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 넘어 컨테이너로… 물량 감소 ‘컨소시엄’ 대응
인천항 물동량 변화에 하역사 구조도 변화
인천항 벌크 2010년 1억2천t→작년 9천t
내항 2013년 청명 부도 사태에 통합 논의
북항 전체 7개 부두중 4개 합작 형태 운영
선령 30년 제한에 한중카페리 선사 축소
하역 담당 향토 업체들도 입지 점점 약화
자본 필요한 ‘컨 부두’ 진출 사실상 한계

최근 인천항 3대 향토 하역사 중 한 곳인 우련통운이 하역 부문 사업을 6개월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인천 항만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역업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이 핵심 사업을 멈춘 배경에는 단순한 경영 판단뿐 아니라 인천항 물동량 구조 변화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항은 벌크(컨테이너에 실리지 않는 화물) 중심에서, 컨테이너 화물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벌크 부두를 단독으로 운영해 오던 하역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물량 감소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벌크 물동량 감소와 함께 인천 지역 하역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한중카페리 노선까지 축소되면서 이들 기업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 구조 변화 중인 하역사들
2000년대 초반까지 인천항은 벌크 중심으로 운영됐다. 2004년 인천 남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컨테이너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부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천 내항에서 컨테이너 화물 일부가 처리되기는 했으나, 수심이 얕아 많은 양의 화물을 하역하기는 어려웠다.
인천항 하역 업체들도 벌크나 한중카페리에 실려오는 화물을 중심으로 부두를 운영해 왔다. 선광, 우련통운, 영진공사 등 인천지역 향토 하역사들이 중심이 됐다. 선광은 인천 내항 5부두, 우련통운은 내항 2부두, 영진공사는 내항 8부두를 거점으로 운영됐다. 인천항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청명’도 내항 1부두 하역을 담당했었다.
인천 남항 개항 이후 인천 신항도 운영을 시작하면서 인천항의 화물 구조는 벌크에서 컨테이너로 변화하게 됐다.
2010년 인천항 전체 물동량 1억4천978만5천32t 중 벌크가 차지하는 비율은 79%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전체 물동량(1억4천379만9천554t) 가운데 벌크 화물은 62%에 그쳤다. 컨테이너에 실리는 화물은 벌크보다 중량이 가벼운 경우가 많아 무게로 비교하면 벌크가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지만, 이는 석유나 천연가스, 모래 물동량이 벌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순수 벌크 물동량만 따지면 크게 감소했다는 게 항만업계의 설명이다.
인천항에서 처리되는 벌크는 2010년 1억1천842만2천639t에서 지난해 9천19만3천901t으로, 15년 동안 23.8%나 줄었다.
인천항 벌크가 줄어들자 이를 주로 하역하던 인천 내항은 2013년 청명 부도 사태를 계기로 부두운영사 통합 논의가 시작됐고, 2018년 내항 전체를 담당하는 통합 부두운영사인 인천내항부두운영이 출범했다.
목재나 철재 등의 벌크가 처리되는 인천 북항 하역사들도 컨소시엄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인천 북항 전체 7개 부두 중 4개 부두가 현재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인천 북항 2부두는 CJ대한통운의 합작 형태로 지분이 구성돼 있으며, 북항 다목적부두는 선광과 우련통운이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대주중공업부두와 INTC부두 운영에 벌크 선사가 주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벌크 물동량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역사가 단독으로 투자 부담을 떠안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컨소시엄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지분 참여 방식은 직접 운영 부담 없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벌크 뿐 아니라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부두도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028년 개장 예정인 인천 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는 선광과 한진, E1 등 3개 하역사와 고려해운, HMM 등 2개 선사, 인천항만공사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하역사 입장에서는 선사의 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하고, 선사 역시 부두 운영에 직접 참여해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인천지역 하역업체 관계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을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앞으로 신규 부두는 대부분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선령 제한에 카페리 선사 축소, 컨소시엄 부두 증가… 설 자리 줄어드는 향토 하역사들
컨소시엄 방식으로 운영되는 부두가 많아지면서 인천항 향토 하역사들의 입지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한중카페리 노선이 선령 제한(30년)으로 잇따라 운항이 중단된 것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중카페리 9개 선사 중 6개 선사의 하역 작업을 영진공사와 선광, 우련통운 등이 담당하고 있어서다.
우련통운이 최근 하역 업무 휴업을 선언한 것도 이와 맞물린 결과다. 우련통운은 현재 인천항과 중국 잉커우를 오가는 범영훼리, 인천~칭다오 노선을 운항하는 진인해운 등의 한중카페리 선박 하역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이 선박들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하역 작업 물량이 사라져 올해 11월까지 휴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우련통운은 인천 북항과 평택항에서도 직접 하역을 하지 않고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지분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한중카페리 항로 중에선 영진공사가 하역을 담당하는 인천~칭다오 노선의 선박도 올해 10월이 되면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 인천 항만업계에선 새로운 선박이 곧바로 투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당분간 운항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진공사는 인천 북항 INTC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한중카페리 노선 중 연운항훼리의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칭다오 노선 운항 중단에 따른 물량 감소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항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중카페리는 향토 하역사들의 핵심 먹거리였는데, 선박이 줄면서 물동량도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며 “자본이 많이 필요한 컨테이너 부두는 대규모 하역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선광을 제외한 다른 향토 하역사들 진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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