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무위원 탄핵심판 쟁점은···대통령처럼? 덜 엄격한 잣대?

이혜리 기자 2023. 2. 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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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회가 8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헌정사 최초의 국무위원 탄핵 건은 헌법재판소의 몫으로 넘어갔다. 헌재는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지 따져 이 장관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대통령보다 장관의 민주적 정당성이 낮은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의 기준도 낮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는 소추위원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헌재에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접수하면 시작된다. 헌재가 사건번호와 사건이름을 부여하고 이 장관에게 사건 등본을 보내면 이 장관은 대리인을 선임하고 답변서를 보낼 수 있다.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탄핵심판에 자신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탄핵심판은 구두 변론이 원칙이다. 심리 과정에서 국회 측은 이 장관에게 파면 사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이 장관을 파면할 수 있다. 오는 3·4월 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이 퇴임하는데 이들은 대법원장 몫 재판관이라 후임 역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유남석 헌재소장 임기가 오는 11월이라는 점이 변수이다. 심리 도중 소장이 교체되면 심리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심판 때는 심리 도중 박한철 소장 임기가 만료돼 ‘8인 체제’로 파면을 선고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 선고’를 규정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안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는 이 장관의 탄핵소추 사유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전 예방 조처를 하지 않은 점, 참사를 인지한 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헌법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경우’를 탄핵사유로 규정한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파면 결정의 요건으로 ‘중대한 법 위반’을 제시한 뒤 박씨 사건에서도 이 기준을 적용했다. 쟁점은 탄핵 요건이 되는 중대한 법 위반의 정도를 대통령과 장관(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에게 동일하게 적용할지 여부이다. 법조계에선 시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보다 대통령이 임명해 민주적 정당성을 간접적으로만 갖고 있는 장관에 대해서는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에 규정된 탄핵소추 요건도 대통령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에 3분의2 이상 찬성이지만 국무위원이나 행정각부의 장은 3분의1 이상 발의에 과반수 찬성으로 더 낮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아직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이 장관의 법 위반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탄핵심판은 형사사건과는 별개이다. 형사재판은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만 탄핵심판은 권한을 박탈해 헌법질서를 지키는 헌법재판이다. 박씨 탄핵심판 때도 기소 전이라 박씨 측이 엄격한 입증책임이 있는 형사재판 방식을 요구했지만 헌재는 “탄핵심판 사건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박씨 사건에서 세월호 참사에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생명권 보호 의무,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통령인 박씨와 이 장관은 경우가 다르다. 대통령과 달리 장관의 행위의무는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에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의 세월호 판시는 대통령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 장관 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공무원의 성실 의무 위반이나 재난에 관한 의무가 중대하게 위반됐는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법조인은 “공무원의 법 위반이 (이태원 참사와 같이) 매우 심대하고 중대한 결과를 야기했을 때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며 “그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 헌재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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