헬스장 기구를 이용할 정도의 불가사의한 체력을 지닌 인물이란 것이다.
21시간 동안 그가 관계를 맺거나 들이댄 여성은 4명에 달한다는 소식에 질려서 돌아가려는 소희를 닥터장은 붙잡는다.
“남편분은 사모님과 결혼 전에도 여러 번 혼인 신고가 돼 있더라고요. 사모님이 네 번째.”
![닥터장으로부터 남편의 실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소희가 질색하고 있다.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07247xmsi.jpg)
남편은 외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 ‘언브레이커블’ 종족이란 것이다. 언브레이커블은 지구인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 침투했으며, 이들을 배우자로 맞이한 사람은 예외 없이 죽었단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소희는 믿지 않고 떠나려고 했지만, 남편이 경유를 마시는 모습을 목도하고선 대책 수립에 돌입한다.
이제 이혼을 결심할지 아닐지가 아닌,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의 문제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다정했던 남편 만길은 소희를 죽일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08546qfah.jpg)
‘죽지 않는’ 종족인 언브레이커블과 필멸의 존재인 인간 사이의 ‘밸붕’(밸런스 붕괴)을 어떻게 역전시킬 것인지 궁금한 독자라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영화를 찾아봐도 좋다.
![닥터장은 만길을 감전시켜 죽일 작전을 세운다.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09816edco.jpg)
가장 코믹한 부분은 외계인을 잡겠다고 설치한 덫에 닥터장 스스로 걸려든 이후에 나온다.
허풍이 섞여 있긴 했어도 지성을 무기 삼아 살아온 그는 순식간에 대부분 기억을 상실한다.
아주 어린 시절의 지능으로 돌아간 듯한 그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자기가 쳐둔 덫에 걸려버린 닥터장. 이후 그는 대부분 기억을 잃는다.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11147bspe.jpg)
사고를 당한 그는 그동안 공부하며 배운 것은 다 잊어버렸지만, 자신의 그런 상태가 ‘위험하다’는 건 감각으로 알고 있다. 모든 것을 망각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절박하게 매달려야 하는 것이 ‘출신’이라는 감각만은 남아 있다.
보통 출신 학교에서 상대방과 접점을 찾으려는 사람은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어디 나왔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닥터장이 ‘초등학교’를 물어보고 다니는 이유는 자신이 기억하는 자신의 역사가 그 부근까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웃프게 느껴진다. 그토록 위태로운 상황에 몰린 사람이 물어보는 게 초등학교란 사실이 공허하게 다가와서 웃음이 비어져 나오고,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감전된 뒤 기억을 잃은 닥터장은 사람들에게 출신 학교를 묻는다. 그 절박한 모습이 웃기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진다.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12999gcgn.jpg)
그런 연출은 때로 사회 문제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작품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신정원 감독은 코미디를 만들면서도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멈추질 않았다. 주로 한국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에 관한 얘기를 녹였다.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관객은 그의 코미디를 따라가며 웃다가 ‘그런 면도 있지’라고 떠올려보게 된다. 정색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낼 수 있는 건 재능이다.
12월 4일은 신 감독의 2주기다. 그처럼 개성과 뚝심을 지닌 연출자를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보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재능 자체가 드물어서이기도 하고, 한국 영화계가 안전한 스토리텔링을 점점 더 많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들이 뭐라든 자기 재능과 개성을 펼치는 연출자가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포스터. [사진 제공=더콘텐츠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12/03/mk/20231203100914313uuu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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