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큐온 새판짜기]③ 잦은 매각에 피로감…지배구조 '불안정' 꼬리표는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이미지 제작=박진화 기자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애큐온캐피탈의 가장 큰 위험요인(리스크)은 불안정한 지배구조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투자금 회수, 즉 엑시트를 위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성과도 나타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매각 작업과 대주주 변경에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이번 애큐온캐피탈 인수전에 한화생명과 메리츠금융그룹 등 대형 금융사들이 참전하면서 사모펀드 굴레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매물 실사와 가격 협상 끝에 M&A가 최종 결렬될 경우 시장의 신뢰도 하락 및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년래 3차례 손바뀜…사모펀드 명과 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큐온캐피탈은 2015년부터 2026년까지 대주주가 3차례 바뀌었다. 2006년 전신인 KT캐피탈로 출발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지만 2015년 KT그룹의 대대적인 비핵심 자산 매각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것이 시초다.

2015년 미국계 JC플라워가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하며 사모펀드 체제가 본격화했다. 이후 2019년 홍콩계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가 새 주인이 됐다. 2022년 스웨덴계 EQT파트너스가 BPEA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보통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3년에서 7년의 운영 과정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높인 뒤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다. 애큐온캐피탈도 사모펀드의 관리 아래 사업 포트폴리오와 수익 기반을 고도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지만 잠재적 매각 대상이라는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사모펀드의 목적은 인수가보다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의 대규모 투자보다는 단기 수익성 지표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애큐온캐피탈 역시 지난해 총자산과 당기순이익이 회복세를 보이자 매각 테이블에 올랐다.

이런 패턴은 구성원들의 피로감을 누적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주주가 바뀔 때마다 기업 문화와 인력 효율화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이 고착화할 경우 조직 결속력과 영업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사모펀드 체제에서는 기업의 몸값을 올리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따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는 시도보다는 경영 효율성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일반 기업의 지배구조에 비해서는 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 신용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산정 때 '유사 시 모기업의 지원' 여부를 반영한다.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은 금융그룹 계열 캐피탈사다. 다만 애큐온캐피탈은 사모펀드의 성격이 반영돼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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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화 전제 조건은 '가치 평가'

한화생명과 메리츠금융 등 대형 금융사들이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언제 매각될지 모르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캐피탈·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 사업 간의 시너지 확대와 조달비용 절감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는 매각 과정에서 나오는 '기대 효과'일 뿐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M&A는 인수 희망자와 거래의 기본 조건에 합의하고 실사 결과를 반영해 본계약에 이르는 구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물 가격에 현재 가치와 미래 성장성이 적당히 반영돼 있는지다.

시장에서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금융사가 진행할 실사 결과에 주목한다. 애큐온캐피탈 뿐 아니라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애큐온저축은행까지 묶인 '패키지 딜'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사업 기반과 재무 현황, 잠재 리스크 등을 뜯어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장 중점적으로 관찰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건전성이다. 캐피탈·저축은행 사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성에 민감한 만큼 연체율·고정이하여신(NPL) 관리와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 기초체력이 부족한 금융사를 인수하면 대손비용 등 초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2023년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약 3개월간 정밀 실사 끝에 최종적으로 인수를 철회했다. 인수 후 수조 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결정적이었다. OK금융그룹도 2025년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사 단계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 무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캐피탈과 저축은행 업계는 생존을 위한 리밸런싱에 한창인데 각사마다 주력이 다르다보니 전략이 갈리고 있다"며 "한 번 시도한 사업은 수익성과 건전성에 모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성이나 성장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애큐온캐피탈의 예상 몸값이 1조원에 달하는 만큼 실사 과정에서 ‘핀셋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번 매각 작업이 종점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적정 가격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사모펀드 체제도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잠재 매각 대상'이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사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애큐온캐피탈 측은 "이번 매각 건은 주주사 차원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다보니 지배구조 등에 대한 언급은 어렵다"고 전했다.

유한일,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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