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와 소녀’… 하얀 우유처럼 서로를 정화시키다 [김셰프의 씨네퀴진]
1995년 개봉한 뤼크 베송 감독 영화
두 주인공의 미묘한 조화 극 이끌어
킬러인 레옹, 화초 가꾸며 우유 즐겨
어울리지 않는 소재들 묘하게 조화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즐기는 우유
리코타 치즈로 즐기면 풍미 두배로
#영화 ‘레옹’

영화의 줄거리는 암울한 편이다. 어린 소녀의 가족이 참담하게 몰살당하고 주인공 레옹은 결국 죽고 만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어두운 내용이나 결말이 먼저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이 둘의 기묘한 동거와 거래 속에 있는 깨알 같은 재미와 그 둘의 너무나도 확실한 캐릭터 때문 아닐까 싶다. 화초를 목숨처럼 아끼는 모습과 까만 안경에 비니 모자는 그만의 시그니처로 유명하다. 또 그는 우유를 먹는데 정말 우유만 먹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웃긴가.

레옹은 영화에서 주로 우유를 먹는다. 우유를 마시고 화초를 가꾸고 일이 있지 않은 날엔 항상 같은 일의 반복이다. 레옹은 킬러라는 직업에 비해 정순한 삶을 살아간다. 종종 계단에서 서성거리는 마틸다는 새엄마나 새 언니와 사이가 좋지 않고 아버지에게는 학대를 당한 듯 얼굴에 멍울이 맺혀 있다. 사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드냐는 말에 덤덤하게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레옹은 코피를 흘리는 마틸다에게 손수건을 건네준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주인공의 마음을 아는지 그 호의에 보답하듯 대신 우유 심부름을 해주겠다는 마틸다는 슈퍼로 우유를 사러 달려간다. 그 무심한 레옹의 작은 관심이, 마틸다의 보답하고자 하는 호의가, 또 문을 열어주는 용기가 그녀를 살리게 된다.

우유의 식용은 기원전 4000년쯤부터 시작돼왔다고 추측하나 확실하진 않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젖소의 우유 외에도 양이나 염소의 젖도 섭취해왔으며 우유를 발효해 만든 치즈 같은 음식이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구려의 주몽이 말젖을 먹고 자랐다는 설화나 삼국시대 때에 귀족이 우유를 식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유는 지금 우리에게도 밀접하게 다가온다. 거의 가공된 우유를 영양, 건강상의 이유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양처럼 우유를 요리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걸 생각한다면 우리는 꽤 우유를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참 사랑받는 우유이지만 유통기한이 길지는 않다. 만약 기한이 임박한 우유가 있다면 약간의 레몬즙과 소금을 추가해 리코타 치즈를 만들어 먹는 걸 추천한다.
<재료>
우유 500㎖, 레몬즙 50㎖, 소금 2g, 설탕 5g, 방울토마토 2개, 바질, 꿀, 아몬드 슬라이스, 식빵
<만들기>
① 냄비에 우유와 레몬즙, 소금, 설탕을 넣고 약불로 끓인다. ② 우유가 끓어 우유와 치즈가 분리되면 고운 체에 걸러 식혀 리코타 치즈를 만든다. ③ 구운 식빵에 반으로 자른 토마토와 리코타 치즈를 올리고 꿀과 아몬드 슬라이스를 얹어 마무리한다.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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