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지는 건축물 해체시장] (1) 건축물 절반이 노후…6조 해체시장 뜬다
신축 버금가는 해체산업의 성장시계
재건축ㆍ리모델링 수요 급증 영향
지자체 건축심의 50%가 해체 안건
독립업종 인식ㆍ자원순환 구축 과제

[대한경제=김민수 기자] ‘짓는’ 시대를 지나 ‘부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980∼1990년대 고도성장기에 지어진 건축물과 SOC(사회기반시설)가 대거 노후화되면서 기존 시설물의 해체가 신축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인데, 안전하고, 정밀한 해체가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자리매김해 건설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과 연수 30년 이상의 노후 건축물 비율은 지난 2024년 기준 44.4%로 집계됐다.
특히 주거용 건물의 절반 이상이 이미 노후 건축물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오는 2030년 국내 해체시장 규모가 6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성남, 용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재건축과 리모델링 시계가 빨라지면서 해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체계획서 작성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축구조기술사는 “과거 신축 위주였던 지자체 건축전문위원회 심의의 절반이 이제는 해체 관련 안건”이라며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해체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이미 예견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책적ㆍ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과거의 철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체를 독립된 산업이 아닌 다른 공종의 부업이나 부대공사 정도로 취급하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해체산업의 현주소는 더욱 초라하다. 세계적인 철거 전문지 D&RI가 선정한 ‘글로벌 100대 해체기업’ 중 이름을 올린 국내 업체는 성도건설이 유일하다. 한국의 기술력 자체는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를 뒷받침할 해체 전문기업 육성에는 정책적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건정연이 분석한 2021년 기준 구조물 해체공사 기술 인력 중 기능사가 88.6%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기술사는 0.4%에 불과했다.
해체계획서 작성 주체의 경험 부족과 이로 인한 현장과의 충돌, 폐기물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 미비 등도 해체산업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재열 단국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해체산업선진화포럼 대표)는 “해체를 신축의 부수적 과정이 아닌 독립된 업종으로 보는 인식 전환과 함께 전문기업 육성체계 마련, 안전ㆍ환경ㆍ품질 기준 정립, 인력 양성 교육, 폐기물 자원순환 시스템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이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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