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빠 ‘이웃손발시선’ 하나라도 못하면…당장 병원가서 ‘이 검사’ 받으라는데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10. 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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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
골든타임내 치료해도 후유증
예방만이 살길이란 지적 나와
혈관 좁아지지 않도록 금연·절주
스트레스 축적도 경계해야
담백한 식단과 운동이 중요

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가 지정한 ‘뇌졸중의 날’이다. 국내 사망원인 4위인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는다 해도 반신마비, 언어·시야 장애 등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걸리지 않는 것만이 살 길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위험도가 높아 예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픽사베이
뇌졸중이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된 상태를 가리킨다.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뉘는데 혈관이 막힌 경우는 뇌경색, 혈관이 터진 경우는 뇌출혈이라 한다. 뇌출혈보단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의료계에 따르면 뇌졸중 발생시 1분당 190만개, 1시간당 1억2000만개의 신경세포가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뇌경색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동맥경화다. 동맥경화는 혈관 벽 내부에 지방성분과 염증세포가 쌓여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진 상태를 말한다. 당뇨나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이 있으면 동맥경화가 가속화하기 쉽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5배 높다고 알려져있다”며 “나이가 비교적 젊다 해도 고혈압이 심하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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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높으면 혈액이 흐를 때마다 혈관 벽에 센 압력이 가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혈관 벽이 망가지게 되면 혈관 속을 떠다니는 지방질이나 불순물이 벽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질에 염증반응이 일어날 경우 혈관 벽은 점점 더 두껍고 딱딱해진다. 김 교수는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소판 등에 찌꺼기가 붙고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기게 된다”며 “혈전이 떨어져 뇌혈관을 막으면 결국 뇌에 산소 공급이 안돼 뇌졸중이 온다”고 말했다.

뇌출혈의 75%도 고혈압 때문에 발생한다. 스트레스나 과로, 식습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혈압이 상승하면 혈관이 견디지 못하고 터질 수 있다. 당뇨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더욱 흔히 발생한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상태를 고혈압이라 하는데, 이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며 “평소 혈압이 높다면 요즘과 같은 쌀쌀한 날씨에 창문을 열어놓고 자거나 새벽에 운동하는 행위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동맥경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환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전조증상은 동맥의 직경이 50%이상 좁아진 후에야 나타난다. 뇌졸중이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년 혹은 수십년 전에 이미 시작됐을 거란 얘기다. 만약 55세에 뇌졸중이 발병했다면 동맥경화는 30대 때부터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동맥경화 외에 심방세동, 판막증 등의 심장질환도 뇌졸중의 심각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심방세동이란 심방근이 동시에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것을 말한다. 판막증은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심장질환이 있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혈전 역시 떨어져 나가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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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의 대표 증상은 한쪽 팔다리를 갑자기 못쓰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다. 저리고 시린 느낌이 드는 것, 정신은 명료한데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것, 어지러우면서 속이 메스꺼운 것, 앞이 잘 보이지 않거나 두개로 겹쳐보이는 것 등도 주요 증세로 꼽힌다. 이익성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한 어지럼증이 5~10분 지속되다가 갑자기 괜찮아지는 증상도 뇌졸중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있다”며 “증상이 호전되었더라도 반드시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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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국내 상황에 맞게 뇌졸중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이웃손발시선’이란 식별법을 개발했다. 학회에 따르면 ‘이~’ 하고 웃을 수 있는지, 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지, 발음이 명확한지,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만약 이 중 한가지라도 하지 못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우호걸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진단은 신경학적 진찰과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의학적 검사와 뇌혈류·경동맥 초음파, 뇌혈관 조영술 등을 실시한 뒤 이뤄진다”며 “혈관이 막혔다면 정맥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 녹여내는 ‘정맥 내 혈전 용해술’이나 시술도구로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시간이다. 앞서 말한 치료법은 최소 4~5시간 이내에 진행돼야 한다. 여기에 진찰과 진단,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환자는 응급실에 이보다 더 빨리 도착해야 한다. 발병 후 1시간 30분 이내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면 치료받지 않은 환자 대비 장애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3배가량 높다. 하지만 3시간이 넘어가면 그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를 조심해야 한다. 세부적인 실천방안으로는 싱겁고 담백한 식단 유지하기, 금연하기, 술은 최대 두 잔까지만 마시기,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주 3회 30분씩 운동하기, 스트레스 바로 풀기, 만성질환자라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주시하기 등이 꼽힌다. 우 교수는 “국물 요리를 많이 먹는 한국인의 특성이 혈압 상승의 주범이 될 수 있다”며 “국물류의 음식은 대부분 나트륨 함유량이 높고 단 음식에 대한 욕구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중을 1kg 감량했을 때 수축기혈압은 1mmHg 이상 낮출 수 있다. 저염식의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몸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뇌졸중 환자 대부분은 지속적인 언어장애, 기능 마비 등 많은 문제를 겪는다”며 “생존한 환자 3명 중 1명은 영원히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질환이 생겨 고통받는 것보다 질환의 무서움을 알고 이를 미리 막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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