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로보택시 사업 포기…테슬라·웨이모 경쟁 전망

제너럴모터스(GM)가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며 사실상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번 결정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구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사진 제공=크루즈

10일(현지시간) GM은 “로보택시 시장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더 이상 크루즈의 로보택시 개발 작업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GM은 크루즈와 자사 기술 팀을 하나의 자율주행 법인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GM은 로보택시 시장에서 발을 빼고 앞으로 운전자 주행 지원 시스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개 이상의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행 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 개발을 우선순위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루즈는 2016년부터 GM으로부터 약 100억달러를 투자받았고 지난해 상업 운영을 시작했다. 로보택시 시장 초기 진입자로 업계 선두주자로 여겨졌다. 지난해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이 사업이 2030년까지 연간 5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크루즈는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 결정적으로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작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가 운영하는 로보택시가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크루즈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중단했고 규제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크루즈가 지난 1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사고에 대응하며 경쟁업체에 뒤처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테슬라는 사이버캡을 공개했고 2025년 말부터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 구글의 웨이모는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추가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서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2026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의 죽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테스트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코비츠의 제이슨 페티트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경쟁사들이 도로를 달리는 동안 크루즈는 멈춰 있었다”며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법학과의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교수는 크루즈 사업 철수로 GM이 핵심 분야인 차량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하고 구독 서비스를 통해 더욱 빠르게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네기멜론대의 필립 쿠프만 교수는 GM의 결정이 로보택시를 개발 중인 경쟁업체에 “확실한 경고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각한 사고, 특히 안전에 충분히 신경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고로 회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빠른 진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안전에 신중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GM의 사업 철수로 시장에 남아있는 로보택시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틀로드리서치의 벤 로즈 애널리스트는 크루즈 사업 철수가 “웨이모와 테슬라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GM의 결정은 잠재적으로 다른 회사(테슬라와 웨이모)가 더 나은 기술을 보유하거나 후발주자에게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GM의 결정이 기술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안전성에 대한 운전자들의 우려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웨이모는 최근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56억달러를 모금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차량 학습용 인공지능(AI) 컴퓨터 구축 등 공장과 설비에 연간 1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GM의 결정은 자율주행차의 경제 모델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며 “실현 가능하더라도 마치 승차 공유 산업 초창기에 목격했던 것처럼 자율주행차 제공업체에 뛰어난 기술과 독점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할 의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