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은 '괴인'이다

▲ 영화 <괴인> ⓒ (주)영화사 진진

[영화 알려줌] <괴인> (a Wild Roomer,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직업 목수인 '기홍'(박기홍)은 일도, 이성 관계도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승합차 지붕이 찌그러진 것을 발견하고 범인을 찾으려 한다.

집주인 '정환'(안주민)과 함께 늦은 밤 사건의 발생지인 피아노 학원을 찾았다가 '기홍'은 정체불명의 인물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목격한다.

2022년 열린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 넷팩상, KBS독립영화상, 크리틱b상을, 48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괴인>은 분명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비범한 리듬감의 서사로 채워진 흥미로운 작품이다.

심지어 영화는 이정홍 감독의 첫 장편 연출 작품으로, 여러 편은 만들었을 감독의 작품처럼 매끈했다.

이정홍 감독은 "영화에는 우리 곁에 있는 한낱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라면서, "하지만 그들 또한 유심히 바라보니 흥미롭다. 모두 저마다의 비밀을 지닌 듯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실제 삶에서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소 무관심했거나 혹은 미워했거나 심지어 두려워했던 타인이라 할지라도 긴 시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분명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낯선 타인을 향한 관심과 흥미, 뒤따르는 사랑과 연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의도를 단순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영화 같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말해보자면 아무래도 요즘은 유난히 소통이 어렵고 타인을 너무 쉽게 혐오하거나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라며, 기획 의도를 소개했다.

"이 영화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지켜보고 끝에 가서는 이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서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라는 것.

이어 이 감독은 제목의 의미에 대해 "<괴인>이라는 제목은 시나리오 단계 때의 가제 중 하나였다"라면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을 지칭하는 어떤 좌표가 되기를 바라면서 지었다. 사실 '괴인'이라는 단어 자체는 익숙한 단어도 아니고 다소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있어서 영화를 찍는 동안 다른 제목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어떤 선명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고 관점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그런 부분을 '괴인'이라는 제목이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언급한 이 감독은 "굳이 두려워할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나 사이에 실제 관계 이상의 일종의 거리감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괴인>은 다소 거칠지만 따뜻한 주인공 '기홍'에게 닥친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해 그의 주변인들로 흘러간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쟁취하고 있다고 믿는 주인공 '기홍'을 통해 안정과 불안정의 경계 속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을 포착함은 물론, 그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예를 들어, 목수로 일하는 '기홍'은 출근을 핑계로 친구 '경준'(최경준)과 함께 자신들이 공사 중인 '감성피아노'에 몰래 들어가 잠을 청한다.

어두운 골목과 잠겨 있는 화장실 문 등 의문스러운 시작을 알리는 <괴인>은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비춘다.

이후 '기홍'은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저택의 주인 '정환'으로부터 갑작스러운 낮술을 제안받는다.

'기홍'의 차를 타고 함께 장을 보러 나선 순간, 그들은 찌그러진 지붕 위에서 흘러내린 물을 통해 이름 모를 불청객의 흔적을 발견한다.

'기홍'은 자신의 차를 망가트린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그의 정체에 가까워질수록 '기홍'의 일상에는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영화는 초반부의 복선을 회수하는 듯 '기홍'이 자신에게 발생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여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점차 '기홍'을 비롯한 집주인 '정환'과 그의 아내 '현정'(전길), 그리고 정체불명의 낯선 이에게까지 뻗어버린 여러 관계의 변화에 주목한다.

<괴인>은 '누군가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관계의 상대성을 탐구하며 그간 여타 매체에서 단순화되어온 '관계'의 성질을 재정의한다.

'기홍'은 월급을 재촉하는 동료에게는 소리를 지르며 면박을 주는 다소 괴팍한 사람이다.

하지만 배려가 필요한 순간엔 선의를 베풀 줄 아는 따뜻한 면모를 지녔다.

또한,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려 침범하는 '정환'의 존재를 불편해하지만 때로는 그와 보내는 시간을 재미있어한다.

여기에 '정환'의 아내 '현정'과는 어색함도 잠시 점차 친해진다.

이렇듯 <괴인>는 한 인물이 간직하고 있는 입체적 면모를 생생히 그려냄과 동시에 여러 사람이 만들어내는 연쇄적인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행하는 선택은 그들을 둘러싼 일상을 조금씩 달라지게 만든다.

그렇게 <괴인>은 '분리'되기를 원하지만 철저히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인간에 관한 초상을 담백하지만 섬세하게 그려낸다.

한편, 영화 속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찌그러진 차 지붕의 모티브는 이정홍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과거 이 감독의 아버지가 세차 중 차 지붕이 찌그러지는 사고를 겪었는데, 이후 해당 차를 직접 몰고 다니던 이 감독은 비가 오는 날이면 차 지붕에 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기이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이상 지붕이 가라앉게 된 상황을 아무도 추측할 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느낀 그는 이를 영화 속 구상으로 발전했다.

괴인
감독
이정홍
출연
박기홍, 최경준, 이소정, 안주민, 이기쁨, 전길
평점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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