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수사팀 교체 끝에…논란만 남은 金여사 불기소
2개 정권서 검사장-부장검사 4명씩 거쳐
"4년 넘게 사건 처분 안 한 것이 가장 잘못"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고발장 접수 4년 6개월여 만인 17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증거와 법리를 면밀히 따져 불기소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4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증거 확보 타이밍을 놓쳤고, 관련자들의 기억 또한 흐려지며 검찰이 확보한 진술이 '오염'된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 스스로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 결국 '특별검사(특검)' 도입과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전·현직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4명이다. 또 수사 실무를 총괄하며 일선 수사팀을 지휘하는 부장검사도 4명이나 거쳐 갔다. 검찰은 4년을 넘기고서야 사건을 처분하며 "외부 요인에 대한 어떠한 고려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분했다"고 설명했지만,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김 여사 등이 가담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 여사는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같은 해 9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고발인 조사 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반부패수사2부로 재배당됐다.
주춤하던 수사는 이듬해 8월 수사팀을 재정비하면서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놓고 정치에 몸을 던지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 그해 6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은 11월이다. 검찰은 수개월간 수사 끝에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며 사건을 일단락했다. 처분 대상에서 빠진 유력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2022년 3월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정권이 바뀌자 이 사건은 수사를 계속하기 더욱 어려운 여건이 됐다. 새 정권의 첫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들어서고 '조만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말이 파다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이후 2년이 흘러 지난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연일 거론되면서 수사가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7월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이뤄졌지만, 최종 처분은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 선고 이후로 또다시 밀렸다.
당시 검찰 안팎에선 "죄가 있으면 기소하고 없으면 불기소하는 것이지 검찰이 언제부터 법원 판결을 보고 기소 여부를 정하게 됐는가"라는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왔다.
이후 검찰이 참고하겠다고 밝힌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가 김 여사와 유사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인물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사건 처분은 고차 방정식이 됐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을 주고받고 가까운 관계라는 정황들도 보도되면서 사건 처분의 변수로 꼽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검찰은 이날 그동안 확보한 증거와 김 여사 등의 진술, 조직 내부의 '레드팀' 검토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지난 문재인 정부와 현 정부에서 각각 2명의 검사장(이성윤·이정수·송경호·이창수)과 부장검사(정용환·조주연·김영철·최재훈)의 손을 거쳤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 여사는 국내 최대 권력 기관인 검찰의 수장, 대선 후보, 현직 대통령의 아내로 신분이 계속 바뀌었다. 이런 김 여사의 신분 변화 또한 검찰 처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적절한 수사 타이밍을 놓쳐 결정적 증거 확보에 실패해 결국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의미다.
사건 처분 지연 이유를 묻자 수사팀은 "수사 종결을 위해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다"며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난 7월 가까스로 대면 조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소냐 불기소냐가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라며 "수많은 검사가 4년 넘게 사건을 외면하고 처리하지 않은 것. 그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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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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